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이 말하길 "자기야, 다시 어린이집 선생님 하는 건 어때? 영업 아무나 하는 거 아니고.. 지인 영업은 안 한다고 선언했다면서~~ 자기가 상처받을까 봐 걱정도 되고.. 우리 애들 교육 때문에 잠깐 배우는 정도면 모르겠는데 본격적으로는 안 했으면 해.. 상처받고 힘들어할 것 같아."
잠시 정적이 흘렀다.
나는 앙 다문 입술을 벌리고 말을 쏟아냈다.
"응..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근데 자기야.
나 일단 3개월. 아니 1년만 해볼게.
자기 말대로 지인 영업할 곳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어~ 나 일단 배워보고 싶어. 새로운 거 배우는 것도 재밌고 어른들 만나는 것도 좋아
그리고 나 비굴하게 영업하는 찌질한 혜진이 아니야.
나 몰라? 인생에서 일 년 투자해볼 만하잖아?
해보고 아니면 유턴할게. 나 믿지? "
뱉어놓은 말이 있으니 뭐가 되었든 일 년은 해내어야 한다.
곧 죽어도 모양 빠지는 건 싫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뱉어낸 내 말들이 지금까지 버틴 원동력이 아녔을까 싶다.
어젯밤 생각의 되새김질을 마치니 어느새 사무실 도착이다.
"안녕하세요~"
나이 많은 신입을 모두 반갑게 맞이해준다.
"어서 와요 혜진 씨~"
매일 그렇듯 오전 미팅을 마치고 분주하게 할 일을 찾아 움직인다.
그리고 틈틈이 공부도 빼먹지 않는다.
특별히 오늘은 오후에 잡힌 상담 약속이 있어서 더 준비하고 더 공부해야만 했다.
드디어 나도 교육을 마치고 한 달 만에 상담을 나가게 된 것이다.
처음 마음먹은 것처럼 지인 영업은 안 하겠노라!
나 스스로 선언한 터라 그동안의 실적은 형편없던 터였다.
실적에 연연하진 않는다 쳐도 나도 사람인지라 한 달 즈음되는 시점에서는 슬슬 조바심이 나던 참이었다.
째깍째깍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혼자 상담을 나갈 시간이 다가왔다.
두근두근
담당 국장님도 걱정이 되었는지 연신 말을 건네어 오신다.
"잘할 거야~ 걱정 말고~ 편하게 얘기해주고 와요~ 알고 있는 정보 전달 잘해주고~ 6살 아이 엄마니까 부모상담해주듯 교육정보도 알려줘요"
다행인 건 어린이집 근무경력으로 많은 학부모 상담을 해보아서 사람을 상대하는 것에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