2. 엄마는 교육생
안녕하세요! 저는 신입북큐레이터 입니다
12월 첫 교육 시간,
강의실에 들어섰다.
어색함을 애써 등지고 띄엄띄엄 낯선 사람들이 앉아있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저들은 누구
오랜만에 강의실에 앉아 긴장되었는지 안 떨던 다리를 달달달달 떨어댄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있다.
어색하기만 했던 교육시간은 하루, 이틀, 삼일 지나 제법 익숙해졌다. 혼자 앉아있던 내 또래 엄마들도 삼삼오오 모여 제각각의 이야기와 자녀들 교육 이야기로 수다 삼매경에 빠지기도 하였다.
가만히 앉아 들어보니 대부분 하는 고민은 비슷했다.
맞은편에 앉은 제법 몸집이 큰 여자가 입을 뗀다.
" 나는 이거 교육 듣고 일해보려고요~ 여기서 일하는 팀장님 말 들어보니 다 알려준다더라고~ 그 팀장이 월 500은 넘게 번다 던걸~ 호호호 나는 그거에 반이라도 벌어봤으면 좋겠어요~ "
그러자 옆에 앉은 조용한 여자가 아주 조용히 말을 한다.
"저는.. 교육 먼저 수료하고 생각해볼래요. 좋은 것 같긴 한데.. 영업은 못할 것 같아요"
조금은 세 보이는 또 다른 여자가 말한다.
"나는 딱 200만 원만 벌고 싶어요.
내가 사고 싶은 것들 눈치 안 보고 살 정도까지만~ "
세 보이는 여자가 나를 보더니 갑자기 묻는다.
"혜진 씨라고 했죠? 혜진 씨는 어때요? 교육 듣고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 들어요? 얼마나 벌고 싶어요?"
갑자기 나에게 질문이 쏟아졌고 이목이 집중되었다.
잠시 생각한 후,
" 음.. 저는 처음에 책 선물에 훅 끌렸어요. 근데.. 듣다 보니 조금 재미있어요.
미디어에 대한 부정적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는데 뒤통수 한 대 맞은 것처럼 신선했고 영업에 ㅇ 도 모르지만 기왕 들은 거.. 3개월 정도 시간을 가지고 지켜보려고요."
그랬다.
시간이 지날수록 왠지 "나"라는 사람은 잘할 것만 같았다.
영업사원이라는 것이 걸렸지만 접해본 적 없는 미지의 세상 같은 이 직업군도 한번 정도는 경험해봐도 좋겠다~ 생각 들었다. 결정적으로 꽤 괜찮은 교육방법 같았고 책 욕심 많은 나에겐 꽤 탐나는 책들이 많았다는 것도 크게 한몫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정말 눈 깜짝하는 사이 흘러갔고
나의 마음도 조금씩 더 견고해지고 있었다.
함께 교육을 들었던 동기들은 제각각의 소속팀으로 들어갔고 두세 명은 다시 가정으로 돌아갔다.
나는 교육을 수료하고 소속된 사업국에 합류를 하면서 신입만이 할 수 있는 무모한 도전을 열정 가득한 마음으로 시작하였다.
"안녕하세요! 1개월 차 신입 북큐레이터 이혜진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당시 내 나이는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 절대 늦지 않았던 막 40대에 들어선 2017년 1월 어느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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