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건 꺾였더라도 울고 일어나는 마음
- 수요일 작성 글 -
나는 지난주 진행한 파이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인터뷰를 준비하는 시간보다, 인터뷰로 헤매는 시간보다 지금이 더 고통스러운 것 같다. 두 번의 파이널 인터뷰로부터 일주일이 흘렀다. 한 곳에서는 화요일 debrief (인터뷰 결과를 모여서 논의하는 자리)가 예정되어 있다고 했는데, 수요일인 오늘 오후까지 연락이 없다. 다른 한 곳은 오늘로 일주일이 되었다.
1분에 한 번씩 핸드폰을 본다.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면 연락이 올 것만 같다. 텔레파시를 보내는 기분이다. 메일 사이트에 들어가 괜히 새로고침을 누른다. 자동으로 알림이 올 건데 말이다.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것은 지옥이다. 새 인터뷰를 준비할 때가 오고 있건만, 나는 멈춰있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무엇도 할 힘이 없다. 시간이 흐르지 않으니 요즘은 일찍 잔다. 12시에 자고, 11시에 자고, 10시 반부터 잘 준비를 한다.
어제는 4번의 인터뷰 중 3번째 인터뷰를 진행한 회사로부터 탈락 메일을 받았다. 위에 말한 파이널까지 본 회사들은 아니다. 이전에 언급한 T사로 내 나름의 규율에 따라 회사명을 공개한다. 틱톡이었다. 두 라운드를 진행하고 결과를 한 번에 받았는데, 탈락이었다. 사실 두 라운드 모두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월요일에 진행한 인터뷰에서 잘 못했지만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아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인터뷰어에게 링크드인 일촌 신청도 걸고, 승낙도 받았다. 하지만 탈락이었다.
어젯밤은 시간이 흐르지 않아 맥주를 마셨다. 술을 일 년에 한두 번 먹을까 말까 한 사람이지만 벌써 올해만 세 번을 마셨다. 앞선 두 번은 고생했다는 의미였지만, 이번엔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것이 고통스러워 마셨다. 월요일부터 내 핸드폰은 항상 내 곁에 있다. 핸드폰과 떨어져서는 한 순간도 있을 수 없다. 내가 쏘는 눈빛에 핸드폰 화면이 정말 닳아버릴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것이 무서워 이겨내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다. 이북도 하나 샀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에 관한 에세이인데, 달리기를 하면서 생각하는 것을 기록한 책이다. 나도 결과보다는 과정을 남기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오늘은 미국에서 취업을 시작한 후 두 달간의 과정을 회고해 보리라. 결과는 내가 컨트롤할 수 없지만 과정만은 내가 컨트롤하기 달려있으니까.
지원한 포지션 개수: 180 ~ 190개, 이력서 통과한 포지션 : 15개, 최종 인터뷰 라운드 : 4개.
1. 1월 첫째 주 : 꿈과 희망을 가지고 무한 어플라이를 하던 시기. 이력서 넣기 시작한 지 이틀 만에 아마존에서 Online Assessment 보라고 연락이 왔다. 처음으로 모르는 분들께 일촌신청을 하며 아마존 인터뷰 팁을 구했다. 이렇게 빨리 연락이 오다니, 생각보다 쉬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처음 제출한 이력서를 Figma로 작성했는데 많은 회사에 제출하고 나서 보니 제출한 pdf 포맷에서 이력서 텍스트 추출이 안되고 있었다. Figma에서 수정을 통해 텍스트 추출이 되는 버전으로 다시 수정하고, 취업용 이메일을 만들어 다시 제출했다. 이력서를 위해 gpt4를 처음 결제했다.
2. 1월 둘째 주 : 아마존 온라인 과제를 제출했고, 잠시 후 바로 phone interview 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IBM으로부터 Online Assessment 보자는 연락을 받았고, 두 개의 스타트업 (Adept, Ava Labs)로부터 recruiter call을 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미국에서 알게 된 한국분을 통해 Ford 레퍼럴을 받고 역시나 온라인 과제 링크를 받았다. 현지 스타트업과 첫 오프라인 커피챗이자 첫 영어 커피챗을 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에서 창업한 한국인 창업자분들과 커피챗을 하기도 했다.
이 주에 이력서 피드백을 통해 계속 업데이트해 v3를 만들었다. 기존 이력서가 너무 짧아 많은 내용을 포함하도록 수정했다. 이 두 주 동안은 계속 이력서를 수정하고 제출했고, leetcode는 많이 하지는 않았다.
