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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치 Nov 12. 2023

위스키 바 아퀴노 영화모임 후기

헤어질 결심을 보면서 사랑방이 되었던 위스키 바

아퀴노는 위스키를 통해 여러 페어링을 할 수 있도록 잘 가이드해주는 고마운 바이다. 


실제로 내가 위스키와 자주 같이 먹는 음식은 다크초콜릿, 치즈라는 것을 알게 된 곳도 아퀴노였다. 위스키를 마시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다크초콜릿을 먹고 위스키를 먹었을 때 부드러워지는 맛과 천천히 올라오는 은은한 향을 참 좋아했다. 지금은 위스키를 처음 먹는 사람에게 아퀴노에서 배웠던 다크초콜릿과 위스키의 페어링을 알려주며, 그들이 이렇게 먹는 거 맛있다고 이야기를 해주면 뿌듯해하는 사람이 되었다.


아퀴노에는 각자의 시간을 존중해 주는 분위기가 있다. 부어라 마셔라, 반드시 많은 양의 술을 마시지 않아도 술을 내 페이스에 맞춰서 술을 마실 수 있는 편안함, 은은하게 취해있을 때 잔잔하게 들려오는 재즈 음악이 일상에 뭉쳐있던 긴장을 서서히 풀고 싶어질 때 생각이 나고 특별한 날로 그날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을 때 가기 좋은 바 이다. 위스키와 무엇을 함께 즐기느냐에 따라 단독적으로 즐겼을 때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아퀴노에서 배웠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도 아퀴노에서 알게 된 Just the two of us를 들으며 글을 적고 있다) 



Just the Two of Us (feat. Bill Withers) · Grover Washington, Jr. · Bill Withers


https://www.youtube.com/watch?v=6POZlJAZsok


아퀴노에서 두 번째 영화모임이 열렸다. 두 번째 영화모임에서는 <헤어질 결심>을 봤다.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해석에 여지에 따라서 감상이 갈린다는 영화이다. 그리고 탕웨이!  <헤어질 결심> 극 중에서는 대만 위스키 카발란 솔리스트 올로로쏘가 비친다. 이 날의 영화모임에서는 사장님께서 카발란 시리즈 중 맛있게 출시된 카발란 솔리스트 비노바리끄를 준비해 주셨다.





과연 위스키와 영화 페어링은 어떨까?


집에서 긴장을 풀고 쉬고 싶어서 위스키를 먹고 싶을 때는 4k 벽난로 영상을 보고 잔잔한 재즈를 틀며 멍 때라며 보는 편이라 생각을 내려놓는 편에 가깝다. 하지만 영화 속 스토리를 따라가고 캐릭터의 행동을 찬찬히 보며 위스키를 먹는 건 어떤 느낌일까. 오히려 알콜이 들어가서 머리가 더 잘 돌아갈 수도?!


영화모임에서 준비된 위스키는 카발란 솔리스트 비노바리끄는 달달한 캐러멜 향과 은은하게 감도는 과일향이 매력적이고 입안에 남은 꾸덕함의 여운을 충분히 즐길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위스키이다. 비교적 비싼 가격으로 팔리고 있지만 한번쯤은 먹어봐야 한다고 추천하고 싶다.


이 날 나는 가게에 첫 번째로 도착해서 감사하게도 비노바리끄의 첫 잔을 받았다.


카발란 솔리스트 비노바리끄 더블


바에서 처음 개봉하는 위스키의 첫 잔을 마신 사람에게는 행운이 따른다고 한다. 이미 비노바리끄를 그렇게 신나게 마신 것만으로도 행운이 함께 했던 것 같다. 이런 위스키에 대한 주변 지식을 함께 알려주시는 것도 아퀴노만이 가진 매력이다.


위스키 하나에 엮여있는 역사와 위스키에 대한 주변이야기를 알려주며 가이드 역할을 자처하는 바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래서 위스키를 처음 마신다면, 위스키를 더욱 깊게 즐기고 싶다면 아퀴노를 추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위스키를 술로도 즐기면서 하나의 이야기, 하나의 문화까지 알 수 있으니까. 


