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어떤 사회인가?
어릴 때부터 다수결과 민주주의를 동치로 배우기 때문에 '패배한 소수'의 승복과 순응을 도덕적으로 당연시하고,
그러한 도식에서 자연스레 촉발되는 일련의 정치적인 것-갈등과 적대감을 그 자체로 '악'으로 규정하며,
소수자들의 요구는 아예 들어볼 가치조차 없는, 요컨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사악한 빨갱이들의 외침으로 여겨 철저히 타자화, 구축, 배제해 버리는 사회.
민주주의는 절대선, 민주주의는 무조건 옳은 것이고 그것은 곧 다수의 논리이므로,
어떻게든 그 다수에 포섭되고자 하는 욕망-Wille zur Macht가 아닌 그냥 비열한 권력욕-에의 질주를 '노력'이라 부르며,
그것이 달성된 삶을 '성공'이라 일컫는 사회.
마치 무소불위의 다수정당처럼, 도덕적 우월감이 뒷받침해주는 무한대의 자기긍정.
그런 삶을 적극 권장하고 독려하는 불쏘시개같은 매대의 책들과 명사의 강연들.
후기자본주의 사회의 이 모든 병리적 현상들은 자유민주주의를 신격화하는 교육에서 비롯되었다.
민주화 투사들의 피와 희생으로 쟁취해낸 건 맞는데, 우리나라에는 '그 다음'이 없었다. 그 지점이 대한민국의 '역사의 종언'이었던 것이다.
자본주의는 왜 늘 자유나 민주라는 이념으로 정당화되는가?
자유와 민주에 대한 회의적 사유는 왜 언제나 '악'으로 규정되어야 하는가?
언제까지 그러한 구시대적 이항대립으로 정치를 논해야 하는 것일까?
이제는 자유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하고 옳은지가 아니라 얼마나 불안정하고 부자연스러운 체제인지,
얼마나 쉽게 전체주의로 흐를 수 있는지, 우리의 평온한 일상이 어떤 희생과 억압을 딛고 서 있는지,
또한 자본주의가 그 풍요의 이면에 어떤 불평등과 부조리를 내포하고 있는지, 얼마나 착취적인 구조를 강요당하며 살아가는지,
그런 것들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