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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중 김범순 Apr 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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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제주 워크숍 2

둘째 날 점심 식사 후 도착한 석부작 테마파크

제주도민이 직접 관리하는 석부작 테마파크 펜션 전경


이곳에 석 달 열흘 머물며  공원과 올레길을 산책하면 소설 한 편이 저절로 써질 것 같다.

물론 석 달 열흘이 지나면 요 핑계 조 핑계를 대며 딴소리하겠지만.


흔한 꽃이지만

제주에 피어있으니까 더 화사하다.

미용장의 열정을 상징하는 선홍색

그냥 맷돌만 쌓았을 뿐인데

바람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화산석과 예쁜 꽃

자연이 연출한 조화미에 그저 감탄만 할 뿐!

해마다 공주 신풍면에서 뜯어오던 우산나물

우산나물은 불면증과 스트레스 해소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

연구 센터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산삼 배양근


연구원 설명 중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장춘 박사가 콜히친 3배 액으로 씨 없는 수박만 탄생시킨 줄 알았는데 식물 유전자 서열을 비교분석하여 종 사이의 합성으로 새로운 종이 출현할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밝혀 농업의 아버지가 되었다고 했다.

(예) 배추+겨자 = 갓   배추 + 양배추 = 유채




어제 회의 때 박학다식한 사무총장은 명심보감 권학 편에 실린 중국 성리학자 주희(朱憙)가 지은 우성(偶成 : 즉흥시)이란 시를 소개했다.


소년이노학난성(少年易老學難成)

일촌광음불가경(一寸光陰不可輕)

미각지당춘초몽(未覺池塘春草夢)

계전오엽이추성(階前梧葉已秋聲)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워

짧은 시간도 가벼이 여기지 말지어다

아직 연못가 봄풀 돋는 꿈에서 깨지 못했는데

섬돌 앞 오동나무 잎은 가을 소리를 듣는구나.


임원들의 사고와  지식이 깊어지는 시간이었다.




이 무덤은 비석이 색다르다. 제주도는 멀고 먼 유배의 섬이었다. 귀양살이하다 죽으면 이렇게 고향을 향해 비석을 세웠다고.


송시열과 광해군도 제주도로 유배되었다. 송시열은 100여 일, 광해군은 4년간 귀양살하다 제주에서 생을 마감했다.


확실한 근거는 없으나 무덤 둘레를 쌓은 돌과 크기로 보아 어느 고을 원님 정도는 될 것 같다. 어쩌면 위리안치(圍籬安置 : 외부와 접촉하지 못하도록 가시로 울타리를 만들고 죄인을 가두는 일)되어 사립문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한 많은 눈을 감지 않았을까? 아래 사진의 노랑 난꽃과 빨강 장미꽃을 저 무덤에 바친다.




아열대를 상징하는 야자수, 왼쪽의 등꽃, 오른쪽의 주렁주렁 열린 하귤과 영산홍.

제주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경관이다.


아름다운 석부작 테마파크 안녕!



곶자왈  생태 숲 탐방길로 들어섰다. 콩을 반으로 자른 것 같은 동그란 잎이 조르르 달려 귀엽고 신기했다.



숲은 제주 말로 곶이고 덤불 또는 나무 덩굴을 자왈이라 부른다. 그러니까 곶자왈은 나무 덩굴과 덤불이 우거진 숲이라는 말이다. 이름처럼 숲이 우거져서 그런지 나무 둥치를 타고 오르는 덩굴 식물 이파리 색이 연하다. 대표적인 음지 식물 이끼가 풀처럼 우거져서 인상적이었다.


꾀꼬리가 울고 태고의 숨결을 간직한 바람 한줄기가 가만가만 지나갔다. 우리는 양팔을 벌리고 심호흡하면서 천천히 걸었다.


중국 기예단의 아트 서커스 공연


세상 참 좁기도 하지. 빈자리에 앉으려고 다리 접고 비켜주는 세 사람 앞을 허겁지겁 지나는데 앞 통로에서 청년이 큰소리로 김범순 선생님! 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민대에서 소설 공부를 같이 한 문우였다. 그도 우체국 연수차 전날 제주에 왔다고 했다.


