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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 Ing Mar 01. 2024

240229 두 번의 Final Round

지금이 절 데려갈 절호의 기회!

지난주 5일 연속 인터뷰를 본 후 금요일 저녁을 잠깐 쉬고 토요일에 다시 인터뷰 준비를 시작했다. 그다음 주에 처음 만나는 상대인 "Behavior Interview"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상대해 온 리크루터 콜이나 기술 인터뷰와는 다른 종류의 인터뷰라 쉼 없이 인터뷰 준비를 해야 했다. Behavior Interview는 인성면접이라 보면 되는데, 한국의 개발자 인성면접과는 조금 다르다. 우선 한국의 인성면접과 달리 중요하다. 내가 한국에서 본 인성면접 스텝은 대부분 크게 중요하지 않은 느낌이었는데, 여기서는 인성면접용 말하는 방법을 연습해야 할 만큼 은근 중요한 느낌이다. 그리고 영어로 말해야 한다는 것도 참 다른 점이다 ㅎㅎ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Behavior Interview Question을 준비하면 되는데, 나는 30개 정도의 질문을 준비했다. 보통 많이 추천하는 STAR method에 맞게 답변을 준비하는데, 나는 엑셀파일을 하나 만들고 질문에 대한 Situation, Task, Action, Result를 각각 적어봤다. "가장 어려웠던 기술 문제는 무엇이었는가?", 

"동료와 충돌이 있었던 적이 있는가?"와 같은 질문에 대해 답변을 준비하다 보면 답변이 길어지는데 나는 원래도 말이 긴 편이라 짧지만 중요한 포인트를 담을 답변으로 줄이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게다가 영어로 말하다 보면 정확한 단어를 몰라 돌려 말하기도 해서 답변이 더 길어진다. 그리고 6년 경험의 모든 에피소드가 기억나는 것은 아니어서 어떤 상황을 얘기할지 생각하는 것도 일이었다. 30개의 질문을 준비하다 보니 6년 경력을 통으로 회고한 느낌이었다. 


겨우 30개의 질문을 채우고 일요일에는 mock interview를 했다. 링크드인 댓글로 mock interview를 해주고 싶다는 분께 연락을 드려 얼른 일정을 잡았다. 최근 인터뷰와 미국에서 만난 발레 친구들과의 대화로 은근 영어 자신감이 차있는 상태였다. 재미있게 mock interview를 했다. 


인터뷰를 도와주신 분은 우선 외국인치고 영어를 잘하는 편이라고 칭찬해 주셨지만 역시나 내 대답이 길어서 따라가기가 좀 어려웠다고 했다. 나는 피드백을 바탕으로 좀 더 짧게, 두괄식으로 말하기로 마음먹었고, 준비한 답변을 3-4 문장으로 한번 더 줄여봤다.


주말을 나름 바쁘게 보내고 나서 월요일엔 기술 인터뷰가 하나 있었다. T사와의 인터뷰였는데 파이널 인터뷰 3번 중 첫 번째 인터뷰였다. 프런트엔드 쪽 기술 인터뷰였고, 완벽하진 않지만 문제를 즐겁게 풀었다.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나는 지난주에 받은 온라인 코딩 과제를 열었다. 일주일이 되기 전에 풀기 위해 월요일에 풀어야 했는데, 문제가 어렵지 않아서 30분 만에 마무리하고 다시 Behavior Interview 준비로 돌아갈 수 있었다. 


월요일에는 mock interview를 해주기로 한 분이 한 분 더 계셔서 급하게 인터뷰 전 월요일 저녁에 일정을 잡았다. 나름 짧게 말하려고 노력하며 대답했지만, 짧게 하려다 보니 오히려 의미전달도 안되고, 말도 골라서 하려다 보니 바로 안 나와 완전 망쳤다. 하하. 피드백에서도 많이 걱정된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그래도 이 상태로 인터뷰로 들어가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음날인 화요일에 behavior interview가 있었기 때문에 월요일 밤을 거의 영어 답변 준비에 썼다. 피드백에 따라 답변의 구조를 생각하며 답변하려 하는데 이걸 생각하다 보니 입이 안 떨어지기도 했다. 남편과 짧게 인터뷰를 해봤는데, 어떻게 잘 대답할지 생각하다 보니 말이 안 나왔고, 점점 더 처참해지는 답변에 나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바보 같은 모습에 가슴이 답답해졌고, 결국 연습을 그만두었다. 이대로는 평소보다 더 못한 모습이라 내일 실전에 몸을 맡겨보기로 했다. 피드백받은 것들이 머릿속에 박혀 도움이 되겠지, 하면서 말이다. 중요하지 않은 것은 굳이 말하지 않기, 인터뷰어가 듣고 싶은 중요한 것을 찾아내 그것을 강조해 말하기. 이 두 가지만 기억했다. 


