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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Oct 04. 2023

내겐 불친절했던 인스타

찰나의 순간 삶의 첫 줄이 되었고 마지막 줄이기를 바랐던 존재를 떠올리며

Photo by lalo Hernandez on Unsplash




인스타그램이

내게 

첫인상은 한 마디로 

별로였다



글이 아닌 사진 중심의

소셜 미디어인 탓에

올릴 만한 사진이 없을 땐 

어디까지나 내 기준일 뿐이지만 

성가시기까지 했다



해서

내 인스타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답보 상태다



그리고 또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다



사람들은 인스타에 포스팅할 때

첫 줄에는 대부분

을 찍거나 기호를 넣거나

해시태그 첫줄(#첫줄)이라고 쓴다



첫 줄은 

잘려 보이기 때문이다



아니, 생각해 보면 우습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해상도 조절과 갖가지 보정을 해가며

순서까지 정해 올리도록 부추기고는



정작

텍스트의 첫 줄은

잘린다는 게 아이러니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나는 과연 그 사람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쳤을까

아니, 어떤 모습으로 보이길 원한 걸까



감추려야 감출 수 없지만

그나마도 생의 여러 잡티들을 가리고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보정 필터를 너무 남발했던 건 아닐까



나아가

그 필터들마저 못 미더워

부족함의 흔적들 일체를 아예

보이지 않으려 했던 건 아닌가



또 분명하게는

어느 순간부터 그 사람은

내 인생의 최우선이자

첫 줄이 되었다



허나, 그 감정과 

그 열망의 크기가 어떠했든지 간에



소중한 존재라는 그림자에 가려진

사방의 상황들을 보지 못했거나

혹 외면하고 싶던 것은 아니었나

하고 말이다



말도 안 되지만

현실에서도 태그(@)가 가능하다면

단 한 번만 조용히 내 곁으로 소환해

여러모로 미안했다고 전하고 싶다



이젠 너무 늦어버렸지만




Photo by lalo Hernandez on Unsplash

본문 이미지는 “Unsplash”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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