영화모임이 열렸던 날은 11월 11일, 빼빼로 데이였고 사장님께서 깨알 같은 빼빼로 선물도 준비해 주셨다. 위스키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여러 방면으로 즐길 수 있는 페어링은 이미 영화 틀기 전부터 시작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영화가 다 끝나니 이미 나는 더블로 받았던 비노바리끄를 다 비웠다.


오타쿠 감상문과 사장님께 받은 빼빼로


위스키오 영화를 통해서 사람들과 연결되는 느낌


벽 한편에 구비된 스크린을 통해서 영화를 보고 사장님께서 준비해 주신 발제문을 통해서 그날 영화모임에 오신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혼자만 보면 아마 탕웨이 짱~! 하고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분들의 감상을 듣는 시간 덕분에 더욱 깊게 영화를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영화모임에는 각자의 시간과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간에 오시는 분들이라서 그런가 각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들이 와주셨던 것 같다. 각자의 기억에 남는 장면이 다르기도 했는데 <헤어질 결심>에서 가장 가는 사랑꾼은 누구인가?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옥상에서 자살했던 홍산오(배우 : 박정민)가 되었다. 가장 본인이 사랑하는 마음을 직접적으로 전달했던 캐릭터였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KPI 같은 수치적인 지표가 아닌 것 같다. 지표를 들이대면 임시적으로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만들 수는 있겠지. 극 중에서는 정안 (배우 : 이정현)이 수치적인 지표를 말하며 "그래도 우리는 정상적인 부부야"라고 지속해서 증명하려는 과정이 나온다. 그놈의 정상성이 뭐길래. 아무리 정상적인 지표에 해당하는 수치를 들어도 해준(배우:박해일)의 표정은 점점 죽어갈 뿐이었던 기억이 난다. 


다른 분들의 감상을 들으면서 영화를 통해 자기 투사를 하는 심리 치료 기법 필름 매트릭스가 생각났다.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캐릭터마다 가진 욕망을 더욱 깊게 들여다볼 수 있었고 각 캐릭터가 가진 가치관을 알 수 있었다. 나아가서는 감상을 이야기하며 나는 어떤 가치를 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덜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불편하게 느끼는지 알 수 있어서 다른 분들의 생각을 들으면서 뒤돌아 볼 수 있어서 재미있기도 했고. 


영화를 다 보고 난 지금도 비노바리끄의 향과 스토리가 은은하게 생각나는 걸 보니 위스키와 영화 페어링은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그날은 위스키와 영화를 통해서 내가 좋아하는 공간이 조용하기만 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와글와글한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될 수도 있구나, 아퀴노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된 날이었다. 위스키와 영화를 통해서 은은하게 사람들과 연결되었던 시간은 참 신기한 기분이었던 것 같다. 직장에서 내 모습, 가족 친구들과 있을 때 내 모습,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때 내 모습과는 또 다른 나를 보여줄 수 있었다. 나도 와글와글한 아퀴노의 일부가 된 기분이었는데 좋아하는 공간의 일부로 녹아들기 위해 사장님께 많은 배려를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모임의 좋은 분위기가 그날 새벽 내내 이어져서 새로 오신 손님들과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감사하게도 보틀로 구매하신 손님께 위스키를 얻어마셨다.(크라겐무어 12y은 위스키 마시는 날 첫 잔으로 마시기 딱 좋은 깔끔함이 매력적인 위스키였다) 맛있는 위스키를 아낌없이 주시는 여유로운 마음까지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다. 혼자서 긴장을 내려놓고 마시는 위스키도 맛있지만 바에 와서 분위기를 즐기며, 때로는 사람들과 연결되며 마시는 것도 참 즐거운 것 같다. 영화모임이 주는 힘이 참 대단하다. 지속돼서 더 많은 사람들이 위스키를 통해 아퀴노에서 여러 가지 연결감을 느껴보았으면 한다. 아퀴노는 그런 가이드를 참 잘하는 바이니까. 아지트로 삼기도 참 좋은 공간이라는 생각을 매번 한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가게를 나서서 시간을 보니 벌써 새벽 4시가 지나있었다.

다음 달은 아퀴노의 4주년 파티를 계획하고 계신다고 한다. 4주년 파티도 영화모임 못지 않게 즐겁고 색다른 모임이 될 것 같다.



*아퀴노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yoaqu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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