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 1박 2일 1화
태안 가을꽃 박람회장
추석 연휴. 정주와 1박 2일 여행을 저질렀다. 목적지는 안면도.
철들면서부터 어머니께 깊이 감사드렸다.
여동생 정주를 낳아 주신 것에.
나는 대전에서 출발
정주는 서울에서 출발
우리 여행하라고 전날까지 내리던 비도 그쳤다.
태안 버스터미널에서 오전 10시 30분에 만나 가을꽃 축제장으로 갔다.
우리 형제를 사로잡은 수련
기대에 못 미쳐 조금 아쉬웠지만 만개한 족두리 꽃에 만족하기로 했다.
화려한 의상의 에콰도르 공연단
아름다운 음악은 선물 같았다.
에콰도르 전통의상 매장 앞에서 판초에 꽂힌 나.
키가 작아서 질질 끌린다며 억지로 발길을 돌려세웠다.
안녕 꽃 박람회
안면도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식당에서 줄 서서 기다린 끝에 해물 칼국수를 먹었다.
와우 대박!
그렇게 짜고 맛없는 칼국수는 난생처음이었다.
10월 9일(음 8월 18일)은 귀한 내 동생 정주 생일이다. 생일 축하하려고 미리 검색한 아름다운 카페로 이동했다. 기대를 걸고 도착한 카페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어 얼른 낯익은 곳으로 가기로 했다.
추석 연휴라 주차가 만만치 않았다.
동산에 만든 임시 주차장 가장 깊숙한 곳에 차를 댔다.
그런데 이게 웬일?
솔숲 산책로와 이어지는 게 아닌가.
횡재한 것 같았다.
우리는 체처럼 바닷바람을 거르는 소나무 사잇길을 걸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카페에서 주문할 때 점장한테 부탁했다.
"오늘이 내 동생 생일이거든요. 촛불 켜고 생일축하 해주세요."
"저희 매장에서는 그런 행사를 하지 않습니다. 벨 울리면 직적 받아 가세요."
이래서 이래서
이럴 줄 알고
체인점 아닌 카페를 검색했었던 것이다.
정주는 조각 케이크와 음료를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나는 차를 몰아 생일 이벤트 장으로 갔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정주 취향에 딱 맞을 것 같았다.
ATV(사륜오토바이) 체험장
예상대로 정주가 아주 좋아했다. 흐뭇했다.
거품을 내며 백사장으로 들어오는 바닷물
안면도 백사장을 시원하게 접수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물이 빨리 들어와 도로와 산길만 달렸다.
꽃지 해변
정주를 따라 맨발로 백사장을 한참 걸었다.
폭신 뽀득한 기분 좋은 감촉이 온몸에 전달되었다.
동생 생일을 함께 보내다니!
감격스럽고 그지없이 행복했다.
구름이 많아 노을 감상은 이 정도로 만족해야 할 것 같았다.
신발을 깔고 나란히 앉았다.
앉자마자 바다가 꿀꺽 삼켰다.
바다가 나인지 내가 바다인지
내가 파도인지 파도가 나인지
검은 구름 밑으로 홍시빛 해가 얼굴을 쏘옥 내밀었다.
우리는 어머니가 보내 줬다며 환호했다.
칼국수 집 옆 식당에서 게국지를 먹을 계획이었으나 낮에 실망해서 조금 멀더라도 딸과 왔을 때 맛있게 먹었던 곳으로 갔다.
로봇이 음식을 가지고 왔다.
게국지도 맛있고 게장도 맛있고 밑반찬도 정갈하고 맛있었다. 특히 오이지가 일품이었다.
밥을 빨리 먹지 못하는 나는 우리가 마지막 손님인 것 같아 조금 불안했다. 그때 일곱 식구가 들이닥쳤다. 마음 놓고 각각의 음식 맛을 음미하며 아주 편하게 식사를 마쳤다.
밤늦게 정주가 예약한 숙소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