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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니Tini Dec 06. 2022

미국 어학연수 일기 2

EP2. 외국인 친구 사귀는 법

EP2. 외국인 친구들은 어떻게 사귀어요?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MBTI 검사에 따르면 나는 개다. 거리에서 사람이 보이는 족족 졸졸 따라다니는 강아지,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어 꼬리를 좌우로 흔들어대는 강아지.


 20 넘은 세월을 지내  스스로를 평가하자면  사람은 꽤나 사람을 좋아하고 무척이나 외향적이다.


 중학교 2학년 때 반장이 너무나 되고 싶어서 새로운 반으로 바뀐 지 하루 만에 40명가량 되는 친구들의 이름을 다 외운 적이 있다. 그러고는 매 쉬는 시간마다 반장선거에 나갈 거라고 꼭 한표 부탁한다는 이유로 악수를 하고 다녔었다.


 마치 선거 유세를 도는 국회위원들 마냥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가면서 말이다. 돌이켜보면 사춘기의 중학교 2학년 치고 꽤나 용감하다 싶다. 손에서 담배 냄새나는 친구들이 한 두 명이 아니었으므로.


샌디에이고의 하늘

 친구 사귀기에 대해서는 뉴욕을 말하기 머물렀던 샌디에이고를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샌디에이고에서 만난 친구들 대부분이 인생 첫 번째 외국인 친구들이며 영어를 가장 못했을 때 만난 친구들이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친구들을 사귀었다.


 샌디에이고에서 최대한 많이, 할 수 있는 한 정말 많은 친구들을 가장 짧은 시간에 만들었다.

 

 이 주제로 이야기를 할 때면 항상 꺼내오는 일화가 하나 있다. 샌디에이고에 도착한 지 3일 차, 외국인 친구를 사귀어야 된다는 약간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아마도 어학연수 정보를 찾아보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장 걱정거리 중 하나가 한국인의 비율이라고 생각한다. 연관검색어들을 나열해보자면 아마도 한국인들이 적은 국가, 나라별 학생 비율 등이 아닐까 싶다.


 3일째, 주변엔 한국인들밖에 없었다. 몇 명의 일본인 친구들도 있었지만 논다는 개념을 공유하는 사이는 한국인들이었다. 유럽 친구들과 남미 친구들은 아시안들을 구분하지 못하지만 우리들은 구별할 수 있다.


 유럽 친구들 눈에는  옷 입는 스타일이 비슷하고 얼굴 생김새가 닮아있을지 몰라도 우리는 한 번에 한국인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해 서로를 찾았다. 가족과 친구들과 떨어져 아무도 모르는 타지에서 깜빡하고 220 볼트로 잘못 챙겨 온 충전기나 갑자기 똑 떨어진 치약 정도를 빌리기에는 한국인이 편했고 쉬웠고 고마웠다. 된장찌개가 그립다는 이야기도, 적응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모두 속 편히 할 수 있었다.


 같은 언어가 주는 안정감 속에 발목을 스치는 정도의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는데 그건 바로 어학연수의 목적인 영어였다.


 어학연수를 결정하기 비용과 시간의 두 가지 문제에서 고민이 정말 많았다.  어학연수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내게 어학연수는 필수적인 공부는 아닌 동시에 Exteremly expensive 한 공부였다


 솔직한 마음으로 너무나 많은 돈을 쓰고 있는 건 아닐지에 대한 죄책감이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늘 마음 한 구석에서 도사리고 있다.


 두 번째 시간문제는 관대하지 않은 한국의 취업 나이였다. 이미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1년 정도를 휴학하고 졸업을 한 터라 어학연수까지 하고 돌아오면 남들보다 2년은 뒤쳐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서히 영어에 대한 생각으로 마음이 급해지던 그날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에서 1층으로 얼음을 가지러 내려가는 중이었다. 3층에서 멈춰 선 엘리베이터 안으로 한 친구가 들어왔다.


 올려 묶은 금발 머리에 형광빛 오렌지색 스포츠브라와 검은색 3부 정도의 레깅스의 차림은 누가 봐도 운동하러 가는 모양새였다. 서툰 목소리를 내어 어디를 가는 중이냐고 물어봤고 그녀는 운동을 하러 헬스장에 갔었는데 시간이 지나 닫혔다고 대답해왔다. 그래서 대신 밖으로 러닝을 하러 간다고 말이다.


 Can I come with you?


 무슨 생각이었는지 같이 따라가고 싶다고 말했고 그녀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옷 갈아입고 올 동안 기다리겠다고 하였다.


 이미 샤워를 다하고 파자마로 갈아입었던 터라 서둘러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운동 모드로 전환을 했다.


 COME!!! YOU CAN DO IT!!


 그렇다.


 한국에서 바리바리 챙겨 온 레깅스에 기능성 반팔 티셔츠로 복장을 바꾼다고 해서 없던 체력이 올라가는 건 아니었다.


 이 날 러닝은 가장 힘들었던 30분 중 하나로 기억된다. 살면서 한 번도 쉬지 않고 뛰어본 것이 처음이었으며 그녀는 신호등을 기다리는 동안도 제자리 뜀뛰기를 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Oh my god, Did you do running with me, right??'

 그 친구를 다시 만난 건 2달 뒤 친구들과의 파티 자리에서였다. 누군가 소리를 지르며 너 나랑 그때 밖에서 뛴 애 맞지?라고 물어봐서 고개를 돌렸더니 스위스에서 온 19살 그녀가 맞았다.


 열심히 노력을 하고도 어긋나는 서로의 일정으로 다시 한번을 만나지 못함이 못내 억울했는데 알고 보니 친구의 친구였던 것이다.


 마음 한구석에서 콩알만큼 허탈한 심정이 몰려왔지만 그녀와의 달리기 이후로 정말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어서 괜찮았다.


 그녀가 내게 준 건 자신감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녀의 졸업식

 그래서 우리는 친구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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