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디즈 PM Jun 30. 2021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기 위해

우리가 심의를 하는 이유

여기는 심의 기준이 엄격한 거 같아요


 메이커님들이 종종 와디즈 PM(Project Manager)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메이커님들이 이런 질문을 하시는 이유도 이해가 된다. 다른 플랫폼이나 쇼핑몰에서는 자유롭게 쓰는 표현도 와디즈에서는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가 이렇게 디테일하게 심의를 하는 건, 진부하게 들릴지 몰라도, 메이커님과 서포터 모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심의를 부정적으로 생각했었다


 토크쇼에서 80년대-90년대에 왕성히 활동했던 가수들이 방송 심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본 적이 있다.

unsplash


"방송국 심의때문에 염색을 못했어요"

"심의때문에 처음 디자인했던 무대 의상을 못 입었어요"

"지상파용 뮤직비디오를 따로 만든 적도 있어요"


 TV에서 이런 에피소드들을 접할 때마다 '라떼는 말이야'식 이야기인데도 시청자들이 재밌어 하나보다ㅡ하며 가볍게 넘겼다. 하지만 재미로 듣고 흘렸던 말들이 무의식에 발자국을 남기고 가기라도 했는지, 나는 은연 중에 심의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 심의를 하게 되다니


 와디즈 PM으로 입사해 처음 광고 심의를 시작했을 때,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심의가 부정적인 거라고 생각해 당혹감을 느꼈던 거 같다. 심의의 뜻도 제대로 알지 못했으면서 말이다. 정말 심의는 부정적인 걸까? 그럼 그 부정적인 걸 회사는 왜 하려고 하는 걸까?

광고 심의
: 광고가 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는지,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이지는 않은지,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에 배반되는 것은 아닌지 등을 심사하고 토의하는 행위

 

 누군가 설명해놓은 광고 심의는 꽤 정의로워보였다. 그간 내가 생각했던 심의에 대한 이미지에 비하면 말이다. 어쩌면 심의를 당하는 사람과 심의를 하는 사람의 입장이 달라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일단 좋고 나쁨에 대해서는 차치하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근데 그걸, 플랫폼이 꼭 해야 하나?


 심의의 장점도, 단점도 알겠는데, 그걸 꼭 플랫폼에서 해야하나? 광고를 하는 주체가 나라에서 내놓은 광고 심의 가이드나 법률을 보고 자정 작용을 하면 되지 않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와디즈를 이용하는 서포터의 입장에서 생각하니 빠르게 찾을 수 있었다.


 어떤 쇼핑몰에서 구매한 물건에 하자가 있을 때 우리는 그 제품을 판매한 업체에게만 책임을 따져 묻지 않는다. 그 업체가 입점해있는 쇼핑몰에게도 문제를 제기한다. 그 이유는 뭘까?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특정 쇼핑몰에서 구매한 이유에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도 포함되어있기 때문이다.

unsplash

 와디즈는 여느 플랫폼보다도 신뢰 문제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제껏 세상에 공개된 적 없는 제품을 소개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서포터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프로젝트 스토리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 대부분의 리워드는 유통 이력이 없거나 현저히 적으므로, 정보가 흘러 넘치는 요즘도 그 흔한 리뷰 조차 찾기 어렵다. 따라서 서포터는 메이커가 소개한 프로젝트 스토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더더욱, 허위/과장 광고에 민감하고, 와디즈가 조금 더, 프로젝트 스토리를 관심있게 들여다보기를 바란다. 그러므로 와디즈는 허위/과장 광고를 더욱 예민하게 캐치하고자 세세하게 심의를 할 수밖에 없는 거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기 위해서


 식약처나 보건소에서 종종 연락이 온다. '000프로젝트 내에 000한 표현이 문제가 되고 있으므로 조속히 조치해주세요.' 기관의 시정 권고에 발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메이커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안내도 빼놓지 않는다. 명백한 허위/과장 광고라 빠른 수정이 필요하다면 PM은 우선 수정 조치를 한 뒤 메이커에게 통보를 하기도 한다.

 메이커의 불이익을 막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커뮤니티가 혼돈의 카오스로 변하는 걸 막기 위해서도 심의는 중요하다. 프로젝트 스토리는 메이커와 서포터를 연결하는 끈이다. 이 끈이 어딘지 모르게 찜찜한 구석이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 서포터는 문제제기를 할 수밖에 없다. 커뮤니티에서 이용자 간 갑론을박이 일어나는 단계까지 갔다면, 사실상 팩트는 중요하지 않다. 불신의 대화가 오고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메이커가 공들여 준비한 프로젝트와 리워드는 의심을 받는다.


unsplash

 

 심의 기준을 완화하면 가장 편한 건 PM이다. 반대로 엄격하게 심의하면 메이커에게 더 많은 심의사항을 전달하고, 더 오랜 시간 설득해야한다. 그럼에도 메이커가 불필요한 이슈에 휘말리지 않도록, 서포터가 잘못된 정보를 전달받지 않도록 우리는 꼼꼼하게 스토리를 들여다보고 엄격하게 심의한다. 애초에 프로젝트 곳곳에 이슈가 발생할 수 있는 싹을 자르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지 않기 위한 최선의 방법, 그 중 하나가 정성을 기울인 심의라고 믿는다.

작가의 이전글 제품의 최종 메이커는 서포터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