하늘거리는 천과 멀리 보이는 곡예사 표정이 처연하게 아름다워 전율했다.

소년들의 재주넘기.


저만큼 능숙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까? 삐거나 부러진 적도 많았을 것이다. 전부 다 내 손자 같아 안타깝고 가엾어서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쳤다. 돌아오는 길에 가이드가 말했다. 그들의 보수가 생각보다 많으니까 마음 쓰지 말라고. 나뿐 아니라 많은 이들도 같은 걱정을 했던 모양이다.



중국 전통 변검(變瞼) 술을 제주에서 보게 될 줄이야. 딸이 북경 살 때 식당에서 공연을 본 적이 있었다. 변검술은 배우가 얼굴에 있는 검보(臉譜)를 극의 분위기에 따라 바꾸는 연출기법인데 점차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는 설명을 들었었다.


저녁은 흑돼지 오겹살구이와 생선회였다. 너무 예뻐서 아무것도 할 줄 모를 것 같은 충북 차 지회장이 오겹살을 얼마나 맛있게 잘 굽는지 깜짝 놀랐다. 주류파는 술잔을 비주류파는 사이다 잔을 부딪치며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회의가 끝나면 곧바로 가기 위해 노래방을 예약했다.



첫째 날 개회 선언하는 박주화 이사장

둘째 날 회의 진행하는 박주화 이사장


저녁 8시. 회의가 시작되었다. 함께 공감하고 함께 웃고 함께 사진 찍으며 1박 2일을 보낸 임원들은 굉장히 친해져 있었다. 5개 부분장의 발표에 이어 기타 안건을 토의했다. 협회 발전 방안에 대한 다각적인 의견이 제시되었다. 이사장은 얼른 노래방을 취소했다. 임원들도 이사장 마음과 똑같았다.


출처 : 카카오톡 사무총장 프로필 사진


둘째 날에도 사무총장은 명심보감 교우 편에 있는 명문장을 전수했다.


로요지마력(路遙知馬力)

먼 길을 가봐야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일구견인심(日久見人心)

오래 지내봐야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


평생 모르고 살았을 어록(語錄)이다. 훌륭한 인재를 사무총장으로 등용한 이사장 혜안에 감탄했다.


회의가 끝나고 방으로 돌아온 시간은 밤 10시 30분. 옷을 갈아입는데 부회장단 회의가 있다는 연락이 왔다. 정해 부회장은 반쯤 벗었던 옷을 다시 입고 이사장 방으로 갔다.


샤워를 막 끝냈는데 서울지회장이 놀러 왔다. 우리는 마스크팩을 얼굴에 붙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12시 넘어 돌아온 정해 부회장. 잠이 오지 않아 1시경 또 사이좋게 수면제를 먹었다. 전날과 약이 달라서 그런지 둘 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끙끙거리다 4시 넘어 간신히 잠들었다.


셋째 날 아침 530.

몸이 무거워 일어나 지지 않았다.


45일 충대병원에서 요로결석 쇄석술을 받고 후유증을 심하게 앓았다. 가족들과 의사는 제주 나들이를 한사코 말렸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대한민국 미용장이다! 하루 세 번 진통제를 복용하니까 괜찮을 것이며 그래도 아프면 처방받은 마약성 진통제를 먹겠노라 우기고 왔다.


이로 미루어 다른 임원들도 각양각색의 사정과  쫓기는 일정과 고객을 포기하고 회의에 참석했을 것이었다. 이번 워크숍은 미용장 협회 공식 행사였지만 협회비를 아끼기 위해 흔쾌히 여행 경비를 각자 부담했다.


마음을 다잡고 일어나 짐을 챙겼다. 후다닥 아침 식사까지 마친 시각은 7시 10분. 10분 뒤에 버스가 출발했다. 극기 훈련과 흡사한 일정이었다.


