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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하지만특별한 Nov 07. 2023

우리 삶의 클라이막스

기다림에 대하여

뒷산의 입구에 쭉쭉 뻗은 아카시아 나무가 반갑게 맞이해 준다. 봄이면 그곳은 아카시아 향이 입구초입부터 계단아래까지 퍼져 향긋한 꽃내가 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고 기분 좋게 한다. 그 길을 걷다 보면 저마다의 초록색 나무와 잎들이 길을 감싸않아 어디에 눈을 두어도 푸르름이 가득하고 걸을 때마다 흙의 푹신함으로 걷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그 길을 나는 좋아한다.

겨울의 황량함으로 내 마음도 말라가는 것처럼 느껴 봄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언제 봄이 오나 싶었는데 봄이 저만치에서 성큼 왔다. 연녹빛이 싱그러움을 머금고 꽃망울은 팝콘을 터트리는 계절, 새로움과 생명의 사이에서 오는 설렘과 기쁨은 찬란한 아름다움을 온 사방에 펼친다. 매일의 시간에 봄이 저만치씩 갈 때마다 봄이 가는 야속함을 저버리기 위해 봄을 더 즐겼다.

봄비가 오는 어느 날, 비가 내린다는 이유로 밖을 나가지 못한다는 일은 있을 수 없기에 우산을 쓰고 가기로 한다. 비는 걸어도 발이 젖지 않을 만큼  내렸고 공기는 쾌청하여 기분 좋게 걸을 수 있었다.

조용한 숲길 우산을 쓰고 비를 맞이하면  똑똑 물방울이 내게 인사를 하는 것 같고 숲은 비에 젖어 물기를 머금어 녹음은 짙어지고 향은 더 멀리 은은히 퍼져 내 코로 스며 가슴으로 내려와 마음에 스민다.

그렇게 숲을 즐기며 내려가다 입구에 핀 산벚꽃나무를 만난다.

벚나무 역시 봄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듯 꽃잎을 휘날리며 눈부신 아름다움을 내보이며 자신을 뽐내고 있다. 고개를 살며시 드는 순간 휘날리듯 꽃잎이 내손이 내려앉는다. 아름다움이 내게 전해지는 순간, 시간은 정지된 것 같고 감동이 물밀듯 올라온다. 숲이 전해주는 기쁨의 선물이다.

우산을 쓰고 나오지 않았다면 맞이할 수 없는 삶의 내게 주는 선물 그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고파 책사이에 꽃잎을 말려본다.

긴 기다림 끝에 이 아름다움은  너무나 짧게 느껴져 좀 더 오래 지속된다면 참 좋으려만 하고 생각해 본다.

 

조성진이 한 프로그램에 나와 한곡의 연주에서는 클라이맥스가 있다고 한다. 피아노시모의 점정 여리게, 피아노의 여리게, 메조포르테의 조금 세게, 포르테의 세게 등등과 악세트의 특히 세게, 크레셴도 점점 세게, 데크레센도 점점 여리게 등 음의 크기의 변화로 재미도 있고 또한 잔잔하고 감미로운 연주가 있어야 그 뒤에 클라이막스는 더 빛나고 아름답게 들리는 것이다. 만약 한곡의 연주가 모두 강하게, 강하게만 연주된다면 어느 부분이 중요한지 가늠이 안 가고 힘을 잔뜩 준 연주에서 아름다움이란 느낄 수 없을 것 같다.

한곡의 연주에는 클라이막스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연주를 음미하고 즐기면서 이를 기다리게 되고 클라이막스에 이르렀을때 감동이 우리에게 전해지는 것이다.

일상에서도 기다림 끝에 오는 것들은 더 감미롭고 달콤하다. 1년동안 기다린 휴가는 마음을 여유롭게 하며 끝날 때 쯤이면 아쉬움을 항상 남기게되는데 이 아쉬움은 여운이되어 일상의 삶을 더 열심히 살아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기다림 뒤에 타는 놀이동산의 놀러코스터는  더 짜릿하고 강렬함을 남긴다.

때로는 겨울이 계속될 것처럼 느껴져 기다림에 기다림을 더하고 이내 온 봄은 그러기에 더 반갑다. 이 봄의 아름다움은 계속 언제나 함께 지속되기를 바라지만 쉽게 얻어지는 것, 언제나 계속 있는 것에는 아쉬움도 여운도 없고 그러기에 설렘, 기쁨도 덜할 것이다. 만약 봄이 1년 내내 계속되고 벚꽃이 오래도록피어 언제나 우리가 볼 수 있다면 이렇게 아름답다 느끼지 않을 것이다. 앙상하고 횡량한 가지 끝 기다림 뒤에 피어난 꽃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고 그 시간은 짧기에 더 귀한시간으로 다가오며 그렇기에 더 오랜 여운을 남긴다. 우리의 삶 또한 잔잔함 뒤에 펼쳐지는 리듬의 향연의 기쁨은 더 오래도록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황홀한 봄이 온다는 불변의 진리를 믿으며  봄기다리는 지금을 즐겨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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