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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미숙 Dec 18. 2023

마음은 멀어도 가까운 이웃나라 (둘째 날)

 

온천욕의 효과였을까?

오랜만에 깊은 잠을 푹 자고 일어나니 몸이 거뜬했다.

오늘 여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탕은 사 층에 자리 잡고 있는 바다 전망이 훤히 보이는 곳이었다. 남탕, 여탕을 구분해 놓으면 탕마다 각자 다른 경치를 맛볼 수 없다.  

그래서 날마다 바뀐다는 것을 알았다. 바다 전망이 보이는 탕과 정원이 보이는 탕, 시골 우물처럼 돌담이 쌓인 탕 등 다양한 테마 온천탕으로 물 또한 최고였다.

자연에서 나오는 뜨거운 유황천을 그대로 사용하는 게 또 다의 장점이다.

인위적으로 데운 물이 아니었기에 온도도 적당하고 피부도 매끈거렸다.

더 환상적인 것은 적당하게 따뜻한 탕 속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앞바다에서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바다에서 한잠을 자고 나온 해는 잠이 덜 깬 탓인지 천천히 떠오르고 있었다.

온천에 몸을 담그고  떠오르는 해를 등지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탕 안에서 사진을 찍었다.

좀 더 머물고 싶었지만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서둘렀다.     

아침밥을 먹기 위해 상냥한 직원분을 따라 식당으로 향했다.

어제저녁과 같이 일본 전통 “가이새끼”요리가  차례대로 나왔다.  나는 막 구워온 참치 구이를 단숨에 먹었다. 가이드가 혹시나 일본음식 입에 맞지 않을까 염려되어 한국 음식 몇 가지 챙겨 왔다. 그러나 우리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잘 먹자 도로 가방에 집어넣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방에 들어가니 벌써 이부자리가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테이블에는 이 지방에서 나오는 유명한 녹차가 앙증맞고 예쁜 잔 속에서 우려 지고 있었다.     

해 질 녘에 도착했던 지라 어제 정원구경 제대로 하지 못했다. 체크아웃하기 전에 호수가 있는 정원을 한 바퀴 돌았다. 앞으로는 망망한 푸른 바다가 끝없이 보이고 뒤에는 산이 병풍처럼 둘러있었다.  동백꽃이 피는 시기인지 여기 저기  연한 분홍 빛을 띠고 배시시 웃고 있었다. 올해 한국에서 제대로 보지 못한 단풍도 눈이 시리도록 구경했다. 모두들 아름다운 정원에서 각자 핸드폰을 들고 순간을 담아냈다.

      

이곳에서 가까운 매화공원을 잠깐 구경하기로 했다.

오래된 수목과 그 밑에 아기자기한 꽃들까지 힘껏 자기 자태를 뽐내며 우리들을 맞이했다.

마을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낮은 산에 잘 가꾸어진 공원이었다.

화려한 단풍잎을 물속에 담아내고 소리 내며 흘러가는 골짜기 물이 맑고 깨끗했다.

올라가도 적당하게 숨이 찬 야트막한 동산에는 가을을 담아내느라 핸드폰이 이리저리 각도를 잡느라 바빴다.

나이 지긋한 노부부가 손을 잡고 이곳을 찾아 늦가을과 함께 황혼을 즐기는 분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어느 곳을 가나 나이 들다 보니 노부부가  다정하게 손을 잡고 서로 의지하며 느린 걸음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형부도 다리 수술한 언니에게 경사진 곳이  있으면 뒤에서 밀어주다 앞에서 손을 잡아끌어 주었다. 우리 남편은 인생 컷을 찍느라고 경치가 좋은 곳만  있으면 불러댔다.

찍고 나서 사진을 보더니 옛날 얼굴이 아니네! 아니여! 를 연발하며 지는 꽃잎에 아쉬워했다.

나 혼자 생각이지만 꽃잎은 시들었어도 괜찮은 편인데 ~~ ㅋㅋㅋ  

   

오늘 본격적으로 구경할 곳은 일본 간토 지방 가나가와 현에 있는 “하코네”이다.

두 시간 동안 달려오자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르고  활화산 지역인지라 산에서 불이 난 것처럼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특유의 화산 특성으로 온천물이 유황뿐만 아니라 다양한 미네랄이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관광객들이 피부 질환 개선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온천욕을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또 유명한 것은  뜨거운 온천수에 한 시간 동안 삶아져 나온 검은 계란이다. 한 개 먹으면 칠 년이 젊어진다는 말에 꼭 사서 먹기로 하고 일단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줄을 섰다. 유황이 솟아나는 골짜기를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갔다. 어제도 날씨가 좋더니 오늘도 날씨가 좋은 탓에 멀리 서 있는 후지산도 볼 수 있었다.

오와쿠다니 역에서 도겐다이역으로 가기 위해 또 케이블카를 갈아탔다.

내려다보이는 산에는 유황 때문인지 나뭇잎에 단풍도 들지 않은 채 풀기 없이 갈색으로 퍼석거린채 매달려 있었다.

도겐다이꼬 역에서 내려 화산 폭발로 생긴 “아시노 호”에서 해적 선을 타기 위해 표를 샀다.

“아시노 호”는 후지산 지역 대표적인 호수 중 하나이다.  

후지산 다섯 개 호수 중 하나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치뿐만 아니라 근처에 위치한 관광 명소들로 유명하다고 한다.  십 분 전에 출발했기에 한 시간 동안 기다려야 했다. 점심식사가  어중간해서 간단하게 핫도그와 아이스크림으로 배를 채웠다.

배 타는 시간이 가까워오자 해적선을 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가이드가 눈치 빠르게 특실을 예매해서 우리는 줄 서지 않고 바로 배에 승선할 수 있었다. 사십여 분간 “아시노 호”을 천천히 돌았다. 날씨도 맑았고 잔잔한 바람과 함께 햇볕에 반짝이는 물비늘로 눈이 부셨다. 나룻배가 떠다니며 물고기를 잡는 어부들도 간간이 보이고 산봉우리 눈이 쌓인 후지 산이 멀리서 보였다. 배에서 내려  다시  "오와 쿠다이"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왔다.

산이라 빨리 해가 지고 있었다. 4시 30분이 가까워오자  하산하라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쿠로 티미코" (검은 계란)을 사지 않으면 안될것 같은 상술에 휘말려

 마트가 문이 닫히기 전  급하게  뛰어가서  구매했다. 차안에서 음료수와 함께  계란빵과 검은 계란두 개씩이나 먹었다.  이제 십사 년은 젊어질 수 있겠네  우리는 신소리 하며 웃었다.

다행히 오늘 저녁 묵을 숙소는 하코네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아픈 다리와 허리를 따뜻한 물에 담근채 하루 피로를 풀어냈다.

피부도 매끈거리고 얼굴도 광채가 났다.

특히 내 짝꿍은 얼굴 선이 어디인지 모를만큼 넓은 이마에서 빛이 번쩍 거려 한참이나 웃었다.  저녁은 퓨전으로 나왔다. 배가 고팠기에 순서대로 나오는 음식을 게눈 감추듯 먹자 직원들 걸음걸이가 빨라졌다.

년 만에 마신 포도주와 맥주가 시원하게 목덜미를 타고 내려갔다.

달고 맛있어서 연거푸 마신 맥주 탓에 저녁 내내 속이 쓰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역시 술은 마시지 않는 게 좋아 ~~                                    

                                            

#유황 # 하코네#검은 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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