자려고 누운 이후엔 잠이 안 왔다. 화요일엔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총 5시간 인터뷰가 있었다. 파이널 라운드인 onsite interview를 하루에 다 보는 것인데, 하루에 연속 5 세션 보는 것도, 미국에서의 behavior interview도 처음이라 나는 꼭 잠을 잘 자야만 했다. 하지만 가슴이 답답했다. 막막하고 긴장되고 머릿속에서 인터뷰어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대는 내 모습만 그려졌다. 옆에서 자고 있는 남편을 깨웠다. 그때 뭐라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막 욕을 하면서 울었던 기억만 난다 ㅎㅎ... 그 밤의 결론은, '그냥 모르겠고 경험 쌓는다 생각하고 내 모습 그대로 보여줄 테니 뽑든 안 뽑든 맘대로 해라. 놓치면 니네가 바보다!'였다. 그렇게 누구한테 하는지 모르겠는 욕을 한 바가지하니 잠이 잘 왔다.


11시부터 시작하는 화요일의 인터뷰는 첫 번째가 시스템 디자인 세션, 두 번째는 알고리즘 테스트, 세 번째와 다섯 번째는 프런트엔드 인터뷰, 네 번째가 Behavior interview였다.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하기 전에 리크루터와 잠깐 통화하며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파이팅!! 을 외쳤다. 리크루터도 Good luck을 빌어줬다.


첫 번째 시스템 디자인에서는 배신을 당했다. 분명 리크루터가 frontend component design 같은 frontend design이라고 했는데 내가 받은 문제는 그냥 평범한 system design이었다. 오우... 당황했지만 그동안 기술면접에서 익힌 '모르면 물어봐라'스킬로 물어봐가면서 문제를 풀었다. 내가 비록 시스템 디자인 인터뷰 준비는 안 했지만, 백엔드 경력이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어디서 주워들은 키워드를 바탕으로 답변을 하고, 인터뷰어의 질문에 귀를 기울였다. 마지막엔 인터뷰어의 질문에서 힌트를 얻어 내가 설계한 시스템을 수정하기도 했다.


그 외 기술면접들은 재미있었다. 정말로. 알고리즘 문제는 내가 아이디어를 내 푼 것은 아니었지만 같이 풀어가는 느낌이 좋았고, 다른 프런트엔드 문제는 frontend에서 실제로 접할 문제를 풀며 협업하는 느낌이라 재미있었다. 두 번째 인터뷰어와는 문제를 풀다가 많이 편해져서 내가 질문으로 '나 behavior interview가 처음인데 어떻게 해야 해? 팁 좀 줄 수 있어?'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그 인터뷰어는 '그거 그렇게 안 중요해~ 그냥 네가 나쁜 사람이 아닌지만 보는 거니까 그렇게 부담 가질 필요 없어~'라고 했다. 실제로 어떨지는 모르지만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었다. 세 번째 인터뷰어는 내가 평소 그 프로덕트의 궁금해하던 쪽에서 일하는 팀원이라 더 자세한 질문을 할 수 있었고 답변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그렇게 기분 좋은, 영어 부스트가 올라온 상태에서 난 Behavior Interview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나의 Behavior Interview 상대는 내 Hiring manger가 아니었다. 보통은 이 포지션을 뽑는 manager가 인터뷰에 들어와 자기 팀에 들어올 사람을 평가하는데, 다른 팀 engineering manager가 들어왔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좀 당황했지만, 그 인터뷰어도 '나도 왜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어 끝나고 회사에 확인해 볼게'라고 해서 좀 웃겼다. 그래서인지 질문들은 좀 순한 버전이었다. 나도 편하게 대답했고, 인터뷰어는 내 대답을 다시 확인해 주어 더더욱 내가 전달하고 싶은 바를 잘 전달할 수 있었다. 몇몇 대답에서는 인터뷰어의 공감을 사는 데에 성공해 뿌듯했다. 


