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짜증과 마주 보기로 결심했다.

짜증 내는 사람도 짜증 내느라 짜증 난다.

by 유리한


이 지긋지긋한 놈의 짜증을 벗어나기 위해, 짜증록을 쓰기 시작했다. 짜증. 이건 대체 뭘까. 사전부터 살펴보는데 문득 짜증이 올라왔다.


“짜증은 단어부터 짜증 나게 생겼다.”


ㅈ이 세 개나 들어가다니, 범상치 않네. 그러나 나 또한 범상치 않다. 눈 뜰 때 짜증으로 일어나 짜증으로 눈감아온지 어언 30년 이상 경력의 프로 짜증러이기 때문이다. 프로 짜증러로서 짜증록을 잘 쓰고 싶다. 프롤로그에 뭘 쓸까… 고민하다가 내가 왜 짜증록을 쓸 정도에 이르렀는가를 설명하기 위해 화려한 나의 짜증 경력을 풀어보도록 하겠다.



짜증 내다 이런 짓까지 해봤다

1. 짜증 심각하게 나서 길에서 미친 사람처럼 걷다가 모르는 사람에게 뭘 보냐고 소리 지른 적 있을 유

2. 1의 기억으로 죄책감과 괴로움에 몸부림치다가 짜증 나서 스스로의 머리를 주먹으로 몹시 내려쳐봄

3. 짜증 나서 학교 안 가봄

4. 짜증 내다 지쳐 자느라 짜증 나서 대학 입시 접수 안 함

5. 산지 한 달도 안 된 랩탑, 짜증 나서 파우치째로 내던지다 깨 먹음

6. 업무 보다가 사무실에서 짜증 나서 스스로 머리 심하게 주먹으로 내려치며 업무 해봄.

7. 밥 차리다가 젓가락 떨어뜨려서 짜증 나서 집어던지다가 또 짜증 나서 그냥 갖다 버림 < new! 오늘 있었던 개 큰 미친 따끈 사건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이 사람… 그냥 미친 사람 아닌가 싶으실 것이다. 맞다. 나는 미친놈이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 짓들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정말 짜증을 제대로 내고, 느껴본 사람이라면 분명 똑똑히 알 것이다.


짜증이 한 번 제대로 올라오면, 사람을 얼마나 돌아버리게 만드는지.


그래서, 내가 던져서 나뒹구는 낡은 수저를 보다가 나는 결심했다. 그만 좀 돌기로.


왜냐하면… 나도 그만 짜증 내고 싶다.


내 짜증에 지치고 위축되는 주변 사람들을 존경하고 존중하고 싶다. 더는 내 짜증으로 분위기를 망치거나 누군가의 기분을 망쳐선 안 된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고 돌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더는 나를 밀리고 밀려 쌓여버린 설거지 더미 취급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마주 보기로 했다.


짜증 나다는 짜증과 나다를 띄어 써야한다. 나도 한 번은 나의 짜증과 한걸음 떨어져 바라 볼 필요가 있다.

아주 강력하고 질긴, 때려죽여도 시원치 않지만 절대 죽지도 않고 매번 돌아오는 나의 짜증과.


그렇다, 이 짜증록은 평생을 나와 함께한 짜증을 관찰하고, 고찰해 보는 나의 인생 반성문이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