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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과의 인연을 만들어주는 곳

그림책작가의 아지트, 그림책방 - ‘라온그림책놀이터+정글북’

by 행복한독서

그림책과 놀아요 - 라온그림책놀이터

2024년 5월에 그림책 『크랙』이 출간되었다. 세상에 태어난 그림책은 항상 설레며 기대하게 하고 또 많은 고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책 한 권의 출간이 삶의 흐름과도 참 닮았다. 『크랙』 그림책은 유난히 맘이 쓰였던 책으로, 출간 전 독자와의 이야기 시간을 많이 가지고 싶었던 책이기도 했다.

성남에 위치한 ‘라온그림책놀이터’는 출판사 일로, 또 그림책 강의로 방문한 적이 있었고 『크랙』 출간 후, 오프라인으로는 첫 북토크를 가졌다. 세 번째 방문인 셈이다.


섬세함이 깃든 에너지 가득한 안은지 대표의 책방에 들어서면, 환한 빛 가득 색색의 그림책들이 가득하다. 동화 구연을 하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싶어서 책방을 차렸다는 대표의 미소는 선명하고 따뜻했다. 들어서면 보이는 커다란 책장, 테마별로 세팅된 책들, 아이들과의 다양한 책놀이 활동을 위한 방들에는 여전히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남아있다. 그림책과 아이들이 놀고, 어른들에게도 이야기의 놀이터가 되어주는 그림책 놀이터이다.

그림7-라온그림책놀이터.png ⓒ라온그림책놀이터

첫 북토크라 떨리는 마음을 책방의 아늑함이 감싸 주었다. 『크랙』 그림책에는 그동안 나에게 감동을 준 여러 작업들이 스며있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소설 『데미안』이 있었고, 김태용 감독의 「거인」이라는 영화가 직접적인 동기를 준 그림책이기도 하다. 영화는 어려움을 겪으며 어른이 되어가는 시간을 누구보다도 혹독하게 치르는 청소년의 이야기로,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당연히 출간 후, 감독님에게 책을 보내드리고 싶어 연락처를 찾았으나 어려움이 있었고. 안은지 대표가 감독님에게 책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을 애써 여기저기 연락을 취하여 알아내 주었다. 그렇게 감독님에게 팬심의 편지와 그림책을 보내드릴 수 있었다. 북토크 후 밥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는 「나의 아저씨」에 사용된 음악 「어른」이 흘러나왔다. 조금 전에 함께 이야기하다 온 노래인데 말이다. 아니 이런 감사한 기적이 있나!


그림책으로 만난 우리의 인연은 그저 만남이 아닌 마음을 주고받은 인연이었다. 막 세상에 태어나 떨림을 가진 그림책이 편안하고 따뜻한 그림책 놀이터에서 마음 따뜻한 인연을 만난 것이다. 라온그림책놀이터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마음을 잇는 인연이 기다릴 것이다.


그림책에 초록빛을 담아 웃어요 - 정글북

지난해 7월에는 대구의 정글북 책방에서 『크랙』 그림책의 북토크를 가졌다. 내가 만든 그림책이 나에게 선물해 주는 감사한 인연이다. 작가인 나는 사람을 만나는 재주는 없는데, 내 그림책이 그 일들을 해주는 셈이다. 마음을 전하는 그림책방 정글북에는, 정말로 활짝 웃는 배정은 대표가 있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아이와 어른들이 편안하게 오는 책방을 운영 중이다.

그림7-정글북-1.png ⓒ정글북

정글북 책방은 그야말로 정글이다. 책방에 놓인 식물들의 초록빛과 그림책의 표지 그림들이 책방 안에 새로운 세상을 꾸민 느낌이다. 정글북은 아이들의 책 활동과 어른 대상의 북토크도 다양하게 진행한다. 파란 모자를 쓴 유치원 아이들이 책방에 앉아 대표가 들려주는 그림책 이야기를 듣는 모습은 해맑은 감동이다.

그림7-정글북-2.png

『크랙』의 북토크는 어느 날, 한밤중에 대표와의 메시지로 갑자기 기획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재밌는 일이다. 설레며 찾아간 책방 문을 여니, 숨을 들이쉬게 되는 듯했다. 정글북이라는 책방 이름 때문만은 아니었겠지. 한 곳 한 곳 대표의 손이 안 닿은 곳이 있었을까. 북토크 시간 동안 책방 창으로 들어온 햇빛이 아름다웠던 기억이 난다. 오신 분들과의 이야기와 웃음이 좋았던 날이었다. 작가에게 책을 통해 독자를 만나 이야기하는 시간은 참으로 간절하고 소중하다. 그 시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오시는 분들을 위해, 작가를 위해 참으로 많은 준비와 수고로움을 감당하기도 한다. 항상 깊은 감사의 마음을 느낀다. 그런 날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책방에서 고민하며 책을 고르고, 한 장 한 장 손으로 넘기며 오롯이 책과 나 사이에서 느끼는 감동은 잔잔하고 깊게 남는다. 그런 즐거움에 대한 믿음이 정글북 안에 있다.

정글북 책방의 문을 열어보세요. 그리고 그림책의 향기로 숨을 들이쉬세요.


라온그림책놀이터 : 경기도 성남시 위례광장로 320, 814호 / @raon_picturebook_club

정글북 : 대구 동구 과학로17길 12-2, 1층 / @junglebook1050


조미자_그림책작가, 도서출판 핑거 대표, 『크랙』 저자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5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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