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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치 Sep 23. 2023

살롱드낭만, 기분에 맞춰 마시는 칵테일, 위스키 바

망원동 바 투어, 살롱드낭만 멋들어진 칵테일과 낭만이 가득한 공간

망원동 골목길을 다닐 때마다 매번 가려고 벼르고 있던 바가 있다. 

바로 살롱드낭만이다. 살롱드낭만은 망원 골목길을 지나치며 우연히 알게 되었던 바였다.


살롱드낭만 입구


살롱드낭만 주소 :


살롱드낭만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alon.de.nangman/



내가 못 갔던 이유는 참 여러가지였다.

어떤 날에 사람이 많아 자리가 없어서, 어떤 날에는 오픈 시간을 못 맞춰서. 핑계도 많다.


하지만! 이렇게 멋진데 사람이 항상 많을 수밖에 없지, 매번 나는 살롱드낭만에 갈 때마다 바의 인테리어, 디자인 감각에 감탄을 한다.


살롱드낭만은 망원역 2번 출구 근처 반지층에 위치하는, 단골들은 낭만이라고 부르는 바이다.


살롱드낭만은 밖에서도 안의 분위기가 잘 보이는 편이다. 가게 앞에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멋들어지고 화려한 조명 분위기 때문에, 망원동 바 투어를 하며 빼놓을 없다. 가게 구석구석 사장님의 애정과 낭만이 가득한, 살롱드낭만은 그렇게 나만의 단골 바가 되었다.



나는 바에 가면 니트 위스키(얼음이 들어가지 않는 위스키)를 즐겨 먹는다. 술 취향이 바뀐 것이다. 어느 시점부터 단 맛이 강한 술보다는 쓴 맛이 강한 술, 입에 묵직하게 남은 달달함 보다는 코로 느껴지는 훈연향을 선호하게 되었다. 그래서 칵테일을 마신다면 요새는 깔끔하게 첫 술로 마실 수 있는 진토닉을 주로 마시는 편이다. 


사실 살롱드낭만에 갔던 날도 진토닉을 첫 잔으로 마시고 위스키를 마실 생각이었다. 하지만 살롱드낭만의 메뉴는 나를 맨날 마시던 술만 먹는 뻔한 사람으로 만들지 않았다. 그날 나는 올드패션드라고 하는 처음 먹어보는 술을 시켰다. 처음 먹어보는 술을 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메뉴판 덕분이었다. 메뉴판에는 어떤 때 어떤 칵테일을 마시는 것이 좋은지, 손님 입장에서 봤을 때 선택하기 좋은 가이드라인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술을 마실 때 가장 신경 쓰이는 도수(도수는 너무 높아도 문제, 낮아도 문제이지 않는가)도 함께 적혀있다. 



살롱드낭만 메뉴판, 출처 : 살롱드낭만 인스타그램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장님께서 살롱드낭만에 처음 오거나, 아니면 아예 처음 바를 오는 사람들 위해서 만드신 장치였다고 한다. 바를 처음 가는 사람이면 어떤 술을 언제 마셔야 할지 망설이기 마련이다. 생각해 보면 내가 맨 처음 바에 가서 마셨던 칵테일은 깔루아 밀크였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나의 그날의 기분, 나의 입맛에 맞추기보다는 이름을 들어봤고 맛있다고 하니까 먹어봤던 술이었다. 깔루아밀크의 매력에 빠져서 깔루아 리큐르를 정기적으로 사서 집에서 마실정도였다. 하지만 깔루아는 내 몸의 체질과는 맞지 않았다. 우유와 카페인이 들어간 술은 내 몸에 배탈과 불면을 선물해 주었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나는 지금 칵테일바, 위스키 바에 간다면 술을 추천받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 됐다. 사장님들께 어떤 술을 마시는 게 좋은지 물어보는 게 바에 가는 재미이자 스스로 작은 모험에 도전하는 기분이 드니까! 하지만 바가 처음이거나, 여러 가지 바를 다니더라도 어색해서 질문하기가 망설여질 때, 또 대화 없이 그날의 기분에 맞추어 혼자서 조용하게 술을 즐기고 싶을 때. 고객은 모두 각자만의 기분과 분위기를 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살롱드낭만의 메뉴판은 모든 손님을 포용할 수 있는 다정한 배려심이 느껴지는 가이드라인이다. 그 밖에도 사장님만의 손님들을 편하게 해주는 여러 장치들이 있는데,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직접 느껴보셨으면 하는 마음에 그 부분은 일부러 생략하겠다.



