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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 Apr 11. 2024

후송 류의양의 [남해문견록] 풀이

- 제27~29장<주거와 방언, 그리고 풍속> -

27

마을들이 산 밑에도 있고 물가에도 있으니 울타리와 사립을 다 대충하고 동산에는 대숲이 푸르러 있고 뜰 가에 석류꽃이 붉었으니 보기에 아름답고 전답이 옥토요 길쌈들이 착실하고, 해물이 갖추어져 있으니 살기(生理)는 좋은 곳이로되 내 주인의 마루에 앉아 있었는데 지붕에서 갑작스레 앞에 떨어지는 것이 있어서 보니 큰 뱀이 앞에 떨어져 방석에 서리는지라 매우 놀랐고, 지네도 방과 마루에 떨어지니 물리기는 면하였으나 이 두 가지 일이 집터로 잡아 살지는 못할 곳이더라.


28

주인이 음식을 하여 줄 때 내 항상 지네 들었을까 염려하여 당부하니 주인이 대답하되 경지를 육궁 비질하니 염려 마르소서 하니 내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하여 하니 곁에 사람이 풀이(解得)하여 이르되, 경지란 말은 부엌이란 말이요, 육궁이란 말은 항상이란 말이요, 비질이란 말은 뷔질이란 말이라 하니, 방언이 우습고 이뿐 아니라 너희라 말은 늑의라 하고, 저희라 말은 즉의라 하고, 겨집아이는 가산아이라 하고, 오라비 아내는 올체라 하고, 먹으라 말은 묵으라 하고, 아모 일이나 아조라 하는 말은 함부래라 하고, 아직이란 말은 당사라 하고, 달라는 말은 도라 하고, 바삐 걸어라는 말은 팽팽 걸어라 하고, 뽕이라 말은 뿅이라 하고, 질경이라 말은 배피장이라 하고, 기러기는 글억이라 하고, 병아리는 비가리라 하고, 옷은 볼모라 하여 핫옷은 핫볼모, 홑옷은 홑볼모, 겹옷은 겹볼모, 긴 옷은 긴 볼모, 짧은 옷은 짧은 볼모라 하고, 화로는 화릐라 하고, 키는 청이라 하고, 옥수수는 강남수수라 하고, 지팡이는 작지라 하고, 지룡이는 거생이라 하고, 솔개는 솔방이라 하고, 다리우리는 다립이라 하니, 이런 방언이 처음 들을 때는 귀에 낯설더니 오래 들으니 익어 가더라.


29

남방 풍속이 이상하여 여거사(女居士)들이 무리 지어 다니며 놀음하며 동냥하는 것이 무수한지라. 읍내 집마다 다니며 북 치며 염불 소리 하고 놀음하면 마을 사람들이 굿을 보며 돈과 쌀을 낱낱이 주어 염불을 더하라 하여 종일 밤이 되도록 하여 그치는 때 없고 그 거사가 지나가면 또 다른 거사가 이어와 연하여 그러하여 봄, 여름, 가을 세 철에는 그칠 때가 없다고 하니, 읍내가 이러하면 성 밖 마을(外村)은 더 하겠더라. 내 이전 해서 원(황해도 송화 현감)으로 갔을 때 부임 초에 각 면에 분부하여 거사들이나 중 광대나 요지경이나 잔나비 같은 잡스러운 것들을 민간에 붙여 두지 말라 금하여 새벽 인경(人定)부터 오던 것들이 소문 듣고 경내에 들어오지 못하니 사 년을 민간이 조용했던 것이니, 이 일이 예기에 교묘한 것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금하라 하는 것과 같은지라. 이 남해 한 읍에는  이 노량 나루 내에 한 번 금하면 이런 일이 쾌히 없을 것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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