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7 장 <남해금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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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지형이 사면이 바다인데 남쪽은 더욱 끝없는 바다라. 금산이라는 이름난 산이 있으니 읍내서 삼십 리를 남으로 가서 평지에서 수십 리를 올라가니 초대 중대 상대라 하는 대가 셋이 있으니 초대 중대는 볼 것이 특별히 없고 상대는 기이한 바위가 많고 중에 높고 큰 바위 위에 또 바위 둘이 있는데 바위 모양이 마치 큰 목혜(나막신) 한 쌍을 남향하여 벗어 놓은 듯하니 목혜 키는 사람의 길이로 두어 길이나 되니 너비도 그렇게 큰지라. 사람들이 이르기를, 신선이 여기 와 놀다가 목혜를 벗어 두어 돌이 되었다 일컬으니 그 말은 극히 허황하나 모양을 보면 천 년 한 쌍 대단히 큰 목혜 같으니 그런 억지스러운 말이 이어오기가 이상하지 않다고 하더라. 목혜 옆에 한림학사 주세붕이라 하고 새긴 것이 있으니 주세붕은 고려적 사람으로 등산 와서 이름을 새긴 것이더라. 그 봉우리에 요망(높은 곳에서 적의 형세를 살피어 바라봄)하는 대를 높이 쌓아 올렸으니 배가 나오는지 사람을 시켜 지키게 하여 살피는 곳이러라. 이 봉우리에서 동으로 대마도를 보고 일출도 본다 하고 서로는 전라도 좌수영이 뵈고 남으로는 바다가 끝이 없는데 바다로 수백 리 한 가운데 큰 산 하나가 있으니 그 산 가운데 구멍이 크게 뚫려 이 금산서 바라보면 서울 남대문 안에서 바깥을 내다보는 듯이 구멍이 크게뚜렷이 뵈니 그 산 이름을 유혈도라 일컫더라. 유혈도는 명산이라 옛적 신선이 늘 와서 놀기에 바위 위에 밥 지어 먹던 흔적이 더러 있다 하더라. 유혈도의 고기잡기와 생복 따기를 이 산 앞에 와 하고 가문 때에 여기 와 기우제를 지내면 비를 매번 얻는다 하되 풍랑으로 하여 왕래가 어렵다 하더라. 또 유혈도 밖은 창망한 바다이니 하늘인지 구름인지 물인지 시력이 다하여 알지 못하니 좋은 큰 배에 돛을 달아 순풍에 내어 놓아 하늘가를 보고 싶되 그리할 길이 없으니 옛사람의 글에 부상(해가 뜬다는 바닷속 전설의 나라)을 끝내 보지 못함을 한하노라는 말이 그르지 않더라. 목혜봉(木鞋峰: 나막신 봉우리) 아래는 남으로 의상대란 대와 의상암자가 있고 또 그 곁에 굴 둘 있으니 하나는 용굴이고 하나는 음성굴이니 두 굴이 그리 깁지는 않되, 음성굴은 밖에서 나무로 굴 바닥을 두드리면 천연한 북소리가 나더라. 두 굴 서쪽으로 홍문(무지개 문)이 있으니 산이 속이 비어 그 속에 들어서면 사면으로 구멍이 뚫려 있고 위로 하늘이 뵈니 형상이 무지개다리 모양 같기에 이름을 홍문이라 하더라. 홍문으로부터 서쪽으로 가니 산 위에 바위가 있어 천연한 돼지머리 같으니 이름을 저두석(楮頭石)이라 하더라. 또 그 서쪽으로 구정봉이라 하는 데 있으니 산꼭대기 위 바위에 작은 우물처럼 파인 것이 아홉이 있기에 이름을 구정봉(九井峰)이라 하고 옛 신선이 와 놀던 데라 일컫더라. 그 바위 틈에 돌이 패여 그릇 같이 되어 있는데 위 바위가 높이 덮여 빗물이 들지 않되, 늘 맑은 물이 있어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장마에도 더하지 않아 매우 이상한 물로 일컫길래 떠내어 한 그릇을 마시니 맛이 과연 달고 시원하기(淸冽)가 기이하더라. 이 구정봉과 의상대가 바다로 향(임)하여 보는 경치는 목혜봉과 한 가지로 쾌활하더라. 이것이 다 금산 남쪽 봉우리들이고 금산 전체는 소나무가 크게 자라는 곳으로 통제영에서 엄금하기에 수목이 하늘을 찌르고 사슴이 많다고 하니 사슴이란 짐승이 산에서 새끼를 치거니와 바다 고기가 변하여 사슴이 되기에 특히 많다고 이르니 녹도(원문의 북도는 황해도 산간지역이니 녹도의 오기로 추정함)도 바닷가이고 전라도 변산도 바닷가이기에 다 사슴들이 많으니 그 말이 옳은가 싶고 금산에 범도 많아 사람을 상하게 하는 일도 많으니 내 이르기를 한 번 크게 사냥하여 섬 속 범을 다 없애면 다시 사람 상하게 하는 일이 없을 듯하다 하니 거기 사람들이 이르기를, 금산에는 범이 없으되 다른 데 범이 매번 바다를 헤엄쳐 건너 들어오기에 섬 안의 범을 없애도 효험이 없다고 하고 범이 물을 헤엄쳐 건널 때 머리를 물 위로 내고 오니 사람이 볼까 하여 짚 덤불이나 아무 덩굴을 써 머리를 가리고 건너오기에 사람이 모르고 있다가 놀랄 적이 많다고 하니 그 짐승이 바다를 건너는 것이 영험한 힘이 있고 머리를 가리는 짓이 지혜가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