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Review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애 Aug 14. 2023

1cm 차이 – 1cm +me

만족하니 충분하다

‘딱 1cm만 더 컸으면 좋았을 텐데…’


언젠가 키를 쟀을 때 들었던 생각이다. 그때 내 키는 159cm였다. 딱 1cm만 더 크면 십의 자리 수가 달라지니 키가 더 커 보일 것이라 여겼다. ‘그러면 조금 더 어른 같아 보이겠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이를 먹을수록 그에 걸맞은 조건들을 갖출 수 있길 바랐다. 물론 그 조건을 세운 것은 나였고 그것을 채울 수 있다면 성장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은 160cm이다. 예전에 바라던 키에 도달했지만 여전히 1cm를 원하고 있다. 이번에는 소수점 때문이었다. 일의 자리 뒤에 붙는 0.9cm라는 그 애매한 소수에 눈길이 갔다. 본인 외에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아주 사소한 것이었지만 신발에 들어간 작은 돌멩이처럼 은은하게 거슬렸다. 159cm일 때와 마찬가지로 ‘딱 1cm만 더 컸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가 바뀌었지만 아직도 1cm를 찾고 있고 앞으로도 1cm를 찾을 거란 예감이 들었다. 159와 160 사이에 1cm라는 차이가 있지만, 나에게 만족하지 못할 뿐더러 ‘그때의 나’에서 ‘지금의 나’까지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성장에는 신체적인 발육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영역도 있다. 그것을 채우는 데 필요한 자양분을 충분히 받아들였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노력했지만 그것은 키처럼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지난번보다 성장했다는 것을 알아채기 위해 부족한 부분을 계속 파헤칠 수밖에 없었다. 간혹 성장하기 위해 더욱 냉담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아직도 부족하다고. 


그런데 약한 곳을 계속해서 두드린 탓인지 요즘에는 그곳이 꽤 아팠다. 조금 더 성장하기 위해 단단해지려고 무른 곳을 두드렸는데,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그 아래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거기에 박혀서 내 능력은 여기까지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판명 받은 것 같았다. 내가 내 자신에게 말이다. 


울적하고 씁쓸한 기분에 ‘차라리 얼마나 부족한지 수치로 파악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라는 푸념을 한바탕 늘어놓았다. 1cm 차이라면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해 얼만큼 힘을 쏟으면 되는지 적어도 가늠을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내 인생에서 더하고 싶은 1cm를 알아내는 데만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그 부족한 1cm를 찾을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얼마나 막막한 일인가. 



그래서 이 책의 문구를 보았을 때 흥미가 생겼다. “매일 더 나은 1cm의 나를 찾는 크.리.에.이.티.브.한 여정” 인생의 여러 가지 문제들 사이에서 나에게 필요한 1cm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크리에이티브한 여정을 위해 인생의 중요한 힌트를 담은 글들을 적었다. 어떤 글은 한 문장에 지나지 않았고, 어떤 글은 그림이 전부였으며, 어떤 글은 표와 같았다. 그 모든 내용은 굉장히 쉽게 쓰여졌다. 


“앉은 자리를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없다.”와 같이 가끔 이치를 통달한 듯한 격언 같은 글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인생을 위한 잠언집 같지만 “일 더하기 일은 과로.”와 같은 농담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읽고 있으면 여러 고민 속에서도 유치한 말들 덕에 피식 웃고 기분이 조금 나아지기도 한다. 


결코 짧지 않은 1cm의 길이를, 그 의미가 무엇인지 책을 읽고 바로 알 수는 없다. 다만, 페이지를 접고, 빈칸을 채우고, 그림 위에 색을 칠하는 등 흥미로운 참여를 유도하는 책은 내가 할 수 있는 1cm만큼의 새로운 생각, 1cm만큼의 작은 노력, 1cm로부터의 작은 충격에 의한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무수한 길 속에서 갈피를 잡을 수 없다면 나만의 1cm의 가능성에 주목하길 바란다는 뜻이다. 


그 1cm 차이는 여태까지 부족해서 채울 수 없던 것을 충분히 만족스러울 만한 것으로 새롭게 인식될 수도 있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더 채울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하며 만족을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매일 그렇게 성장하고 성숙해질 것이다. 



※ 본 리뷰는 [아트인사이트] 문화초대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아트인사이트 컬쳐리스트 | 문지애

#아트인사이트 #artinsight #문화는소통이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66235

매거진의 이전글 뒤피만의 시각으로 구현한 환상적인 세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