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림이 Oct 10. 2021

외로움보다는 소외감

나와 그들 사이에 그어져 있는 선이 서글플 때

외톨이라... 장미씨는 잘 이해가 안가겠지만 나는 한국에서도 줄곧 그렇게 느끼며 살았었어. 사회생활도 취미 활동도 열심히 했었기 때문에 주변에 사람들이 항상 있긴 했었지만 아싸 기질이 다분한 나는 많은 사람들과 부대껴야하는 상황이 오히려 큰 스트레스라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했고 기본적으로 나는 내가 주변 사람들과 뭔가 다르다고 느껴왔기 때문에 처음 유학 생활을 시작하고 나와 완전히 다른 사람들속에 들어가게 됐을때도 특별히 외롭다고 느낀적은 없었어. 내가 처음으로 느낀 건 외로움보다는 소외감이었어.


우리 학교는 인터내셔널 학생이 꽤 많은 곳이야. 학교 이벤트나 멘사라 불리는 학교 식당에 가면 중국, 이탈리아, 브라질, 오스트레일리아, 방글라데시, 인도, 태국 등등 전 세계에서 온 친구들을 다 만날 수 있어. 이들은 모두 나같은 "다른 사람들"이라 오히려 서로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쉽게 그들 곁 한 귀퉁이를 내어주었어. 그래서 그랬는지 장미씨와는 다르게 외롭다고 느낄 새가 없었어. 이것도 장미씨가 공부했던 동독과 내가 공부하고 있는 서독의 차이 중 하나일까? 아니면 10년이 넘는 시간차 때문일까?


하지만 대망의 첫 수업날! 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어. 분명 나보다 한해 일찍 같은 공부를 시작한 친구에게 지금까지 인터내셔널 학생이 대부분이었다고 들었는데 그 해에 도대체 무슨 천재지변이 있었던 건지 딸랑 나와 러시아 아이만 인터내셔널이고 다들 독일애들인거야. 맙소사! 게다가 이 러시아 친구는 남편을 따라 독일로 오게 된거라 이미 거주한지 몇년이 되었고 독일어를 할 줄 알았어. 물론 수업은 영어로 진행 됐지만 심심치않게 "독일어 상황"이 날 덮쳐왔어. 쉬는 시간에나 수업 시간에나. ABC만 익히고 간 나에게는 그야말로 외계어로 들리는 상태였어. 처음엔 다들 영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해줬지만 그것도 잠시, 매 시간 교수님이 영어로 이야기 하라고 주의를 줘야했지. 우리는 그룹 과제가 자주 있는데 자연스레 독일 아이들은 그들끼리 팀을 꾸리는 일이 잦았어. 그럼 독일어로 진행할 수 있으니 더 편하겠지? 이 독일 학우들은 너무나도 친절하고 이해심 많았지만 매 순간 내 눈에는 그들과 나 사이에 그어진 선이 선명하게 보였어. 내가 넘어갈 수 없어 보이는 그런 선. 휴, 이렇게 완벽하고 강도 높은 소외감은 태어나서 처음 느껴본 것 같아. 뭐, 서글픈 건 둘째치고 그룹을 못만들어 혼자 덩그러니 남겨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뒤늦게 이 수업을 듣거나 아님 불합격해서 다시 듣는 이전 학생들이 있어서 같이 팀을 만들 수 있었어. 그리고 툭툭 이 서글픔을 털어냈지. 


아마도 수업 밖에서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나서 그 서글픔이 크게 자라지 않은 거 같아. 장미씨는 어떤 친구들을 만났었어? 독일어를 잘 했으니 독일인 친구도 많이 있었겠지?? 어떤 학교 생활이었을지 궁금해.

매거진의 이전글 외로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