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순간 삶의 첫 줄이 되었고 마지막 줄이기를 바랐던 존재를 떠올리며
인스타그램이
내게 준
첫인상은 한 마디로
별로였다
글이 아닌 사진 중심의
소셜 미디어인 탓에
올릴 만한 사진이 없을 땐
어디까지나 내 기준일 뿐이지만
성가시기까지 했다
해서
내 인스타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답보 상태다
그리고 또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다
사람들은 인스타에 포스팅할 때
첫 줄에는 대부분
점을 찍거나 기호를 넣거나
해시태그 첫줄(#첫줄)이라고 쓴다
첫 줄은 꼭
잘려 보이기 때문이다
아니, 생각해 보면 우습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해상도 조절과 갖가지 보정을 해가며
순서까지 정해 올리도록 부추기고는
정작
텍스트의 첫 줄은
잘린다는 게 아이러니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나는 과연 그 사람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쳤을까
아니, 어떤 모습으로 보이길 원한 걸까
감추려야 감출 수 없지만
그나마도 생의 여러 잡티들을 가리고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보정 필터를 너무 남발했던 건 아닐까
나아가
그 필터들마저 못 미더워
부족함의 흔적들 일체를 아예
보이지 않으려 했던 건 아닌가…
또 분명하게는
어느 순간부터 그 사람은
내 인생의 최우선이자
첫 줄이 되었다
허나, 그 감정과
그 열망의 크기가 어떠했든지 간에
소중한 존재라는 그림자에 가려진
사방의 상황들을 보지 못했거나
혹 외면하고 싶던 것은 아니었나
하고 말이다
말도 안 되지만
현실에서도 태그(@)가 가능하다면
단 한 번만 조용히 내 곁으로 소환해
여러모로 미안했다고 전하고 싶다
이젠 너무 늦어버렸지만…
Photo by lalo Hernandez on Unsplash
본문 이미지는 “Unsplash”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