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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자매 Jul 18. 2024

나의 엄마에게

퇴근을 하고 집에 왔는데 가뿐 숨을 몰아쉬는 엄마 때문에 화가 났다.


이 더운 날씨에 기어코 밭일을 가서는 힘이 들어 숨을 가쁘게 쉬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리 하지 말라고 해도 기어코 가서는 풀을 뽑고 고추를 따고 온다.


그래놓고는 힘들다고 저렇게 가쁘게 숨을 쉬니 자식으로서 화도 나고 속도 상한다.


가져다 드린 아이스크림을 손도 닦지 못한 그 흙 묻은 손으로


코에 아이스크림이 묻은 줄도 모르고 드시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내 앞에 칠십을 넘긴 소녀가 앉아있는 것만 같았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의 그 소피처럼,


우리 엄마는 황야의 마녀에게 저주를 받아 나이가 든 것은 아니지만


몸만 노인이 된 작은 소녀가 내 앞에 있는 것 같았다.



나이 드는 것이 싫었던 적이 있다.


늘어가는 주름이, 시들어가는 젊음이 초라해지는 것만 같아 싫었다.


아직도 소녀 같고 천진난만한 엄마를 보면서 나도 저렇겠구나 싶어 안심이 된다.


엄마 덕분에 나는 할머니가 된 내가 기대가 된다.


나는 분명 우리 엄마처럼 사랑스러운 할머니가 되어 있을 테니까 말이야.


최고로 사랑스러운 할머니가 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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