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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daum Aug 11. 2022

3. 첫 상담

두근 두근

3년의 나태함을 몰아내기에 걸리는 시간은 약 한 달이 걸렸다.

신입다운 자세로 출퇴근을 찍으면서 매일 새로운 지식을 머릿속에 마구 집어넣었다.

오랜만에 하는 공부는 새롭고 재밌었다.

그리고  삶에 활력을 불러일으켰다.

아침 일찍 일어나 씻고 출근 복장을 고르고  잘 안 바르던 화장품을 어색하게 찍어 바른다.

전신 거울에 내 모습을 이리 비춰보고 저리 비춰보며  한참을 바라본다.

'하.. 첫 월급 타면 옷 좀 사고 화장품도 좀 사야지..'

왠지 1% 부족해 보이는  모습에 괜히 입술을 삐죽거려본다.


출근길 생각에 잠긴다,

교육을 마치고  이제 한 달,,

어젯밤 남편과의 대화가 계속 맴돈다,


업이라는 직업을 결정하고 나서 가장 큰 걸림돌은 남편이었다.

동갑내기 영진은 언제나 나의 일을 믿고 지지해주는 든든한 동반자이자 친구 같은 남편이다.

그랬던 그가 나의 일을 걱정하였고 은근한 회유와 만류를 하는것이였다.

영진이 말하길 "자기야, 다시 어린이집 선생님 하는 건 어때? 영업 아무나 하는 거 아니고.. 지인 영업은 안 한다고 선언했다면서~~ 자기가  상처받을까 봐 걱정도 되고.. 우리 애들 교육 때문에 잠깐 배우는 정도면 모르겠는데 본격적으로는 안 했으면 해.. 상처받고 힘들어할 것 같아."

잠시 정적이 흘렀다.

나는 앙 다문 입술을 벌리고 말을 쏟아냈다.

"응..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근데 자기야.

나 일단 3개월. 아니 1년만 해볼게.

자기 말대로 지인 영업할 곳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어~ 나 일단 배워보고 싶어. 새로운 거 배우는 것도 재밌고 어른들 만나는 것도 좋아

그리고 나  비굴하게 영업하는 찌질한 혜진이 아니야.

나 몰라? 인생에서 일 년 투자해볼 만하잖아?

해보고 아니면  유턴할게. 나 믿지? "


뱉어놓은 말이 있으니 뭐가 되었든 일 년은 해내어야 한다.

곧 죽어도 모양 빠지는 건 싫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뱉어낸 내 말들이 지금까지 버틴 원동력이 아녔을까 싶다.


어젯밤 생각의 되새김질을 마치니 어느새 사무실 도착이다.

"안녕하세요~"

나이 많은 신입을 모두 반갑게 맞이해준다.

"어서 와요 혜진 씨~"


매일 그렇듯  오전 미팅을 마치고  분주하게 할 일을 찾아 움직인다.

그리고 틈틈이  공부도  빼먹지 않는다.

특별히 오늘은 오후에  잡힌 상담 약속이 있어서 더 준비하고 더 공부해야만 했다.


드디어 나도 교육을 마치고 한 달 만에  상담을 나가게 된 것이다.


처음 마음먹은 것처럼 지인 영업은 안 하겠노라!

나 스스로 선언한 터라 그동안의 실적은 형편없던 터였다.

실적에 연연하진 않는다 쳐도 나도 사람인지라 한 달 즈음되는 시점에서는 슬슬 조바심이 나던 참이었다.


째깍째깍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혼자 상담을 나갈 시간이 다가왔다.

두근두근

담당 국장님도 걱정이 되었는지 연신 말을 건네어 오신다.

"잘할 거야~  걱정 말고~  편하게 얘기해주고 와요~ 알고 있는 정보 전달 잘해주고~ 6살 아이 엄마니까 부모상담해주듯 교육정보도 알려줘요"


다행인 건 어린이집 근무경력으로 많은 학부모 상담을 해보아서 사람을 상대하는 것에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그런데  왠지 그날은  설렘과 두려움에 심장은 꽤 뻐근하게 두근거렸다.

'잘해야 해. 잘할 거야. 잘할 수 있어.'


드디어 상담을 신청한 고객의 집 앞

깊게 심호흡을 한다.

'후....'

딩동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북큐레이터 이혜진입니다!"

.

.

주사위는 던져졌다.


곧이어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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