마지막 질문으로 내가 일을 잘할 수 있는 내 장점에 대해 물어봤는데 나는 'Initiative'와 'Determination'이라고 대답하며 마지막 determination에 대해 나의 미국 취업기 얘기를 덧붙였다. 내가 결국 해내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지난 12월 미국에 온 이후로 아무 배경 없는 이곳에서 취업을 하고 있고, 이렇게 내가 오고 싶던 회사와의 onsite 인터뷰에 도달한 것 만 봐도 내 determination을 알 수 있지 않겠냐고. 그랬더니 인터뷰어가 깜짝 놀라더라. "잠깐만, 2개월이야 1년이야? 설마 2개월 전이라고?" 나는 자랑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와 2개월이라니, 나도 캐나다에서 왔는데 그렇게 비슷한 문화임에도 그건 상상할 수가 없어" 인터뷰어의 격한 반응에 나는 격하게 뿌듯해졌다. 그래 이렇게 어필하길 잘했다! 하면서 말이다. (사실 이 에피소드를 말하게 된 것도 미국에서 만난 한국분이 말해준 팁 덕분이다. 아마 내 스토리를 좋아할 것이라고 해주셨다. 감사합니다! 잘 써먹었습니다!)


결과는 어떨지 모르겠다. 하지만 점심시간 포함 6시간의 일정을 끝내고 난 나는 많이 힘들었지만 많이 만족스러웠다. 모든 순간 최선을 다했고, 모른다고 막히지 않았고, 계속 질문하고, 정답을 항상 찾아냈다. (시스템 디자인 인터뷰는 잘 모르겠다 ^^) Behavior Interview에서도 내 스타일과 피드백을 잘 섞어 대답했다. 완벽하지 않았지만 2개월 만에 이뤄낸 것 치고 대단하지 않은가! 첫 기술인터뷰를 생각하면 정말 상상도 못 할 성장이다. 게다가 5시간 연속 인터뷰 일정에서 계속 긍정적으로 웃으며 인터뷰를 해냈다. 나 같은 거지체력이 참 수고가 많았다.


그날 저녁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저녁을 먹고 계속 누워있었다. 끝나고 나니 정말 죽을 것같이 힘들었다. ㅎㅎ 누워서 귀여운 강아지 고양이 영상을 보고 웃었다. 다음날인 수요일에도 인터뷰가 있어 체력을 보충해야만 했다.


수요일 인터뷰 역시 onsite interview였지만 하루 만에 다 보지 않고 지난주 두 세션을 봤기 때문에 한 번의 인터뷰만 남은 상황이었다. 게다가 그래도 자신 있는(?) 프런트엔드 중심 기술 인터뷰였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헷갈리기 쉬운 것을 한번 더 점검하고 인터뷰 질문을 준비해 들어갔다. 기술 질문과 코딩을 한 후 회사에 대한 질문을 했다. 이 회사에 대한 좋은 점을 정말 많이 말해줘서 갈대 같은 마음은 또 이리저리 흔들렸다. 내가 물어보려 준비한 것도 먼저 말해줘서 그 시간이 인터뷰가 아닌 마치 회사에 꼭 오라고 하는 홍보같이 느껴져 인터뷰이로서 마음이 좋았다. 그렇게 이번주의 파이널라운드들이 끝났다. 


화, 수에 본 인터뷰는 이제 최종 결과만 남았다. 합격이냐, 불합격뿐이냐 결과는 아직 모르지만 나는 그냥 기분이 좋다. 미국에 와서 이력서를 넣기 시작한 지 2달 만에 두 회사와의 인터뷰라운드를 모두 돌았다. 이제 거의 모든 인터뷰타입을 겪어봤다. 만약에 떨어지더라도 나에겐 이 과정들이 남을 것이다. 내가 실전에서 얼마나 강한지, 내가 어떻게 모르는 것을 정답으로 이끌어 내는지. 예전의 내가 아니다 이 말이다! 다음 도전은 더 수월할 것이다. 덜 울어도 될 것이다. ㅎㅎ


유튜브는 어떻게 알았는지 미국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의 영상을 추천해 준다. 연봉협상에 대한 얘기도 추천해 준다. 아직 때가 아님을 알면서도 슬쩍 들어가서 본다. 연봉협상하는 그날이 언제 올까? 곧 올까? 이번주엔 올까, 다음 주에는 혹시 몰라!


화요일 온사이트가 끝날쯤 메일이 하나 왔다. 지난주 기술면접을 본 회사에서 온 연락이었다. 예~전 포스팅에서 언급한 내가 리크루터 콜 이후 구구절절 메일을 보낸 A사인데, 기술 면접에서 좋은 결과가 있어 Hiring manager와 다음 스텝에 대해 의논하고 답변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 메일을 받고, 속으로 으스댔다. '나 기술면접 안 올렸으면 어쩔뻔했어~ 나 지금 안 뽑으면 후회한다니까?! 나 지금이 제일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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