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여름 초입에 고향에 큰 산불이 났고 오랫동안 브런치의 내 글방을 외면했다는 자책도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정말 덥다.
오늘은 시원하게 바다로 가보자.
이달 들어 매일 4시 반에서 5시 사이면 일어나 반바지에 시원한 셔츠를 입고 바다로 내려간다. 집에서 바다까지는 15분 정도 걸리는데 가는 동안 동쪽에서부터 조금씩 검은 하늘이 핑크빛으로 변하다 바닷가에 도착할 즈음이면 노랗게 빛난다.
동네 앞바다는 검은 모래 해변이라 해가 뜨기 전에는 더욱 검다가 날이 밝아지면서 갈색으로 변한다.
맨발로 걸으면서 새벽 풍경을 사진으로 담기도 하고 첨벙첨벙 무릎 위까지 적시며 파도와 장난을 치기도 한다. 어떤 이는 팔을 하늘 높이 쳐든 채 걷고, 어떤 이는 앞 뒤로 흔들고, 어떤 이는 허리까지 물속으로 들어가 물길을 가르며 걷는다. 각자 독특한 걸음이나 포즈로 모래 위를 오가는 동안 해는 삐죽삐죽 고개를 내밀어 세상을 환히 드러낸다.
매주말이면 바닷가 쉼터에서 마을장터가 열려 컴컴할 때 이미 할머니들이 온갖 채소를 펼쳐놓고 기다린다. 오천 원이나 만원에 구매 가능한 구제 옷이나 잡화들이 나름 장터 분위기를 보탠다. 아침부터 빙떡을 안주삼아 막걸리를 마시는 남자들도 보인다. 반찬가게, 빙떡, 옷가게 등 좀 젊은 아주머니들은 현금이 없을 경우 이체를 하라고 종이박스에 계좌번호를 적어 걸어 두고 있다. 활기찬 새벽이다.
지인들에게 여름 제주도 여행은 되도록 권하지 않는다. 한낮이 되면 쨍쨍한 햇살과 높은 습도로 숨이 턱턱 막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휴가철은 여름이니 부득이 여름 여행을 하시는 분들께 팁을 드릴까 한다.
되도록 새벽을 활용하시면 좋다. 5시 전후로 바다에 가서 모래 해변을 맨 발로 걸어보시라. 실크처럼 부드러운 모래와 찰박이는 물살은 최고의 행복을 선사한다.
공항을 중심으로 동쪽으로는 함덕, 김녕, 월정, 표선 등등 서쪽에는 이호, 곽지, 협재 등 모래 해변이 좋은 곳이 많다.
또는 사라봉, 도두봉 등 안전시설이 잘 되어있어 새벽에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는 오름들도 있다. 물론 어두운 시간에 혼자 다니는 건 절대 안 된다. 반드시 일행들과 함께 하시기를.
새벽 산책을 즐긴 후 제주도는 해장국집이 많으니 아침식사를 한 후 오전에 드라이브를 하거나 실내 여행으로 간단히 하고 대낮은 숙소에서 쉬는 게 좋다.
이른 저녁식사를 한 후 석양 여행을 한다. 석양은 서쪽이 좋지만 어느 곳인들 해는 지고 눈부시게 아름답다. 수영을 하더라도 대낮보다는 저녁 무렵이나, 새벽, 아침시간이 더 좋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런 여행 방식은 젊은 사람들의 방식은 아닐 것이다. 고생조차 즐거움인 젊음들이야 뭔들 문제가 될까만, 편안한 여행을 즐기신다면 이런 방식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