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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부상 클로이 Aug 13. 2022

027 마케터의 '쪼'

최근 타 부서와의 협업 과정에서 저의 일하는 모습을 보고 다른 부서 동료분께서 "마케터들은 어떤 ‘쪼’가 있는 것 같아요."라는 말을 듣게 되었어요. 그 말을 딱 들었을 때 '마케터의 쪼’라는 말이 되게 재밌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마케터들과 함께 자신만의 '쪼'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 재밌을 것 같아 준비해보았습니다.   




두 분이 생각하는 '쪼'는 어떤 느낌인가요? 
(출처 : 문명 특급)


저는 ‘쪼대로 한다’가 가장 먼저 생각나요. '쪼대로 한다.'라는 말을 저는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맘대로 한다.’라고 해석해요. 그리고 음악적인 표현인 ‘쿠세’와 비슷한 느낌이 있어요. 일반적으로 '바뀌지 않는 어떠한 습관, 곤조'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에 긍정적인 뉘앙스보다는 오히려 부정적인 뉘앙스가 더 큰 것 같아요. 


쿠세(くせ)
1. 버릇;습관
2. 편향된 경향이나 성질
3. 어느 일정한 상태가 버릇처럼 굳어 버린 것:접거나 구기거나 한 자국

출처 : 네이버 일본어 사전


도밍고 

예전에 무한도전에서 박명수님이 '노래에 쪼가 있다.'를 이야기하는 장면을 본 이후부터 ‘쪼’라는 단어를 인식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저는 '쪼'를 '노래 부를 때 자기 만의 시그니처나 습관'이라고 받아들였어요. 

또, 어릴 적 프로그래밍을 배울 때 변수 이름을 정하는 게 어려웠어요. 변수를 개발자가 네이밍을 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변수 이름에서도 개발자 각자만의 ‘쪼’가 나타나요. 변수 이름만 봐도 누가 코드를 짰는지 바로 알 수 있거든요. 


클로이


저는 채용팀에서 일할 때 ‘쪼’라는 단어를 인식하게 되었어요. 

인력 충원 과정에서 자기만의 ‘쪼’가 있는 중고 신입을 뽑을지 아님 도화지 같은 완전 신입 사원을 뽑을지에 대해 자주 이야기가 나왔었어요. 

당시에 저는 ‘쪼’를 '자기만의 나쁜 버릇, 습관'이라고 해석했었는데 시간이 지나서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개인만의 특성, 정체성'이라고 해석하는 게 더 적합할 것 같아요. 자기만의 '쪼'가 꼭 나쁜 버릇이나 습관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으니까요. 



그렇다면 마케터로서의 나의 '쪼'를 각자 스스로가 알고 있는지 궁금해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자신의 쪼는 무엇이에요? 



도밍고 

마케터로서 저의 '쪼'는 ‘쉽게 읽히도록 쓰는 것’이에요. 어려운 단어는 쉬운 단어로 대체한다거나 쉽게 풀어쓰는 것에 에너지를 많이 소요해요. 


왜 이런 습관이 생겼나에 대해 고민해보았는데 첫 인턴 시절 배운 습관이더라고요. 인턴 시절 포털에 올라가는 콘텐츠 제작을 담당했었어요. 읽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다양했고 누구나 보고 이해할 수 있는 대중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역할을 담당했어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이 중요했어요. 전 회사에서는 대부분 혼자 일을 했어서 잘 몰랐는데, 이번 회사에서 많은 동료들과 일 하면서 저에게 이런 습관이 있는지 알게 되었어요.


휴 

저의 쪼는 '제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범위에서 마케팅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에요. 그동안 작은 기업에서 일을 했던 경험과 현재 회사의 비즈니스 특성 때문에 콘텐츠 제작이나 비용적인 측면이나 더욱 보수적으로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그 대신 최대한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 많은 예측을 하고 그에 대해 미리 준비해요. 


클로이 

저는 '말이 그냥 흘러가는 걸 보지 못하는 쪼’가 있어요. 단어 하나에도 전달할 수 있는 의미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말과 단어를 그저 흘려보내기보다는 저의 의도와 생각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단어를 고민해서 사용하려고 해요. 


이러한 '쪼'가 생긴 이유는 중국어 관련 전공의 영향이라고 생각해요. 중국어는 한자 하나 발음 하나에 전달되는 음과 뜻이 완전히 달라지는 언어이기 때문에 사용하는 한자나 발음에 굉장히 신경 써야 해요.  

그리고 그동안 제가 대부분 대중에게 낯설고 어려운 산업군에서 일을 했어요. 이러한 산업 속에서 최대한 쉽고 짧게 전달하고 어필해야 소비자가 그나마 저희의 이야기를 들어주셨기 때문에 이런 습관이 생긴 것 같아요. 


우리의 경험 중 중요하지 않은 건 없네요. 과거의 경험들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으니까요. 


휴 

여러분의 이야기를 쭉 들으며 제가 그동안 왜 ‘쪼’를 부정적으로 생각했었을까에 대해 고민해봤어요.


우리가 각자의 ‘쪼’를 깨야하는 순간에도 쉽게 깨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더 새로운 방식으로 더 과감하게 마케팅 캠페인을 운영해야 할 때도 계속 저의 '쪼'대로 보수적으로 간다면 저에게도 회사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죠. 또, 클로이의 경우도 그렇게까지 말과 단어 선택이 중요하지 않은 상황에도 클로이의 '쪼'대로 단어에 집착하고 있으면 일의 속도나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쪼'라는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그 '쪼'를 깨야할 때도 각자의 고집으로 유지하는 것이 문제인 거죠. 


클로이

하지만 그 '쪼'를 상황에 따라 제대로 활용한다면 자신 만의 개성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쉽지 않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어떤 '쪼'를 가지고 있는 지를 아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스스로가 스스로에 대해 잘 알아야 상황에 맞게 활용도 할 수 있으니까요! 



여러분은 쪼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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