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녀와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비용은 얼마나 들었냐는 질문이다.
보태줄 것도 아니고, 가볼 것도 아니면서 그걸 왜 묻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여태껏 정산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은 없으나,
대략 육천만 원에서 이삼백만 원 정도 빠진 돈을 경비로 쓴 것 같다.
경비 마련이 중요한 요소이긴 하나 결정적인 버튼은 아닌 듯하다.
그리고 다음으로 많이 묻는 말이 몇 개국이나 돌아봤냐는 질문이다.
열다섯 나라, 약 오십여 개 도시를 둘러봤다.
그러면서 영어를 그리 잘하냐고 놀라는데,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
마지막으로 대부분 어디가 가장 좋았냐는 질문이 이어진다.
그럼 웃으면서, 사무실 밖은 어디든 좋다고 말한다.
비행기만 27번을 탔고, 기차, 배, 버스 그리고 걸은 거리 포함해서 총 이동 거리만 해도 지구 두 바퀴가 넘는 10만 km에 달한다.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을까.
셈을 해보지 않았다.
여행을 다녀오면 뭔가 큰 깨달음을 얻거나,
세상사에 초월하지도 않을 것임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세상을 보는 시각은 좀 달라졌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노트르담 성당이 불에 탔다던가,
또는 멕시코에서 끔찍한 범죄 사건이 발생했다든가,
갈라파고스가 중국어선의 불법으로 조업으로 인해 생태계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든가 하는 기사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는 정도일 것이다.
세상 곳곳에서 일어나는 이웃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지구 땅에 살아가는 한 인간에게 이는 꽤 큰 변화일 순 있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오래전부터 꿈꿨던 두 가지를 이뤘다.
세계 일주와 책 쓰기.
(물론 종이책을 출간하진 못했으나, 이곳 브런치에 여행기 전편을 올리는 것으로도 족하며 감사하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여행을 다녀와서 뭘 느꼈냐 거나,
무엇을 배웠나 하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그 친구들도 나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 것이기에.
그러나, 지구라는 커다란 놀이터가 제 인생의 즐거운 소풍 장소일 수 있다는 생각쯤은 해봤으리라.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여행경비 대출금을 보면
한숨이 나오기도 하지만,
숯은 다시 붉게 타오르리라.
뜨겁게, 뜨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