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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늘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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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지 Nov 24. 2024

당신을 기억합니다. 품어 키운 제자가 더 필요한 세상!


품어 키운 제자가 더 필요한 세상

- 고 이계상 선생님을 기리며

  아직도 한창인데 어이 된 일인가요 퇴직하실 때까지 평교사만 고집하신 올곧은 국어 선생님 다시 뵐 수 없을까요     


  낳아 키운 자식보다 품어서 키운 제자가 더 필요한 세상이라며 반갑게 맞아주던 당신의 뜨거운 사랑 눈물로 번져옵니다

  -정유지

  



  오늘의 창은 ‘이별’입니다.


  갑자기 10여 년 전, 청주의료원에 문상을 다녀왔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시조시인의 길로 인도해 주신 제 인생의 스승 이계상 선생님의 영전 앞에 머리 숙여 기도드렸습니다.


  꽃을 곁에 두면 향기에 취하고, 사람을 곁에 두면 인생에 취하며, 문학을 가까이하면 영혼이 맑아집니다.


  제 영혼을 맑게 만든 분이 당신이었습니다. 항상 따뜻하게 제자를 맞이해 주시던 당신의 품이 그리운 아침입니다.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다시 만나듯,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지요.


  이제 당신이 유작으로 남긴 시조작품들을 가슴으로 만나렵니다.  편히 잠드소서.


  오늘은 펜(Pen) 분수대가 있는 경남정보대학교 냉정캠퍼스를 향합니다.





 대작사(對酌詞)


                     이계상(1929~2014)


 잔 안에 하늘이 든다

 별이오 구름이오


  가까이 마주 앉아

  주거니 받다 보면


  기꺼이

  홍안(紅顔)이 되어

  얼 안에 뜨는 달아.




  벗과 술을 대작하다 보면 취중진담(醉中眞談)이 나온다. 하늘과 별과 구름이 머무는 술잔은 한마디로 신선의 경지에서 내뱉는 신선주의 대명사이다. 대작을 하면 할수록 가까워지게 된다. 서로의 속내를 쉽게 읽게 된다. 친해지는 비결이다. 술을 마셔야 시상이 솟는다며 매일 술을 마시던 대학 재학 당시, 국문과 선배가 떠오른다. 나의 스승 이계상 시조시인은, 품격 있고 고매한 성품의 선비였다. 생전에 대자연을 빗대어 이러한 대작사(對酌詞)를 남긴 것은,  시선(詩仙) 이백의 시 <월하독작(月下獨酌>을 소환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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