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노래 빌런
본 썰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실에 입각하였으나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과 직위 등은 실제와 상관이 없음.
올해 초 발령받아 온 보과장, 그는 회사 내에서 유명한 베짱이다.
원래 있던 부서에서 여직원을 껴안으려다 쫓겨나 지금 부서로 왔다.
보과장의 업무는 선과장님이 정으로 있는 사업의 부이다. 선과장이 한참 후배지만 그는 서포터로서 여겨지는 것을 개의치 않는 쿨남이다.
무릇 대인배란 그런 것을 괘념치 않는 법이다.
오히려 보과장은 만족스러웠다. 왜 이 부서를 다들 기피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른 부서원들은 야근을 해가며 1인분 이상을 하고 있지만, 그건 그들이 못나서 그런 것이리라.
일하지 않고 월급을 받는 것. 그것이 보과장이 스스로를 증명하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그는 6개월 간 기안문 하나 올리지 않았다. 그의 연봉은 부서에서 두 번째로 높았지만, 문서함에 그의 이름으로 검색한 문서의 개수는 "0"이다.
일종의 결벽증일까... 새하얗게 깨끗한 보과장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선과장이 해외로 파견을 가게 되었다.
급한 것은 선과장이 마무리했다고 해도 그 후속 업무가 일부 남아있었다.
부장은 하는 수 없이 보과장에게 조금씩 일을 주기 시작했다.
보과장은 입사 이래 처음으로 어떤 업무에서 '정'이 되었다.
스스로의 능력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 보과장은 생각했다.
'까짓 거 나한테 걸리면 껌이지.'
일주일 후
보과장은 팀원들을 모아놓고 행복한 얼굴로 선언했다.
"저 요르단 파견 갑니다ㅎㅎㅎ"
"????????????"
사실 보과장은 부장이 자신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나한테 이런 식으로 지시하지?'
이틀 간의 부장의 업무지시에 열이 받은 보과장은 곧바로 해외파견에 지원했다.
보과장은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이 부서의 현안 같은 건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지만, 부장이 싫어 더 큰 세상에서 자신의 역량을 펴기로 결정했다.
파견 지원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상반기에도 지원자가 없었고 이번에도 미달이라고 들었기에 보과장은 확신했다. 그리고 미치지 않고서야 자신 같은 능력자가 지원해 주면 보내지 않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팀원들에게 요밍아웃을 했다. 결과는 이미 정해진 것과 같으니까.
넓은 세상에서 스스로를 증명할 미래의 보과장 스스로를 상상하니 사무실인데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읏흥 흥흐으으흥~"
보과장은 회사 생활이 즐겁다. 부서원들의 얼굴이 왜 어두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마도 저들은 능력 부족으로 일에 치여 살기 때문이리라.
파견까지 두 달 남짓 남은 보과장은 하루하루 소중하고 충실하다.
오늘도 그는 유쾌하고 젠틀한 쿨남답게 자신의 스케줄을 밤 9시에 부서 단톡방에 공유한다.
"저의 이번주 스케줄을 알려드립니다~~~
내일~~~ 오후 3시 출근~~
모레~~~ 휴우가아~
글피이~~~ 오후 4시 출근~~~ 참고하세요"
숫자들이 하나둘씩 줄어들지만 왜인지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그 시각 부서원 중 밑에서 두 번째인 해주는 보과장의 카톡 소리를 들으며, 보과장이 던지고 간 일을 처리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조용한 사무실, 알람조차 즐거운 듯한 보과장의 카톡이 계속해서 울리고 있었다.
"카톡~~~ 카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