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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윤시 May 07. 2024

#2 Drink, Eat, Love

낭만 가득한 유럽과 무계획 소녀들

유럽여행의 첫번째 도시 Paris



파리에서 제일 가고 싶었던 루브르. 우린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환상인지 기대인지 상상인지. 무엇인지 모를 파리의 여유로움이 맘에 들었다. 



비행기 안에서 내내 미술사를 읽어대던 아가씨 덕분에 난 조금 더 다채롭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었다.  피카소가 들으면 놀랄만한 우리의 엉뚱한 상상까지. 여전히 내게 여행은, 사유와 발화가 전부다.



그림보다 천장이 더 눈에 띄었던 건 루브르의 단 한 가지 약점일 테지



거리에 앉아서 지나가는 비둘기를 바라봤다. 비둘기마저 느긋한 파리는 우리와 참 잘 어울리는 도시라고 생각했다. 할 수 있다면 되도록 느긋하고 여유롭게 살아가고 싶기 때문에. 아, 느긋한 것과 느린 것은 다르다. 난 느긋하게 살고 싶다. 파리의 새들처럼.



이 사진에서 유심히 봐야 할 것은 여인의 모습이 아니라, 언제 뛰어들어도 이상하지 않은 지하 철도다. 프랑스의 지하철은 매우 위태로웠다. 불안한 곳과 불안한 사람이 만난다면 ••

얼른 지하철을 고칩시다.



에펠탑. 

생각한 것처럼 생겼다. 

홍대병은 아니지만 남들 다 하는 건 왠지 싫어서 

설명도 생략하겠다. (홍대병 맞을지도 모르겠다)



프랑스는 달달함의 도시라고 누가 그랬나. (내가 그랬다)  우린 하루 종일 디저트를 먹었다. 저기서 먹었던 크림 브륄레의 맛은 아직도 생경한데, 어쩌면 에그타르트를 사랑하게 된 건 파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오래전 어떤 이가 자주 들러서 유명해졌다는 서점. 유명해진다는 것은 모르는 이가 나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다는 것일까?



귀에 담기는 캐럴을 뭉개진 발음으로 열심히도 흥얼거렸던 파리의 크리스마스 상점. 이곳에서 마신 뱅쇼가 나의 첫 뱅쇼였기 때문에 나는 그 뜨거운 포도주를 오래도록 사랑하겠지. 



아이들은 어딜 가던 있고, 때 묻지 않은 눈동자에 담긴 사랑스러움은 전 세계 공통. 나도 한 장 그려 달라고 부탁하고 싶었지만, 저 아이만큼 귀엽게 앉아있을 자신은 없어서 그냥 지나쳐 걸었다. 



저녁 먹으러 가기 전 들렀던 기억나지 않는 이름의 저 다리. 나의 성능 좋은 아이폰에도, 서영이의 중고 캠코더에도 담기지 않았던 파리의 밤. 비행기를 못 타는 할머니를 위해 내 눈동자를 빌려서 보여줄 수 있다면. 정말 그렇게 하고 싶을 정도로 사무치게 아름다웠던 파리의 야경이었다. 글을 쓰는 지금도 아름다웠다는 말로밖에 형용하지 못하는 내가 밉다. 



야심 차게 찾아갔던 라라랜드 재즈바. 크리스마스이브에 꼭 가고 싶었던 재즈바였는데, 하필 문을 닫았다니. 어쩌면 좋은 걸지도 모르겠다. 파리에 이 정도 아쉬움이라도 두고 오지 않았다면 내가 지금 이렇게나 그곳을 그리워하고 있지는 않을 테니.



난 거리를 거닐며 자주 거울 속 주름진 나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다. 아마도 그건 거리 위에 예술가들이 너무 멋진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 난 80살 즈음 어떤 도시에 살고 있을까. 

그게 어디든 굽은 허리로도 당당하게 걷고 있길.



파리는 걷기만 해도, 과장 하나 없이 정말 숨을 쉬기만 해도 행복한 도시라서 우린 쉴 새 없이 걷고 또 걸었다. 깔깔대며 한참을 웃고, 노래를 틀고 방방 뛰어다니고, 테러범에게 공격당하는 이상한 생각을 하고. 도로 위에 흩뿌렸던 웃음소리만큼, 우린 아주 많이 행복했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지는 해를 마주치면 그제야 우린 멈춰 선다. 내게 침묵은 불편함에 가까운 것이었는데. 왜인지 파리에서는 침묵만큼 편안한 게 없었다. 


밤의 에펠. 

자꾸 말을 생략해서 그렇지, 에펠탑 정말 예쁘다. 



호스트가 다큐멘터리 디렉터였던 파리의 마지막 집. 우린 집에 전시되어 있던 카메라와 슬레이트를 보며 잔뜩 들떠있었다. 다음번 파리 여행에도 기욤의 집에서 머물 수 있길. 



파리를 시작으로 난 자주 서영이의 담배를 말아주었다. 점점 실력자가 되어가는 것도 웃겼지만, 니코틴뿐인 담배로 널 살리겠다고 열심히 말고 있는 내 모습이 참 이상하고 웃겼다. 생각해 보면 난 한국에서도 종종 친구들에게 담배를 선물하곤 하는데, ㅎ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게 너희를 살릴까? 



DRINK , EAT , LOVE (내겐 러브만 없었다.) ••

파리는 일상과 환상의 경계에 있는 도시였다. 

그래서인지 난 가까운 곳에서 자주 벅차오름을 느꼈다. 

유럽의 넓은 땅덩어리 속 

어느 한 곳에 날 떨어뜨려야 한다면 

난 고민 없이 파리를 선택하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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