3. 1월 셋째 주 : Microsoft 레퍼럴을 받기 위해 모르는 분께 요청을 보냈고 레퍼럴을 받았다. 전 주에 연락온 스타트업과 리크루터 콜을 했다. 망했다. 링크드인을 통해 연락온 분들과, 내가 연락한 분들과 커피챗을 했다.
리크루터 콜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절망에 빠졌다. 리크루터와의 2-30분짜리 통화에 막혀 인터뷰를 시작조차 못하다니. 3주 만에 절망이었다. 새로운 연락은 거의 오지 않았다.
4. 1월 넷째 주 : 미국에서 취업한 분들과 커피챗을 하며 용기와 의지를 다졌다. 리크루터 콜을 대하는 방법도 배우고 철저히 준비해 또 다른 스타트업과의 리크루터콜을 했다. 그래도 인터뷰 기회를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아쉬움은 없었다. 레퍼럴 받은 Ford 포지션의 Hiring manager와 첫 인터뷰다운 인터뷰를 했다. 영어 인터뷰는 쉽지 않았지만 나름 열심히 했고, 다음 기술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링크드인 포스팅을 통해 또 다른 미국의 스타트업과 커피챗도 해볼 수 있었다. IBM은 시험에서 떨어졌다. 나중에 알았는데 IBM은 최근 비자 스폰서를 안한다고 하더라.
이 주에 레주메 피드백을 통해 내용을 보완했다. 애매한 표현을 지우고 보다 정확한 결과와 수치를 넣었다. v4 레주메가 되었다. 열심히 지원하고 조금씩 leetcode를 꾸준히 푸는 데에 집중했다.
5. 1월 마지막 주 : Ford와 첫 기술 인터뷰를 봤다. system design과 관련된 질문도 있었고, 나는 질문에 대답하려고만 했지,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떨어졌다. 아마존 phone interview는 계속 잡히지 않았다. 스케줄을 세 번은 보내줬다. 그렇게 해당 포지션이 마무리되었다. P사 레퍼럴을 받아 두 포지션에 지원했고, 리크루터콜을 했다. 아마존 다른 포지션의 레퍼럴을 받아 리크루터와 통화를 하기도 했다. 두 리크루터 콜 모두에서 바로 다음 스텝을 안내받을 수 있었다. 드디어 리크루터 콜을 통과해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때부터 mock interview를 하기 시작했다. behavior question에 대한 인터뷰도 해보고, 알고리즘 테스트 인터뷰도 해봤다. 이 주에 인터뷰 준비 겸 leetcode을 열심히 풀었다. 영어로 인터뷰 보는 것은 정말 정말 어려웠다.
6. 2월 첫째 주 : 2월 초부터 새로운 회사들로부터 리크루터 콜을 하자는 연락이 왔다. 틱톡, A, 피그마, 도요타에서 거의 연속으로 메일이 오자 나는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심지어 이 네 회사 모두 레퍼럴 없이 레주메를 제출한 것 만으로 연락이 온 것이었다. 틱톡 리크루터와 콜을 하고, 다음 스텝을 안내받았다. M사 레퍼럴을 받아 리크루터와 콜을 하기도 했다. 이 주엔 P사 기술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두 번째 기술 인터뷰라 잘 모르는 상태로 들어갔다. 그래도 전 날 Ford 인터뷰어분이 주신 인터뷰 피드백을 잘 반영하려 노력했다. 나는 잘 본 건지 모르는 상태로 인터뷰를 끝냈고, 여전히 고민에 빠져 있었다. 리크루터 콜에 좀 익숙해지니, 다음 산은 기술인터뷰였다. 나는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1월에 커피챗한 이 지역 스타트업과의 기술인터뷰도 있었다. 프런트엔드 코딩이라 잘했다고 생각했다.
A사와의 리크루터콜이 있었다. 나는 준비되지 않은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고, 콜 이후에 추가로 내 장점을 어필하는 메일을 보냈다. 그 주 주말엔 2차 절망에 빠졌다. 기술인터뷰도, 리크루터콜도 결국 영어로 대화하는 건데, 내가 영어가 안 돼서 어떻게 하지. 대학원을 갈까 생각도 했다. 일요일에 한 한국 분들과의 커피챗으로 마음을 좀 더 다스릴 수 있었다. 이때부터 Pramp로 모르는 사람과 mock interview를 하기 시작했다.