살롱드낭만, 칵테일 올드패션드




나도 메뉴판을 찬찬히 살펴보고, ‘일에 지쳐 힘든 날에 먹기 좋은 칵테일’ 중에 올드패션드를 스스로 편하게 시켜 먹었다. 흔히 보는 여자들이 좋아하는 달달한 술, 어른의 맛과 같은 1차원 적인 술 설명이 아니라 손님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분류도 내 마음을 살펴보고 그날의 기분에 맞춰줄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멋진 요소이다. 왜냐하면 일과 일상, 그 빈틈 속에서 오로지 나의 기분에 집중하고 마음에 따라서 술을 고르는 것은 마음의 무게를 덜어내는 나만의 시간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 먹어본 올드패션드 맛은 정말 좋았다. 버번위스키 향과 각설탕이 적절하게 어우러져서 평소에 자주 먹던 갓파더와는 다른 느낌의 위스키 베이스 칵테일이었다. 달기만 한 술은 아니지만 설탕이 들어가기 때문에 비교적 단 맛이 느껴져서 간단한 스낵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던 차에 사장님이 주전부리할 수 있는 과자도 챙겨주셨다. 술이 약하지 않은 편인데도 알코올이 몸에 도는 것이 느껴졌던 이유를 나중에 사장님께 여쭤보니, 술을 더 맛있게 먹으라고 정량보다 조금 더 넣어 주셨다고 한다. 마시는 부분만큼은 고도수를 선호하는 알코올프로로서 맛있을 수밖에 없는 술을 타주신 것이다. 



첫 잔으로 마신 올드패션드는 아마도 25도 이상일 거라고 하는 사장님의 말해주셨다. 무조건 25도 이상으로 먹는다. 그래야 올드패션드의 느낌을 잊지 않으면서 다음 술도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내가 평소에 안 먹었던 새로운 위스키가 좋아. 이런 저런 생각 끝에 나는 두번 째 잔 이자 마지막잔에는 사장님께 위스키 추천을 받았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위스키는 스프링 뱅크인데요, 싱글몰트 위스키를 좋아하고, 다크 초콜릿 향이 나는 술을 좋아해요.” 사장님은 술장을 쳐다보시더니 글렌모렌지 퀸타루반 14년 산을 주셨다.



우선 도수가 46도이고 색상 자체도 걸쭉한 갈색이라서 이건 시각적으로도 내 취향이다,라고 느꼈다. 실제로 먹어보니 글렌모렌지 퀸타루반 14년 산은 처음 목에 들어올 때 약간의 펀치감이 있지만 목 넘김과 잔향이 정말 깔끔해서 마지막 술로 마시기 딱이었다. 첫 입이 묵직하고 마지막이 깔끔할 수 있는 위스키, 매력적이었다. 또 처음 위스키를 마시는 사람도 두 잔 째 정도에 부담감 없이 먹을 수 있는 좋은 위스키라고 느꼈다.



살롱드낭만, 바 자리


술을 마시며, 운이 좋게 이른 시간에 간 덕분에 사장님께서 어떤 마음으로 바를 운영하시는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살롱드낭만은 사장님과 함께 숨 쉬는 따스한 공간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장님께서 좋아하는 이 공간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편안한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는 점, 그리고 단골손님들이 자주 방문하며 점점 손님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공간을 운영하며 뿌듯함을 느끼셨던 점 등을 이야기해 주셨다. 


무엇보다 일터에서 힘들었던 스트레스, 그런데 집에 가면 집안일과 따로 스트레스를 풀 수 없는 것을 바에 오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아니면 조용히 맛있는 칵테일을 마시면서 스트레스를 내려놓는 손님들의 아지트가 되기를 바란다는 마음이 가득 전해졌다. 


나아가서 살롱드낭만과 함께 사장님께서 나이를 먹어가며 꾸준히 하시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애정이 가득한 곳에 지금 와서 술을 마시는구나, 소중한 공간이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과도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사장님의 꿈 이야기를 들으며 나 역시도 사장님께 앞으로 브런치 작가이며 우선 좋아하는 망원동의 바투 어를 다니며 글을 쓴다는 이야기를 드렸다. 그 속에서는 여러 가지 고민이 있지만 망원동에는 좋은 바들이 많으니 이곳저곳 돌아다녀보는 걸 권해 주셨고, 또 인생의 선배님으로서 새로운 길을 탐색하기에 정말 좋은 나이이고,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응원을 아껴주시지 않았던 정겨운 응원을 가득 받았다. 술이 맛있었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사장님과 꿈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고 주고받던 따뜻한 말들이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였다. 



그렇지, 낭만이라는 게 바로 이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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