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 한번 브런치와 함께 내 책을 출간하는 꿈을 이뤄보겠다.
학창 시절 난 딱히 글을 즐겨 쓰는 것은 아니었다. 대학생 때 창작가요제에 작사를 해서 나간 곡으로 상을 받은 적이 있지만 이 가사는 요즘 말로 하면 비급도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러다 직장생활 중 사내공모로 잠시지만 기자 활동을 하면서 기사글 쓰기를 좀 할 줄 알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서울시와 서울연구원에서 주관하는 한 정책 홍보 서포터스 활동을 하게 되었고, 활동을 마칠 때 나는 활동 우수자로 서울시장 상장을 받았다. 이후로도 정부나 지방정부 및 공공기관의 정책 홍보 서포터스 혹은 기자단 활동을 열심히 했고, 장관 표창을 포함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각 활동 때마다 내 개인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 정성 가득한 콘텐츠를 20~30개가량 올렸었다. 그런데 활동이 종료되고 나서, 콘텐츠가 삭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했던 활동이 그렇게 끝나는 것이 아쉽고 허전했다.
기왕에 열심히 작성한 콘텐츠인데 이를 모아 한글 파일 등을 활용하고 인쇄해 작은 책자라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때마침 브런치를 알았고, '아, 브런치북으로 엮으면 되겠구나'하는 마음을 가졌다. 그러고 나서 시작된 한양도성기자단 활동에서 나는 애초에 책을 한 권 낸다는 계획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제작했다. 월마다 제작한 콘텐츠 글은 블로그와 함께 브런치에 함께 올렸다.
연말이 되고 활동이 끝났지만, 이전과 다르게 공허하지 않았다. "서울 한양도성 이야기"라는 브런치북이 남았으니까. 내 인생의 공식적인 첫 책이어서 감격에 겨웠다. 많은 이들이 봐주는 것이 아니지만 내 책이라는 그 의미 하나만으로 정말 기뻤던 것이다.
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웠지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참여는 하고 싶어 이에 맞춰 브런치북을 만들었고 그해 공모했다. 떨어졌다. 한 해가 흘러 다시 찾아온 공모에도 클릭 한 두 번이면 응모가 돼 또 지원했다. 응모 사실은 까맣게 잊고 직장에서 연말을 맞아 소처럼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브런치에서 이메일로 어떤 제안이 왔다. 스팸인가? 하는 의구심을 품은 채 내용을 봤다.
출판사 인문산책에서 작가님의 작품 <서울 "한양도성"이야기>를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특별상 후보작으로 선정하여 연락드립니다. 우선 특별상 수상 후보작으로 선정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했다. '특별상 후보에 내가 올랐다고?' 다시 찬찬히 읽고는, '아! 후보작이라는 말이구나! 1차 통과란 말이지? 최종 선정에는 낙방하겠지'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절차상 하자가 있거나 내가 거부하는 것이 아닌 이상 사실상 선정이 확정된 것이었다. 아무튼 당시엔 수상을 안 믿었다. 정확히는 믿을 수가 없었다.
이후 최종 수상을 위한 절차 관련 안내 메일이 몇 번 더 왔고, 출판사로부터 출간 계약 관련 내용을 담은 메일이 왔다. 그제야 내가 정말 수상을 한다는 것과 종이 책을 발간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로또급의 행운이었다. 열심히 살다 보니 이런 일이 생겼나 보다.
내 브런치북이 출판사에서 추구하는 출간 취지와 잘 맞아 수상했다는 것을 알고, 조회수나 구독자수 이전에 자기 글을 쓰는 건이 중요함을 다시금 느꼈다. 너무 기쁘면서도 중압감도 컸다. 내가 자격이 되나? 책이 안 팔리면 내 돈으로 메꿔야 하는 건가? 오만 백만 생각을 다했다.
종이 책으로 나올 줄 알았더라면 최초 브런치북 글을 더 열심히 썼을 텐데, 더 잘 쓸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내 생애 첫 종이책 <한양도성으로 떠나는 힐링여행>이 발간되었다. 특히 감격스러웠던 것은 책에 [제10회 브런치북 특별상 수상작]이라는 문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책을 낸 것이 아니라,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굉장히 영광스러웠다.
출간 전 글쓰기 활동으로 수많은 수상 경력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어디까지나 아마추어 일 뿐으로, 글쓰기 전문가로서의 공신력을 인정받은 아니었다. 그런데 책이 나오고는 상황은 180도 변했다. 나는 출간 작가가 되었고 많은 이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인정을 하고 싶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작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이후 나는 어디서든 작가라고 소개한다.
이전에는 나의 이력을 어필하려 주렁주렁 경력들을 많이 집어넣었지만,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더라. 작가라는 타이틀 하나 만으로도 다른 이력들을 압도해 버리니 그 이상의 설명은 사족에 불과했다. 직장에서도 작가로서 인정받음은 물론 올해부터는 사내강사로도 선발돼 내 책을 가지고 저자특강을 하는 활동도 시작했다.
대학교에 합격했을 때, 군대에서 제대했을 때, 교내 창작가요제에서 대상을 탔을 때, 취업했을 때, 결혼했을 때 이 다섯 가지는 내 인생에서 가장 기쁘고 행복했던 순간들이었다. 장관 표창장을 탔을 때도 이에 준할 정도의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꼈다. 대망의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특별상을 수상하고 종이책을 발간하며 출간 작가가 됐을 때는 앞의 모든 순간들을 뛰어넘어 최고로 행복했다.
지금도 작가라는 사실을 상기할 때마다 기쁘다. 어려운 상황이나 좌절을 맛볼 상황에서, '뭐 어때, 나는 출간 작가인데, 괜찮아'라는 생각을 하며 극복해내고 있다. 출간 작가 타이틀,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수상자 타이틀은 나에게 큰 행복과 기쁨과 위상과, 여하튼 오만가지 영예를 안겨다 주었다. 그 시발점이었던 브런치의 존재는 내게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소중하다.
어느덧 출간 작가가 된 지 2년이 지났고, 이후의 브런치북 출판프로젝트 수상작을 보면서 나는 다시 한번 차기작을 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책 한 권만 출간한 작가가 아닌 어엿한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새로운 꿈이 생긴 것이다. 딱히 어떠한 소재나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브런치에 글을 심도 있게 쓰고 그 글들을 모아 브런치북을 만들다 보면 분명 기회가 올 것이라 확신한다.
그렇다. 브런치와 함께 다시 한번 작가의 꿈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꼭 이루겠다. 얼마나 걸릴지 모를 이 여정을 수많은 브런치 작가와 함께 서로를 응원하며 힘차게 나아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