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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 Apr 02. 2024

후송 류의양의
[남해문견록] 풀이

- 제13~16장 <남해읍성과 귀양길> -

13

읍내에 들어오니 작은 성이 있는지라. 북문으로 들어 관문을 자나 성 남문으로 나가니 관가 하인 하나가 와서 주인을 잡았으니 가자 하고 가르치는데, 말을 모라 바삐 가니 주인의 자식 아이놈이 마중 나와 강포한 소리를 하고 집을 막기를 심히 하니 바다 섬 인심이 극악한 줄 들었던 것이지만 소견에 극히 이상하고도 놀랍고, 우기려 들면 이상한 언행이 있을 듯싶기에 그 아이 꾸짖지도 않고 내 종에 당부하여 아이 말을 들은 체도 말라 하고 말 머리를 돌이켜 남문 밖으로 도로 와 임시 처소에 앉고, 관가 하인을 불러 말하기를 내 귀양으로 이리 왔더니 보수주인을 관가에서 정하여 맡기는 것이 법이니 주인을 정하여 달라고 하니 남문 밖 백성 김시위의 집으로 정하여 주어서 그리 가니 김시위는 잡소리를 아니 하고 좋게 대접하더라.


14

임시 처소에 앉아 있을 때 참판 정광충이 급히 와 보고 이전 못 본 사연하고 그자는 패부진(임금이 불러도 나가지 않는 죄를 짓는 일) 하고 왔으니 새로 오는 이는 무슨 사연인가 묻고 그자가 머물기는 북문 바깥이니 나더러 북문 밖으로 옮아와 이웃하여 지내자고 하니 내 대답하기를 내 수찬 벼슬을 하여 한 번 사직 상소도 못하고 즉시 나아가지 못할 까닭이 있었기에 패부진하였더니 이 땅으로 자리에서 쫓아내라는 어명이 있었기에 이리 왔노라 하고 내 숙소는 관가에서 그리 정하여 주었으니 어찌 친구와 상종하기 위하여 고쳐 옮기겠는가 하니 정 참판이 대답하기를 성남, 성북이 많이 멀지 않으니 서로 상종이나 자주 하자 하고 가더라.     


15

원이 나와 보고 저녁밥을 하여 보냈길래 사양치 못하여 먹고 관가에서 통인과 사령과 식모를 보내노라 하고 이전의 다른 유배객들도 이 하인들을 빌어 부리더라 하거늘 내 생각하니 옛적 선비 장자들이 적소에서 이런 하인 부린 일이 있으니 나도 못 할 일이 아니지만 내 심부름꾼 한 명이 있으니 족히 심부름할 것이고, 밥은 주인이 할 것이고 또 이전에 들으니 우리 계구 한공(외숙 한억증)이 옥당으로서 안주 귀양 가실 때 관 하인 빌어 부리지 않았다 하였으니 나도 사양하고 부리지 아니하니 혹 답답한 적도 있더라.     


16

내 서울서 길 떠나올 때 급하기 약간 행자(노자)를 가지고 왔으나 행로 구간이 특심한지라. 여러 고을을 지나고 아는 수령이 혹 있어도 구걸하는 혐의 있을까 하여 한 곳도 전갈하여 오노라 말을 알리지 아니하고 어음 새벽길이 있어도 횃군도 빌리지 아니하더니 충청감영과 전라감영에서 (내가) 지나가는 줄 듣고 주막으로 나와 보고 신행 착실히 하기에 받아 오고 남원에 들어오니 원은 출장 가고 관아에 있는 손이 이전 원의 아내의 사촌인 줄 알고 주막으로 나와 보고 남해까지 갈 양식과 행자를 챙겨 주니 받아 왔지만, 사촌 누이동생을 생각하니 이전 서흥과 원주에서 놀던 일이 어제 같건마는 인세 변하였으니 마음에 측연하더라. 남해 들어온 후는 경상감영에서 보낸 것으로 지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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