7. 2월 둘째 주 : 도요타, 피그마와 리크루터콜을 했고, 도요타는 다음 스텝을 안내받았고, 피그마는 안 된 것 같았다. 결국 안 됐다. 그리고 스타트업과의 기술 인터뷰도 탈락했다. 하지만 P사 인터뷰를 본 지 7일이 되는 날, 기술 인터뷰 통과 소식을 받았다. 첫 온사이트 인터뷰 일정을 잡았다. 나는 희망에 가득 찼다. M사는 hiring manager와 스크리닝 인터뷰를 했다. 한국어로 진행해 더욱 내가 영어로 얼마나 나를 덜 보여주고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언어의 벽을 다시금 느꼈다. 한국어로 진행하니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바로 final round를 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mock interview를 하고 열심히 leetcode를 풀었다. 자신감이 점점 올라왔다.
새로운 연락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Amplitude라는 회사로부터 리크루터 콜을 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8. 2월 셋째 주 : 5일 내내 인터뷰 혹은 리크루터 콜이 있는 주였다. 처음으로는 틱톡 기술 인터뷰를 봤다. 알고리즘 인터뷰였고, 망했다. 문제를 못 풀었다. 끝난 직후에는 커뮤니케이션은 잘했다고 생각했다. 화요일엔 Amplitude 리크루터 콜과 mock interview를 했다. Aplitude는 온라인 과제를 받았다. mock interview에서는 정말 절었다. 그날 밤 절망에 빠졌지만 다음 날부터 이어지는 기술 인터뷰를 하기 위해 정신을 차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수, 목, 금 동안 도요타, M, A와 총 4번의 기술 인터뷰를 봤다. 그래도 수요일에 틱톡 기술 인터뷰 합격 소식이 전해져 다행이었다. 나만의 방법을 조금씩 찾아나갔다.
이제 더 이상 뜨는 새로운 포지션도 없고, 지원할 곳도 없었다. 내가 지금 진행하는 회사들과 모두 떨어지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이 계속 찾아왔다. 이다음 주에 있을 P사 온사이트 인터뷰를 대비하기 위해 mock behavior interview를 했다. 의미 있는 피드백을 받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9. 2월 넷째 주 : 월, 화, 수동안 틱톡, P, M와 총 7번의 인터뷰를 봤다. 그래도 기술 인터뷰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상태에서 봐서 다행이었다. 게다가 final round들은 프런트엔드 중심 면접이라 마음이 좀 더 편했다. 월요일 틱톡 인터뷰가 끝난 후 화요일 P사 인터뷰를 준비하기 위해 mock behavior interview를 한번 더 했다. 일요일 피드백을 반영하려다 보니 오히려 더 못했다. 그날 밤 다시 ㅎㅎ 절망에 잠깐 빠졌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마음을 다시 굳게 먹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고.
5시간 동안 이어진 P사 온사이트를 보고, 바로 A사 기술 인터뷰 결과를 받았다. 통과였다. 하지만 온사이트는 Hiring manager와 얘기를 해봐야 한다고 한다. 그래도 스스로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그 주 남은 인터뷰들을 봤다. M사의 마지막 인터뷰와 Amplitude와의 첫 기술 인터뷰였다.
그리고 처음으로 미국 회사 리크루터에게 직접 지원하라는 DM을 받았다. 내 프로필을 어떻게 찾았지 싶었다. 또 링크드인을 통해 또 다른 미국 스타트업으로부터 커피챗을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일기를 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10. 2월 마지막 주 : 계속 결과를 기다린다. 틱톡 인터뷰도 한번 더 봤다. 가장 어려웠다. 그리고 수요일에 틱톡으로부터 탈락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P사와 M사는 일주일이 되었지만 결과가 안 나왔다. P사는 화요일에 인터뷰 결과 논의를 한다고 했는데...
파이널 인터뷰 결과는 나온 곳도 있고, 안 나온 곳도 있다. 아직 안 끝난 프로세스도 있다. 다음 일기는 오퍼를 받았다는 내용이었으면 좋겠다. 오퍼를 받고도 출근하는 날까지 모르는 게 미국이라던데. 그래도 미국에서 한 번은 오퍼레터를 받았으면 좋겠다.
나의 2달을 회고해 보니 매번 헤맸다. 이력서를 작성하는 것도, 리크루터 콜에서도, 기술 인터뷰에서도, 그리고 behavior interview에서도. 그래도 짧은 기간 동안 절망하면서도 꾸준히 도움을 요청하고 시도하면서 그 절망을 이겨내 왔다. 2개월 동안 참 많이 애썼다. 지금이라고 해서 완벽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 짧은 기간 안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final interview까지 볼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스스로가 대견하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왔다. 영어도, 문화도, 인터뷰 프로세스도. 하지만 나의 노력과 주변의 많은 도움으로 그래도 많이 해냈다. 장하다!! 빨리 취업해서 당당히 도와주신 분들과 도움이 필요한 분들께 베풀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