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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니Tini Feb 08. 2024

1호선 출근길(1)

출근길은 힘들어요.


1호선 출근길 
지하철 기다리면서 그리셨을까? 누군가 그려두었다.


"딱 한 발 뻗을 공간만 있으면 탈 수 있어요."


 광운대행 열차가 당역에 접근하고 있다는 안내방송과 함께 빨라지는 걸음들을 피해 맨 끝으로 달려가기 시  작했다. 앞에 걸어가는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게 조심조심 그렇지만 열심히 달린다. 


 1호선을 타고 2달간 통근하면서 한 가지 얻은 팁이 있다면 열차 앞쪽에서부터 최대한 끝으로 멀어질 것이었다. 

 

 5-4번에서 3-1번으로 그렇게 1-2번까지 오게 되었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꾸역꾸역 밀린 듯이 들어오는 인파를 피해 한숨 덜 수 있다. 


“이번 역은 가산디지털단지, 가산디지털단지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헤드셋을 낀 채 노래를 듣다가도 가산디지털단지역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에 흠칫 놀라게 된다. 노이즈캔슬링 헤드셋임에도 불구하고 선명하게 그 이름을 들을 수 있다.


 “가산디지털단지역”


 2호선 환승역인 신도림역이 사람이 가장 많을 거라는 편견을 깨고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쏟아지듯 사람들이 나가고 들어온다. 


 수도권 인구 반이상이 가산에서 환승하나 싶을 정도로, 타기도 힘들고 내리기도 힘든 곳이다. 출근길의 진풍경이 궁금하다면 8시쯤 가산디지털단지역을 추천한다.


 이리저리 밀리고 치이는 사람들 속에서 '이건 어쩔 수 없이. 그럴 수 있어'를 매번 상기시킨다. 출근길의 치임과 밀림과 약간의 부딪힘은 회사에 늦지 않기 위한 절실함이며 간절함의 몸부림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한번 놓친 지하철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지각사유서는 언제고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니까, 나도 그랬던 적이 있으니 당신도 그랬을 거라고, 그래서 그냥 원래 그런 거라고 사람에 치여 순간 힘듦이 몰려올 때면 그렇게 주문을 건다. 


  거의 매번 같은 시간에 열차를 타도 다른 시간에 도착할 때가 많다. 1년에 지하철 지연, 연착, 고장이 얼마나 잦을 까 싶지만 약 50번의 출근 동안 신호기 장애로 인한 지연, 열차 이상으로 인한 열차 변경을 겪었다. 


 9시 00분 52초, 신호기장애가 남긴 출근기록이다. 


 역에 내려서 뛰어 올라가는데 타 팀 주임님 두 분과 인턴선생님 한 분을 봤던 기억이 아직까지 선명한다.


 “할 수 있을까요? 저희?”


 할 수 있냐고 서로 묻고 다 같이 낮은 언덕을 뛰어올라가 지문을 찍었던 그날,  그런 숨찬 출근길은 다시는 괜찮다. 절대 사양하겠다. 


  점심시간에 한 주임님과 인턴선생님들과 출퇴근길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사는 곳은 어디인지, 출근까지는 얼마나 걸리는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출근길의 힘듦을 나누게 된다. 


 "진짜 타야 되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을 때 그래도 한 번 타볼지, 아니면 그냥 포기할지 정말 고민되더라고요."


 "제가 출근을 좀 해보니까 딱 한 발 들어갈 틈만 있으면 탈 수 있더라고요."


 사람으로 꽉꽉 들어차 있는 지하철에 한 몸 던져서라도 타는 사람들이 있다. 딱 한발 넣을 공간에 올라타면 손잡이고 봉이고 잡을 곳도 없어 문 위쪽에 얇은 틈새라도 잡아야 한다. 


 다른 칸에서 누구 옷자락이라도 걸려서 문이 두 번이고 더 열릴 때마다 얼마나 고역인지, 정말이지 알고 싶지 않았다.

 

 지탱하는 팔에는 힘이 빠지고 이러다 못 버티고 다시 내려야 되는 걸까 걱정하며 까치발로 버텨본다. 그럴 때면 지하철문이 꼭 닫히기만을 기다린다. 그리고 꼭 그렇게 그때 닫힌다. 


 1호선 출근길에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진이 다 빠지지만 우리 팀에 KTX로 출근하는 주임님, 인턴기간 동안 고시원에서 지내는 선생님들도 있다는 사실에 한번 더 힘내보기로 한다.


  이렇게 출근만으로 뿌듯해도 될 진 모르겠지만 오늘도 9시 전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언제고 전쟁과도 같은 출근길을 버티는 모든 직장인들의 건투를 빈다. 백수가 되어서라도 이 응원은 계속될 거라고. 


 아, 너무 늦었다. 자야겠다. 내일 또 출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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