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유 Nov 03. 2019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은 직장인의 1:1 레슨경험기

미디, 기타, 필라테스

평범한 직장인이 된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1년 동안 열심히 회사를 다니면서 얻은 것은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과 쌓여가는 연차, 숙련도, 지식... 등등 아주 많다. 반면에 잃은(?) 것도 있다. 오롯이 나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 그리고 건강...


아무래도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다 보니 회사 일 이외에 다른 무언가를 시도할 기회가 많지 않았고 동시에 건강도 조금씩 망가지고 있었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 시간, 돈이 많이 들더라도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해 운동과 이것저것 배우게 되었다. 내가 배운 것은 미디, 기타, 필라테스. 세 가지 모두 1:1 오프라인으로 레슨을 진행하였기에 레슨비가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조로운 "회사-집-회사-집" 생활에 활기를 불어넣어준 아주 값진 경험이었다. 현재는 기타와 필라테스를 동시에 배우고 있고, 지금까지 어떤 계기로 일대일 레슨을 받게 되었고 그 경험은 어땠는지 공유해보려 한다.




나의 첫 번째 1:1 레슨, 미디   

수업료: 4회당 30만 원(1회에 1~2시간/주 1회)

위치: 프로듀서님 작업실

매칭 경로: 프로듀서님 인스타그램


미디를 배우게 된 계기는 꽤 충동적이었다. 평소 관심 있게 팔로우하던 프로듀서가 인스타그램에 레슨생을 모집한다는 것이었다! 평소 그의 음악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레슨비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일단 그분한테 작곡을 직접 배울 수 있는 게 제일 신났었다.


그런데 문제는... 배워보니 미디가 그냥 취미로 편하게 시간 날 때  할 수 있는 쉬운(?) 취미가 결코 아니었던 것이다.

Fl studio로 음악 따기.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다


프로듀서님은 실력이 늘려면 하루에 최소 한 시간씩은 미디 프로그램을 만져야 한다고 하셨지만, 나에겐 퇴근 후  컴퓨터 앞에 다시 앉을 그럴 여유도, 체력도, 그만큼의 열정(?) 도 없었다. 두 달 정도 해보니 이건 정말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자해야 뭐라도 되겠다 싶어 일치감치 이건 내 길이 아니다 생각해 그만두게 되었다. 선생님의 노하우와 레슨 방식 매우 만족했지만 순전히 나의 부족한 열정으로 인해 두 달간의 짧은 여정은 그렇게 끝이 났다. 배운 점은 미디는 아무나 쉽게 취미 정도로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  1:1 수업,  필라테스   

수업료: 20회당 150만 원(1회에 1시간/주 2회)

위치: 양재역 부근 필라테스센터

경로: 전단지 광고

2019년 올 초, 인생에 위기가 찾아왔다. 퇴근 후 친구들과 고기를 먹고 집에 가는 길에 갑자기 턱이 빠져버린 것이었다. 턱 근육이 느슨해지면서 힘을 주지 않으면 턱이 옆으로 스르륵 빠지는 증상이었다. 당장 병원에 가보니 원인은 골반, 척추의 불균형 때문에 전신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목, 턱까지 장애가 온 것이었다. 병원 치료 이외에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몸의 균형에 도움이 된다는 요가를 등록했다. 확실히 몸이 유연해지긴 했으나, 그룹레슨이라 내 몸의 약점을 보강하는 데는 효과를 보지 못한 것 같아 요가를 중단하고 1:1 필라테스 수강권을 끊었다.


이제 수업을 받은 지는 한 달여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나 확실히 내 몸의 약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운동을 하다 보니 매일 몸이 변화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해 전략적으로 운동 계획을 짜주신다. 또한 운동방법뿐만 아니라 평소 자세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식습관은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갈 때마다 현재 나의 몸상태를 체크해주신다. 이런 점이 그룹수업에서 경험할 수 없는 매우 큰 장점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특히 운동은 그 종목이 무엇이든 간에 1:1로 배우는 걸 매우 x10000 강추한다.



세 번째 수업, 기타   

수업료: 4회당 15만 원(1회에 1시간/주 1회)

위치: 사당역 부근 실용음악학원

경로: 숨고 앱

기타는 예전부터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예전부터 이따금씩 치긴 했었는데 본격적으로 레슨을 꾸준히 받고 싶었다. 기타 선생님은 어떻게 구할지 전혀 감이 안 와 “숨고”라는 모바일 앱 서비스를 이용했다. 숨고는 내게 딱 맞는 고수를 소개해주는 콘셉트의, 전문가를 매칭해주는 플랫폼이다. 내가 원하는 조건을 상세히 입력하니 고수님들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대부분 상당히 레슨 경험이 많으신 분들이었다. 그중에 접근성, 금액, 후기를 비교해보고 한분께 연락을 드렸고 지금까지 두 달째 잘 배우고 있다.


친구랑 같이 배우는데 한명이 레슨 받을동안 한명은 다른 방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 식으로 하다보니 연습시간도 덩달아 확보하게 되었다.


기타는 취미로 정말 좋은 게, 머리를 안 써도 되기 때문에 하루 종일 컴퓨터와 씨름하다 집에 와서 띵가띵가 치면서 힐링하기 딱이다. 빨리 나도 고수가 되고 싶다.



무언가 제대로 배우고 싶다면 일대일 레슨

일 년 동안 이것저것 배우면서 돈과 시간을 꽤 많이 쓰기도 했지만 조금도 후회스럽지 않는 값진 수업들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1:1 레슨은 비용이 너무 비싸다고 하는데, 선생님이 평생 쌓아온 시간과 노력을 오롯이 전수받을 수 있는 시간에 대한 비용을 지불한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비싸지 않다고 생각한다. 2:1로도 몇 번 해봤지만 그 경험이 아예 다른 것 같다. 오롯이 나를 위한 맞춤 컨설팅, 내 눈높이에 맞는 수업, human interaction이 있는 경험이다(특히 필라테스 일대일은 관리받는 기분이라 더 좋다). 길게 보면 타이트하게 배우고 빨리 독립할 수 있으니 경제적으로 더 이득인 것 같기도 하다.


세 번의 1:1 레슨 만족도가 모두 높은 이유가 뭔지 생각해봤다. 그런데 거꾸로 생각해보니 만족도가 낮기가 오히려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예전에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해본 경험이 있는데, 내가 제공하는 "디자인(서비스)"이 사실 내 밥벌이기 때문에 나의 서비스를 구매하는 사람이 만족해야 하는 게 기본이었다. 그래야 구매자가 계속 내 서비스를 구매할 것이고, 나아가 입소문을 타고 더 좋은 기회, 고객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서비스 매칭 플랫폼 숨고, 크몽이 큰 투자를 유치하였는데, 전문가와 소비자 입장 모두 직접 경험해보고 나니 이런 플랫폼이 프리랜서 마켓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내 전문영역에서 벗어나 전혀 생소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는 것은 신나는 경험이다. 전문가님한테 배울 때만큼은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랭이기 때문에 겸손한 마음으로 그분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받으면 된다. 그것도 오직 나만을 위해서! 그럼 다음엔 또 무얼 배워볼까... ㅎ.ㅎ


댄스도 배워보고 싶다... lol



Instagram

Facebook

Portfolio


작가의 이전글 유명 BJ 감스트는 왜 아버지의 문자를 공개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