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 With Environment
전 세계적으로 환경문제가 심각한 이슈로 떠오름에 따라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친환경’ 키워드가 디자인의 새로운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그린디자인, 에코디자인, 지속 가능한 디자인과 같이 환경디자인에 관련된 여러 단어가 등장하였다. 또한 세계적인 기업이 잇따라 그린디자인을 지향하며 디자인 단계뿐만 아니라 재질, 포장, 생산과정에서 유해물질 사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모색하며, 오랫동안 사용이 가능함과 동시에 에너지 소비가 적은 디자인을 제품에 담아내고 있다. 기업의 노력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다. 조금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종이 빨대를 사용하거나 일회용 용기를 줄이기 위해 다회용 용기에 음식을 포장하는 등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을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여러 움직임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현재 환경에 대한 관심이 최고에 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디자이너로서 가져야 할 여러 가지 능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와 공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는 소비자의 입장을 공감하며 원하는 솔루션을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현재 환경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며 적극적으로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좋은 아이디어로 소비자에게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줌과 동시에 공감을 끌어내 구매까지 이어지게 해야 한다.
디자이너가 어떤 제품을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환경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지만, 사용성을 고려하지 않고 환경만을 생각하는 바보 같은 디자인의 제품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디자이너는 환경을 위한 디자인을 할 때, 치명적 실수를 범하기 쉽다. 내가 평소 생각해왔던 이 실수들에 관해 기술해보고자 한다.
[ 환경을 위한 디자인이 인간을 위한 디자인인가 ]
디자이너는 환경을 위한 디자인이 과연 인간을 위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나는 환경을 위한 디자인이 인간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말이 '환경이 좋아지는 것이 인간에게 좋을 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디자인으로써 환경을 좋게 만들어 인간까지 영향을 끼치기까지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일일까 고민했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을 할 수 없게 되자 관광지의 자연환경이 다시 깨끗하게 되돌아온 점이나 일회용 마스크로 인해 다시 바다에 피해가 가는 것을 보고 인간과 환경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인간과 가장 맞닿아 있고 사람을 위해, 사람을 더 풍요롭게 만들고자 하는 디자이너는 환경을 위한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결론까지 도달했다. 또한 디자이너는 머릿속으로든 실제 제품으로든 끊임없이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환경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빅터파파넥은 ‘산업 디자이너는 새로운 문제를 창조해 내기 위해 고용되고, 사람들의 생활에 있어 새로운 불만을 느끼게끔 했다면 해결책을 찾아낼 준비를 한다’라고 하였다. 하지만 환경을 위해 디자인된 무언가가 또 다른 ‘새로운 문제’를 창조했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계속해서 사회적으로 제안되어왔던 텀블러와 에코백은 수요보다 너무 많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한 사람이 너무 많은 개수를 갖게 되어 오히려 환경에 해가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또한, 일회용 컵보다 텀블러 하나를 생산하는데 온실가스를 더 배출하기 때문에 하나를 100여 번 이상을 사용해야 환경보호 효과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
환경보호를 위한 것이 환경문제를 야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환경을 위해 디자인된 것이 또 다른 불편을 만들거나 수요가 없는 것 또한 새로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에코디자인, 그린디자인 등 환경 디자인은 환경성 뿐 아니라 경제성, 편의성까지 고려해 디자인해야한다.
최근 배달 서비스가 활발해지고 수요가 많아지면서 배송이나 제품을 포장하는 것에도 환경을 위한 움직임이 보인다. 일회용 완충제, 아이스팩 등을 종이 완충제나 얼린 생수, 100%물로 이루어진 아이스팩으로 바꾸는 회사들이 많아졌다. 또한 삼성에서는 자사 제품을 포장하는 박스를 소비자가 조립하여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에코 패키지 시스템을 디자인하였다. 이 업사이클링한 박스는 테이블, 리모컨 수납함, 잡지꽂이, 고양이 집으로 만들 수 있으며, 소비자에게 재미와 활용성까지 주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도면 종이가 들어있지 않고 QR코드로 들어가 핸드폰으로 도면을 보며 만든다는 점에서 불필요한 종이를 쓰지 않은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처럼 소비자에게 재미를 주며, 소비자 스스로 업사이클링해보며 환경보호에 함께하고 있다는 듯한 느낌을 주는 제품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인간, 환경, 디자인의 조화 ]
제품 디자이너로서 환경을 위한 디자인을 할 때, 큰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 기능적, 심미성이 높게 디자인된 제품이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므로 지구를 위한 디자인이라고 해서 효율이 낮은 제품을 디자인하게 되면 소비자에게 공감을 끌어낼 수 없다. 그런 제품이라면 평소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라도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구매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새로운 재질과 방법으로 친환경적으로 디자인된 제품이라도 기존 제품보다 가격이 높다면 소비자는 구매를 주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환경 디자인적 요소가 그저 제품의 장식이 되면 안 된다. 디자이너라면 과도한 장식을 제거해야 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제품에서의 장식은 제품의 의미를 깎아버릴 뿐만 아니라 용도를 퇴색시킬 수도 있다. 환경 요소가 제품에 들어갔을 시에는 제품 본래의 의미를 없애 버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환경 요소를 제품에 잘 녹아들게 해 친환경 요소가 제품 본래의 의미와 섞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빅터 파파넥은 ‘디자인보다 더 해로운 직업이 있긴 하지만 극소수’라고 말하며 계속해서 어떤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디자이너의 고민을 잘 표현해주었다. 파파넥의 이 문장에서 볼 수 있듯이 디자이너는 자신의 작업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더 나은 것을 위해 계속해서 고민해야 한다.
이 딜레마를 잘 극복하기 위해서라면 기존제품보다, 혹은 기존제품과 가격이 같아도 소비자의 공감을 끌어낼만한 차별점이 필요하다. 디자이너는 소비자와 활발한 상호작용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앞에서 언급했던 소비자가 직접 환경 보호에 기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나, 재활용하는 데에 있어서 재미를 주는 등 환경보호 요소를 넣은 제품으로 소비자와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해야 할 것이다.
환경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제품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기본으로,
소비자에게 환경에 대한 공감을 끌어내면 진정한 친(親)환경적인 디자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환경을 위한 디자인으로 소비자에게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환경 보호에 기여하고 있다는 느낌 주기 (소속감)
재미를 주는 환경보호 요소 디자인하기
환경 디자인 요소가 제품의 장식이 되는 것을 배제하기
열두 줄의 20세기 디자인사 - essay on design04
인간을 위한 디자인 - 빅터파파넥
# 두 개의 책을 읽고 환경과 디자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본 디자인 담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