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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동훈 Mar 28. 2024

수능 시험을 이원화시키는 것은 어떨까?

 요즘 내가 학교에서 모의고사 감독을 하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갈수록 모의고사(수능) 포기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의고사 난이도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고 등급 컷도 높아지고 있으니  '이 게임은 해도 안되는 게임이구나.' 재학생들이 인식하기 때문이다. 


 실제 학교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과 수능을 위해 공부하는 내용은 조금 다르다. 물론 연관이 아예 안된다 볼 수는 없으나 학교 수업에서는 과목의 기본적인 내용을 가르치기에도 벅차다. 수능을 대비한답시고 자칫 어려운 내용을 가르쳤다가는 오히려 과목 포기생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다보니 선생님들도 절대 난이도를 높여 가르칠 수도 없다. 선생님들도 수업에서 설명해야 할 내용을 가지고 실제 고민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학교 공부를 통해 수능을 준비 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학교는 모의고사나 수능을 대비해 구체적으로 문제푸는 요령이나 독해력, 추리력, 수학적 사고력을 길러줄 수 없다. 결국 이는 사설학원이나 개인이 별도로 준비해야 하는 영역이다. 하지만 현역들은 학교 행사, 수행 평가, 내신 공부를 준비하기에도 시간이 벅차다. 이런 아이들이 수능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대체 어디에 있는가?





반면 지금의 수능은 어떤가? 정부에서 의대 증원을 예고하다보니 작년에 이어 올해 더 역대급으로 재학생 외 사람들이 수능 준비를 할 거라고 난리다. 주로 의대를 목표로 수능 준비를 할 사람들이다보니 학업이 어느정도 되는 사람들일 것이고 이들이 많이 가세하면 할수록 등급 컷은 올라갈 것이고 재학생들은 밀려나게 될 것이다.


평가원에서는 매번 학교 교육과정에 충실하여 수능 시험 문제를 낸다 하지만 변별력 확보를 위해 평가원에서도 갈수록 현역들이 범접하기 힘든 문제들을 출제할 수 밖에 없다. 현역들은 참 어렵다.


한편 올해는 서울 주요 대학들이 2025 학생부 교과 전형으로 수능 최저를 많이 도입했다. 원래 교과 전형에 수능 최저가 없었던 연세대와 한양대는 각각 2합4(인문)5(자연), 3합 7을 도입한다고 발표하였다. 또 생기부를 우선시하는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도 한양대 3합7, 서울시립대 2합5를 발표하였다. 고려대학교는 논술 전형에서 경영 3합4, 일반 3합8을 도입한다고 하였다.


이처럼 각 대학들이 속속들이 수능 최저를 도입하게 되면 현역들의 대입 문턱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특히 올해는 역대급으로 현역들이 수능최저에서 탈락할 것이라 이미 소문이 퍼지고 있어서 현역들의 불안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애초에 난 재학생과 재학생 외 학생들(주로 재수생 이상..)이 시험을 같이 보고 동일 선상에서 등급을 책정받는다는 것 자체가 불공정한 경쟁이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말했듯 재학생 외 학생들은 1년동안 순전히 수능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반면, 재학생들은 학교 커리큘럼을 따라가기에도 벅차다. 이런 학생들이 대체 어떻게 재수생들을 이길 수 있겠는가?



그런 면에서 나는 수능을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번째 방법은 시험 문제와 시험 날짜는 같더라도 재학생과 재학생 외 학생으로 이원화하여 각각 등급을 달리 매기는 방법이다. 그렇게 된다면 재학생들은 재학생 외 학생들로 인한 시험 부담과 걱정을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이는 전국 재학생들 간 경쟁으로 시험의 형평성에도 어느정도 부합하게 된다. 그렇게만 한다면 재학생들은 학생 신분으로 있는 것이 등급을 좀 더 유리하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능 준비를 위한답시고 자퇴하는 비중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



두번째 방법은 시험 문제 자체를 재학생과 재학생 외 전형으로 다르게 내는 방법이다. 앞서 말했듯 현재의 수능 시험은 어떻게 보면 사설학원 커리큘럼에 더 잘 맞춰져 있고 현 학교의 교육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다. 따라서 이를 구분하여 재학생은 학교 공통 교육과정과 실정에 맞는 형태로 시험 문제를 낸다면 재학생들이 수능을 대비하기에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수능이 도입된지도 벌써 30년이 지났다. 시간이 너무나도 흘렀고 학교의 교육하는 형태도 수능 초기때에 비해 많이 변질되었는데 시험 유형은 아직도 그대로이고 시험 난이도는 중위권이라면 정말 범접하기도 힘든 괴물 같은 난이도로까지 올라갔다.


정책은 항상 흐름을 탄다. 상황과 환경이 달라졌다면 그에 맞춰 제도도 당연히 바뀌어야만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올해부터 시험 문제를 쉽게 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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