차창을 스치는 넓은 초지


순식간에 피로가 말끔히 날아갔다. 첩첩 산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평야와 지평선만 보면 마냥 행복하다.


가성비 높은 패키지여행이라 쇼핑이 포함되어 있었다. 특산물 백화점에서 시간이 지체되는 바람에 공연에 조금 늦었다. 공중그네 등 공연 구성이 어제과 비슷해 재미가 없다.


오토바이 네 대가 작은 원 안을 일사불란하게 회전하는 쇼


박진감이 넘쳐 또 봐도 그런대로 볼 만했다.  공기가 너무 탁해 더는 견딜 수 없어 밖으로 나왔다.


나보다 먼저 나와 산책하던 인천 남 지회장과 공연장 건물 뒤 공원으로 갔다.


혹시 연자방아? 아니면 말고.

사람 형상의 돌 작품


가까이 가려고 했더니 관리인이 별도의 요금을 내라고 해서 얼른 돌아섰다.


성읍 민속보존마을을 지키는 돌 하르방


해설사의 재치 있는 말투와 공격적인 자세가 재미있어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그녀한테 제주도 말을 배웠다. 바리는 사람을 뜻한다고 했다. 냉바리=결혼한 여자. 왕바리=결혼한 남자, 군바리=군인, 동바리=아동.


저기 보이는 가게에서 고사리와 돌미역을 샀다.

실컷 웃었으니 그렇게라도 해야 해설사에 대한 예우인 것 같아서.


점심 식사 후 버스가 싱싱한 배추밭 옆을 지나갔다. 이동할 때마다 가이드 입담에 또 뱃살을 잡고 웃었다.


알로에숲 식물원에 도착했다.


천장을 뚫고 나갈 만큼 키가 크고 튼실하다. 이름이 무엇일까? 페루 황무지 어딘가가 원산지일까? 검색에 검색을 거듭했지만 기둥선인장과 귀면각선인장 종이라는 것뿐  이름은 찾지 못했다.


가이드가 말했었다. 고사리를 제사상에 올리는 이유는 왕성한 번식력 때문이라고. 번식력과 성장력이 뛰어난 이 선인장 역시 제사상에 올라갈 자격을 충분히 갖춘 것 같다.




알로에 숲에서는 화장품과 보조 식품을 판매했다.



레일 바이크를 타고 달리면서 한가로이 풀 뜯는 소떼를 감상했다. 지난해 타봐서 신기할 건 없지만 구성원이 다르니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토끼들도 여전했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지닌 함덕해수욕장 주차장

함덕해수욕장을   

돋보이게 하는 희화적인 돌 하르방

작년 축제 때 만든 모래작품.

작품성이 뛰어나 허물어지는 것이 무척 아깝다.

해수욕장 왼쪽 바닷가 끝에 놓인 예쁜 다리


누구나 이 다리를 건너면

드라마 주인공이 된다.


사진 찍느라 여념 없는데 빨리 모이라고 했다.



우리는 버스킹 가수를 따라 친구야 친구, 여행을 떠나요를 소리 높여 부르며 신나게 율동했다. 제주 임원 워크숍의 멋진 피날레가 된 것이다.


저녁 맛있는 보말 미역국이었다. 커다란 양푼에 그들먹했는데 너무 맛있어서 게눈 감추듯 먹어버렸다. 나만 그런 게 아니고 모두 다. 식비는 이해분 부회장이 지불해서 다시 한번 임원 간의 사랑을 확인했다.


제주 공항에서 비행기가 막 이륙하는데 따끔! 혓바늘이 돋았다. 자정 넘어 집에 돌아왔다. 세수만 하고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가 죽은 듯이 잤다.


아침도 안 먹고 낡은 걸레처럼 늘어져 있는데 대전지회 단톡이 왔다. 10시 51분. 황 지회장이 회원 아들 예식장에  참석해 찍은 사진이었다. 다른 임원들도 마찬가지로 일상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 부지런함과 강한 의지력에 존경심이 솟았다.


대한민국 미용장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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