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소녀 Jun 13. 2022

안탈리아

밤바다

애초에 그녀는 밤바다를 좋아하지 않았다. 칠흑 같은 어둠이 그녀를 잡아먹을  같다는 생각을 종종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밤바다를 갔다.

이유는 단순했다. 누군가 그녀에게 밤바다가 낮에 보는 바다보다 몇 배 더 예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현혹되었다. 단순하고도 근거 없는 그 말에 홀랑 넘어가 밤바다를 갔다. 그녀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저 노부부는 바다를 보면서 지난날을 이야기할까 아니면 함께 살아가야 할 미래를 이야기할까

한쪽 무릎을 꿇고 연인을 바라보는 저 남자는 어떤 달콤한 말을 건넬까

그렇게 그녀는 자갈밭의 자갈 색깔들을 구별할 수 없을 때까지 바닷가에 누워있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이 바닷가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바다를 닮아갈까 하고. 그렇다면 그 사람들은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들일까를 상상했다.

그리고 다시 생각했다. 그녀도 하늘에서 일을 하면서 하늘을 조금도 닮지 않은 것에 대해. 하늘은 늘 아름답지만 그녀는 아름답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줄기 달빛이 구름이 걷히는 순간 그녀의 얼굴에 내려앉았다. 그녀는 이 넓은 바닷가에 오직 달과 그녀,  단둘만이 존재한다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찰박거리는 파도소리, 그리고 잘그락 거리는 자갈 소리. 반달이 뜬 날이었다. 반밖에 차오르지 못한 달은 온전하지 못한 빛을 내고 있었다. 까만 밤이 오기는 하는 걸까

그녀는 생각했다. 불온전한 것들에 대해서. 불안정하고 불 완벽한, 휘청거리고 비틀거리는 가엾은 영혼들에 대해 생각했다. 애초에 인간은 벌거숭이 였으닌깐,

그녀는 차마 밤바다를 앞에 두고 앉을 수 없었다. 이대로 주저앉아버리면, 밀물이 들어와서 온몸이 파도에 잠겨버리더라도 영영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았으닌깐. 그녀는 대신 숨을 깊게 들이마시었다. 바닷가의 짠내가 폐 속 깊은 곳까지 차올랐다. 그녀는 천천히 혓바닥으로 입술을 핥았다. 바다에 들어간 적도 없지만 그녀의 입술은 짭짤한 맛을 내고 있었다. 곧, 그녀는 바다와 하나가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이탈리아 호수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