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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혜 Aug 23. 2023

외향형 엄마와 내향형 엄마 - 1

MBTI 육아: E or I

엄마는 말이야. 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을 만나는 일을 하지. 불행한 아이들과 불행한 부모들을 많이 봐. 속상한 일이지. 그런데 항상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어. 엄마들이 아이들과 갈등이 생길 때, 아이에 대해서만 생각한다는 거야. 순서가 뒤바뀐 느낌이야. 사실 엄마 자신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야 하거든. 아빠도 마찬가지이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서 정말 잘 안다고 생각해. 그러면서 ‘우리 애가 누굴 닮아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라거나 ‘내 배로 낳았지만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라는 말들을 하지. 사실 내가 낳은 자식이 누구를 닮았겠어. 나를 닮거나 내 배우자를 닮았겠지. 그래서 사실 부모가 되기 전에 부부가 되어야 한단다.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부부 관계에서부터 연습해야 할 일이야. 아내와 남편이 서로를 이해해야 그 누구를 닮든지 아이를 이해할 수 있지 않겠어?


그래서 다양한 방법으로 나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 입체적으로 또 다방면으로 스스로 관찰하는 거지. 이때 심리학은 많은 도움이 되지.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객관적인 도구를 제공하거든.

    

임상심리사로서 MBTI의 인기를 빌리는 것은 뭐랄까. 사실 자존심이 좀 상한다고 할까? 심리학에서는 임상 장면뿐만 아니라 연구 장면에서도 MBTI는 잘 활용되지 않아. 심리검사로 활용되기 위한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지. 그럼에도 대 MBTI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니 숟가락 좀 올려볼까 싶어. MBTI를 혈액형이나 사주쯤으로 생각하는데, MBTI는 성격을 구분하는 유형이론 중에 한 가지야. 그래서 믿고 믿지 않고의 차원이 아니지. MBTI를 통해서 나를 이해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면 되는 거야.


요즘은 자신의 MBTI 유형을 모르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 MBTI에 포함된 8가지 요인은 타고난 성격의 선호 경향이라고도 부르지. 말 그대로 선천적이라는 거야. 살아가면서 조금씩 그 경향이 줄어들거나 늘어날 수는 있지만, 우리는 기본적으로 지니고 태어난 선호 경향을 가지고 있어.




엄마는 외향형이야. 외향형은 흔히 에너지가 바깥으로 향한다고 하지? 엄마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통해 힘을 얻어. 물론 나이가 들어가면서 외향성이 조금씩 줄어들고 집에 쉬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지만, 집에 너무 오래 있는 것은 엄마에게 별로 즐거운 일은 아니야. 오히려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지. 지인들을 만나지 않더라도 주변에 사람 자극이 있는 상황을 좋아해. 일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도 사람들이 많은 카페나 도서관에서 하는 것을 좋아하지. 내가 외향형인지 내향형인지 헷갈린다면 스트레스가 심할 때, 제일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돼. 엄마는 무조건 아빠랑 시끌벅적한 술집에 가서 이야기하며 풀고 싶거든!


외향형인 엄마들은 ‘사람’, ‘활동’, ‘새로움’에 이끌리지. 그래서 내향형 엄마들보다 양육이 덜 힘들지 몰라. 기본적으로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을 좋아하니까 말이야. 엄마도 분명 너와 함께 많은 모임에 참여하고, 네가 다양한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집 밖으로 나가겠지. 아빠도 외향형인 사람이라 아마 너도 외향형을 타고날 거라고 생각해. 가족들의 에너지의 방향이 비슷하다는 건 좋은 점이 많지. 누구는 나가고 싶은데, 누구는 집에 있고 싶다면 조율하는 것이 꽤 힘들 테니 말이야.


그런데 에너지의 방향에 따라서 외향성과 내향성을 구분하는 것은 MBTI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두 성격이 N극과 S극처럼 정반대에 놓여 있다고 하기는 조금 어려워. 공유하지 않은 특성들도 많거든. 사실 외향성은 심리학에서 아주 많이 연구되는 성격이야. 외향성은 ‘보상체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어. 그렇다고 내향성이 보상체계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어. 그래서 정반대의 특성이 아니라는 것이지. 보상체계에 민감하다는 것은 어떤 행동을 통해 무언가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 행동을 하고 싶어 하는 거야. 사람에 따라 보상의 내용은 다르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금전적인 보상이 따르는 일에 움직이고,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관계가 더 확장되는 일에 움직일 수 있지. 그리고 외향적인 사람들은 보상을 통해 느끼는 즐거움이나 만족감 같은 긍정 정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지. 그래서 외향적인 사람들은 더 행복하다고 해. 많은 심리학자들은 외향성이 행복(주관적 안녕감)과 관련된 성격 요인이라고들 하지.




하지만 말이야. 외향형인 엄마가 반대로 보상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면 어떻게 될까? 가령 육아 초기라면 말이야. 이제 막 아이가 태어나면 엄마는 하루종일 아이에게 붙어있어야 해. 하루하루 커가는 아이의 모습에 만족하고 행복해한다면 다행이지만, 한편으로는 나만 빼고 세상 사람들이 즐겁게 놀러 다니고, 재밌게 만나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 산후우울증은 외향적인 사람들이 더 겪을 확률이 높아. 집에서 홀로 계속 육아만 한다면, 사람들과 단절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거든. 아이를 기르는 일은 정말로 고귀한 일이지만, 엄마의 에너지를 정말 많이 쏟아내야 해. 지치고 힘든 일이기도 하지. 다시 에너지를 충전해야 하지만 외향적인 엄마는 아이를 키우는 것만으로는 에너지가 채워지지 않아. 뭔가 충족되지 않은 것 같고, 내 삶이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하지. 자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어. 그래서 외향적인 엄마는 틈틈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사람들을 만나야 해.


성취-지향적인 엄마의 이야기를 기억하니? 엄마는 다양한 역할들을 끊임없이 지속해 가고 싶다는 말 말이야. 그 역할들을 수행하는 것은 엄마에게 많은 즐거움을 가져다줘. 그렇기 때문에 너를 낳은 후에도 어느 정도 조율은 하겠지만 완전히 포기하고 싶지 않아. 혼자 어렵지 않겠냐고? 당연히 네 아빠에게도 미리 말해 두었지! 아빠는 분명 많이 도와줄 거야. 그리고 당연히 아빠가 에너지를 충족할 수 있도록 엄마도 최선을 다 할 거야. 친구들을 만나거나 축구 경기를 뛰러 나가는 일은 아빠에게 분명 즐거움을 줄 테니까. 우리는 한 팀이거든!



엄마는 누가 뭐래도 엄마의 행복을 열심히 챙길 거란다. 그 과정이 결국 너를 더욱 행복하게 돌보는 정답이 될 테니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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