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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빛 May 18. 2021

나와 당신의 등대지기 #2

- 제10회 한국의학도 수필공모전 ‘연필’ 입선작



#2. 등과 등대지기의 역사




오랜 시간 동안 등은 만국에서 인간의 약점으로 치부되었던 것 같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자. 음유시인인 오르페우스는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아내를 찾아 저승까지 내려갔다. 애절한 노래에 감동한 저승의 왕은 아내를 이승으로 돌려주면서 경고를 했다. 이승에 도착할 때까지 절대로 뒤돌아보지 말라고. 아마도 등 뒤에는 인간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섬뜩한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그는 뒤를 돌아봤고, 아내를 영영 잃고 말았다.


‘등을 보이지 말라!’ 외국의 어느 공포영화 포스터의 문구는 진부하다. 하지만 고전은 영원하다. 공포에 질린 주인공이 뒤통수를 부여잡고 새우등처럼 웅크린 자세는 소름 끼쳤다. 극도의 불편함은 덤이었다. 아, 등이 노출되어 있잖아! 어째서 창조주는 우리에게 앞을 보는 두 눈만 준 걸까? 원망스러웠지만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영화를 본 그날 밤, 꿈에서 나는 새우등 자세를 한 주인공이었다. 둔탁한 물체가 두려움에 떨고 있던 나를 내려쳤다. 일인칭 시점에서 주변이 페이드아웃 되면서 의식이 희미해졌다. 이윽고 낮은 음성이 들렸다. -넌 평소에 등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지. 잘못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제 등을 소중히 여기고 지키겠습니다.


그 후 어린 소녀의 등을 보호해 줄 호위 무사(라고 적고, 인형이라고 부른다.)들이 징집되었다. 등을 맞대주고, 지켜주는 ‘등대지기’ 부대이다. 이들은 주로 소파에 기댄 소녀의 등을 세 방면으로 보호하는 역할을 하였는데, 뒤를 지키는 녀석은 등과 소파 사이에서 물리적인 압박감이 상당했다고 전해진다. 소녀가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등대지기의 호위 활동은 대를 이어 계속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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