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솔 Aug 21. 2022

60살까지 늙지 않는 뇌를 믿으며

젊음은 그것을 모르는 젊은이에게 주기엔 너무 아깝다


 이전 직장의 동료들 중 30대 중반인 여자사람이 한 분 있었다. 그녀를 A라고 칭하겠다. 다시금 언급하지만 A는 '30대 중반'임에도, 본인이 진심으로 늙었다고 믿고 있었다. 20대는 귀하고 30대는 젊고 40대가 가장 많은 비수도권의 지방직 조직에서 말이다. 혼자서 생각만 했으면 내가 이런 글을 쓸 일도 없었겠지만, A는 꽤 자주 본인이 늙어서 서럽다는 식의 투정을 부렸다. A보다 십수년은 더 산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도 당당하게. 


 나에겐 A와 동갑인 호적메이트가 있다. 그래서 나는 A의 나이가 왠지 모르게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걸 다 떠나서 고작 30대 중반이 거울을 보며 노화한 얼굴을 한탄하고, 밥이 잘 넘어가지 않는다고 울상짓고, 늙어서 하루하루가 빨리 가는 게 아쉽다고 한다는 게 이해가지 않았다. 그래서 하루는 내가 'A님이랑 나랑 몇 살 차이 난다고요. (왜 나한텐 어리다고 하면서 본인은 늙었다고 하세요?)'라 일침을 던졌더니 A는 그 말에 진심으로 발끈하더라. 그래서 나는 A가 사실은 40대 중반인데 나만 모르는 건가 싶었다. 




 얼마 전에는 나보다 네 살 어린 친한 동생 B를 만났다. 같이 카페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B가 갑자기 '헉, 나 진짜 늙었다.'라면서 깜짝 놀라는 것이 아닌가. 그 나이가 늙은 것이면 나는 수의를 알아보러 다녀야 하고, 나보다 더 나이를 먹은 사람들은... (이하생략) 하지만 나는 관대하게 넘어갔다. 나도 B만할 때 내가 이제는 늙었고 가능성이 없는 나이라며 자책한 적이 있으니까. 




 TV 채널을 돌리다가 TVN의 <유퀴즈 온 더 블록>을 잠깐 보게 되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이전에 촬영한 회차라 제작진들이 거리를 다니는 일반인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주제는 <청춘은 언제라고 생각합니까?> 였다. 사람들의 대답은 제각기였지만 특이점은 공통이었다. 바로 중년의 연배이신 분들은 '아직 몸도 건강하니 지금이 청춘 아닐까'라 답을 하시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은 '내 청춘은 끝난 것 같다.' '10대까지만 청춘이다.'라 답하는 것.


 아일랜드 출신의 유명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이렇게 말했다.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는 너무 아깝다고. 영화 <비긴어게인>의 OST이자 마룬5의 보컬인 애덤 리바인이 불러 국내에서도 흥행한 노래 'Lost stars'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And, God, tell us the reason. Youth is wasted on the young. 신이시여, 왜 젊은이들은 젊음을 낭비하는지 이유를 가르쳐주세요.


 위의 것들을 종합해 내가 얻은 통찰이 하나 있다면


사람들은 젊을 때엔 본인이 젊은 줄 모르고 살다가
나중에 이르러서야 젊음을 빼앗기고 싶지 않아한다는 것



 이다. 나도 새파랗게 어릴 때는 내가 어린 줄 모르고 살다가 지금에서야 젊음이 주는 건강한 자의식을 한껏 누리려 하고 있다. 몇 년만 지나도 이 시절을 놓친 걸 후회하며 살 게 뻔해서.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며칠전 SNS에서 본 어떤 문장 때문이었다. 정확한 표현이 기억나진 않으나 생각나는 것만 풀어놓아보자면 '젊은 사람이 본인이 늙었다는 말을 하는 것은 본인보다 나이가 든 사람에겐 무례이고, 본인보다 어린 사람에겐 저주가 되는 말이다.'와 같다. 아, 이 문장을 보니까 내가 왜 A처럼 나이 먹지는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는지 그 감정의 엉켜있던 끈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나는 나보다 어린 사람들에게 인생의 골든 타임을 놓치면 정신적 불구가 된다고 공포감을 주는 연장자가 되고 싶지 않다. 대신 나이를 먹어도 각각의 나이엔 그 나이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으며 생각이 늙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알려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이 글과 관련해 내가 흥미롭게 읽은 기사를 첨부한다. 



 위 기사의 요지는 뇌의 기능은 20세에 정점을 찍었다가 내려오기는 하지만, 세간에 떠도는 말처럼 나이가 들수록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이 급감하는 것이 아니며 60세까지는 2,30대와 큰 차이가 없이 유지할 수 있다는 거다. 이 정도면 사람들이 나이를 먹어서 머리가 빨리빨리 돌아가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은 아주 작은 부분만 생물학적인 요인이고 본인이 본인의 한계를 그렇게 단정지었기 때문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요즘 어떤 책이든 읽고 이를 읽은 후엔 책의 내용을 곱씹으며 가만히 사색하는 '습관'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도 습관 심기의 일환이다. 이걸 좀 더 어린 나이에 시도했다면 내 삶이 더욱 풍성해졌겠지 싶은 아쉬움은 늘 존재한다. 하지만 고작 20대 초반에 이젠 머리가 쌩쌩하게 돌아가지 않는다고 느끼던 나의 과거를 생각하면, 모든 일엔 다 때가 있다는 말이 이런 뜻인가 싶다. 내가 나의 뇌 기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 고군분투를 하는 지금이야말로 모두가 말하는 '때'가 온 것이다. 


 이것은 같은 실수를 두 번 다시 하지 않기 위함이기도 하다. 지금의 내가 몇년전의 내가 얼마나 어렸는지 몰랐던 걸 후회하듯이,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과소평가했던 걸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이런 나를 보고 조금이라도 희망을 얻고 용기를 내는 사람들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는 오늘도 부지런히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몸을 움직여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