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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카 Oct 25. 2022

게으르기 위해 하는 명상

걱정을 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비우는 이유

게으름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고 계획한 것은 아마 올 초가 아니지 싶다. 너무 오래되어서 잊어버렸다. 그 정도로 미루고 미룬 일이다.


그러다 중간에 갑자기 의욕이 샘솟아서 게으름 관련 도서를 잔뜩 샀고, 아직도 다 읽지 못했다. 살 때는 너무 궁금하고 좋았는데 사두니... 내 취향도 아닌 것 같고 일 같아서 하기 싫어졌다.


그리고 조금씩 앞장만 끄적끄적 보다가 이 글을 시작해 버렸다. 애초에 내 계획은 책을 다 읽고 일목요연하게 게으름에 대해 정의할 수 있는 것이 목표였다.


근데 게으르니 그것마저 미루고 결국은 일단 지르자는 생각에 글부터 올리고 있다. 책이 모두 지루한 것도 아니었고 나름 공감하며 읽어가는데도 영 진도가 안 나갔다. 해야만 하는 일은 왜 이리 하기 싫은지.


오히려 그 사이에 웹툰, 소설, 에세이 등 다른 것을 더 많이 눈에 담았다.


일 하기 싫어서 딴짓하는 건 태초부터 인간의 유전자에 남겨진 어떤 것이 아닐까? 대비하거나 준비하는 것이 왜 위대한지 깨닫게 되는 계기였다.


그렇다고 내가 대비하는 인간이 될 것 같지는 않고. 그냥 그런 성질을 가진 사람이 대단하다고 느낄 뿐이다.


한편으론 불안하기도 하다. 대비하지 않아서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을까? 하지만 인간이 하는 걱정의 대부분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명언을 믿어보기로 하고 걱정을 덜기 위해 노력한다. 부지런하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들은 걱정을 줄이려고 대비를 하겠지만 나는 그 대비하는 자체가 너무 스트레스다. 차라리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거라 믿는 쪽이 수월하다.


마음을 비운다.


의도치 않은 명상의 시간을 갖게 된다. 무소유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걱정도 소유하지 않는 것이 무소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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