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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회 Apr 22. 2021

오 남매의 낙원 2 (저 푸른 초원을 꿈꾸며)

6. 저 푸른 초원을 상상하며

6. 저 푸른 초원을 상상하며      


30년 전부터 부부동반으로 6명이 하는 모임이 있다. 아내 친구 둘과 부부동반으로 각각의 생일마다 생일 축하를 해준다. 봉투를 받고 뭐 사주냐고 아내가 묻기에 자동 면도기 사달라고 했다. 안방 욕실에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여태껏 그냥 지냈다. 크게 불편하지 않으면 그냥 살아가는가 보다. 바깥 욕실을 사용해야 하는 불편은 그다지 불편하지 않으니까.


산성 한 바퀴 돌고 점심식사를 했다. 오랜만에 산성을 돌았다. 싱그러운 공기를 마시면서 아내가 호흡기 질환으로 호흡이 나빴을 때 산성 돌면 숨이 트이고 머리가 맑아지는 걸 경험해서 매주 산성을 갔던 일이 스쳐간다. 손자를 보느라 맥이 끊겨 가지 않았다. 6명이 가벼운 산책을 하고 닭볶음탕과 오리탕을 먹고 커피 한 잔 하고 헤어졌다. 농원에 가서 일해야 돼서 일찍 헤어졌다. 모임을 저녁에 항상 했었는데 앞으로는 점심에 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농원에 들어가니 처남이 잔디에 물을 주고 있었다. 큰 처제는 큰 딸이 운영하는 미술학원에 확진자가 나와서 못 갔다. 둘째 처제는 예식장에 갔다가 온다고 했는데 다른 일이 생겼나 못 온다고 연락이 왔다.  난 바로 수로를 묻는 일을 하고 아내와 처남은 잔디를 심는 일을 했다. 내 작업이 끝나고 같이 도와 잔디를 다 심었다. 처남은 숙원 사업이 완성되었다고 무척 만족해했다. 집을 짓고 주변의 빈  자리에 잔디  채우는 일을 마무리 했다. 처남은 일을 힘들게 해서 근육통이 와서 아파서 죽는단다. 단단하게 다져놓은 땅을 파서 잔디를 심으려니 힘들긴 했다. 내가 땅을 파 주니 일이 훨씬 수월해졌을 것이다. 아내는 삽질과 땅 파는 일은 최고라고 칭찬해준다. 두더지를 닮았나? 잔디 사랑 처남은 오늘 하루의 일이 매우 보람되는 모양이다. 저 푸른 초원을 꿈꾸며 잔디를 키우는가 보다. 잔디 심다가 큰딸 꽃으로 심었던 나리꽃이 튀어나와 좋아했다. 집 짓느라 땅을 헤치고 해서 죽은 줄 알았던 나리꽃의 꽃대가 올라왔으니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백합 옆에 심어줬다.


나도 허리가 뻐근했다. 아내도 계속 모래를 뿌리는 일을 해서 힘들었을 거다. 난 일을 끝내고 불 사랑하며 노래를 불렀다. 난 하루의 피로를 불로 푼다. 5월에 필 찔레꽃을 상상하며 노래를 불렀다.

노랫말에서는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목 놓아 울었지. 밤새워 울었지”    

난 찔레꽃이 슬픔이고 서러움이라면 안아주리라. 난 슬프지 않으니까. 난 서럽지 않으니까.      


파란 하늘에 초승달이 예쁘게 그려져 있다. 달을 품는 시간이 좋다. 밤 9시에 저녁식사를 했다. 산성에서 먹다 남은 오리탕과 옻순, 두릅, 참나물로 맛있게 먹었다. 옻순은 이웃 사람이 나누어준 건데 어려서 먹어보고 처음 먹어본다. 그런데 정말 맛있다. 옻닭은 한 번도 안 먹어 옻을 타는지 안 타는지 몰랐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려서 옻순을 먹었었던 기억이 있어서 먹어봤는데 옻은 타지 않았다.


4월도 어느새 저물고 있다. 다음 주에는 각종 모종을 심어야 할까 보다. 고추, 파프리카, 토마토 등. 거름도 줘야 하고 밭도 일궈야 하고 비닐도 씌워야 한다. 친구가 올해부터는 농기계를 임대해서 직접 했다니까 부탁해봐야겠다. 배워서 내년에는 스스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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