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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멘토 Jul 06. 2023

공기업 빌런 이야기 1화

조기 귀가 빌런

본 썰은 지인이 직접 겪은 사실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으며, 썰에 등장하는 이름과 지명은 실제 이름이나 지명과 관계가 없음.



타닥타닥타닥... 조용히 울리는 키보드 소리.


오늘도 차장은 친목질 하러 가고 자리에 없다.

지난번에 물먹은 진급을 노리기 때문에 온갖 술자리와 티타임 자리를 종횡무진 누비는 차장..

발령받아 오자마자 1년 반 동안 저러고 있으니 차장은 자기 담당 사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덕분에 모든 짬이 나에게 떨어지고 있었다.. 매일 야근은 덤..

그나마 유연근무를 활용할 수 있어 야근시간 중 일부는 업무시간으로 대체하고 금요일에 2시간 일찍 본가에 가는 것만 보고 버텨왔다.. (본가까지 차로 2시간 걸린다.)


계속 계속 들어오는 자료요청 때문에 화장실도 못 가고 있는데 또 어디서 커피 한 잔 때리고 들어왔는지 트림을 꺼억하며 사무실로 차장이 들어온다.


'저 정도면 카페인 과다 복용 아니냐고..'


"차장님 우리 사업 관련해서 재무 쪽에서 이번에 올린 시행계획 관련해서 설명을 요청해 왔는데요, 같이 만나보셔야 할 거 같아요."

"흠, 아니 나 때는 말이야, 내가 혼자 가서 다 했어~ 대리님도 혼자 가서 자꾸 부딪치고 해야 늘어요~ 혼자 가~"

"그쪽에서 차장님 하고 같이 와서 부장님께 설명하라고 합니다."

"나 바빠~ 내가 그쪽 차장한테 얘기해 둘 테니까 혼자 갔다 와~ 근데 우리가 무슨 시행계획을 올렸던가?"

"이번에 나가는 재무모델 분석용역 계약요..."

"아 맞다. 그거 아직 발주 안 나갔어?"

'... 놀러 다니시느라 결재를 이제 하셨잖아요..'


"그보다 대리님 이번주 금요일에 몇 시 퇴근이야?"

"... 4시 퇴근요"

"아니 그 유연근무 말이야~ 안 하면 안 되나?"

"네?"

"(벌떡 일어나며) 누구는 빨리 집에 가고 싶지 않은 줄 알어?? 6시에 퇴근하면 요 앞에 차가 얼마나 많이 막히는데에에에에!!"


차장님은 왜 갑자기 화를 내시는 걸까...

그렇게 유연근무를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었다.


차장은 집까지 차로 20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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