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콜도 없이 끝난 무대에서 문어는 홀로 노래한다.

[문어의 꿈]을 듣고

by 훈남아빠

나는 아주 힙한 사람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트렌드는 따라가기 위해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콘텐츠는 한 번 정도라도 경험해보려 한다.



요새 아이들이 '문어의 꿈'이라는 노래에 빠져 지낸다는 얘기들이 들려왔다.

그런데 아이들이 픽했던 노래들 계보를 보면, '사랑을 했다', '신호등' 등 멜로디가 단순하지만 중독성 있게 빠져드는 어떤 매력들이 있었다.



가벼운 기대를 하고 노래를 들어봤다.

운전을 하고 가다가 아내와 대화를 하며 가볍게 들었는데

"이게 왜 인기가 많다는 거지?"

'가수 창법이랑 목소리가 되게 매력 있긴 하다.' 정도의 생각을 하고 더 이상 듣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설거지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야~아아아아아"를 흥얼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마침 설거지하는 내 옆에서는 아기가 놀아달라며 내 다리를 잡고 보채고 있었다.

"공주야 이게 무슨 멜로디지..? 이거 뭐지? 왜 갑자기 아빠 머릿속에 있냐?"



"아..! 문어의 꿈이구나!"



곁에 아기를 앉혀놓고 스피커로 노래를 다시 듣기 시작했다.

묘하게 아기도 집중한 듯 함께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



"띵똥띵똥" 하며 시작하는 단순한 멜로디가 굉장히 경쾌했다.

서서히 가사가 들렸다.

문어는 장미꽃밭에 숨어 들어서 빨간색으로 변해버리고,

밤하늘을 날다가 오색찬란한 문어가 되기도 했다.

상상하고 있자니 가볍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런데.

갑자기.

"깊은 바닷속은 너무 외로워. 춥고 어둡고 때로는 무섭기도 해"

"그래서 나는 매일 꿈을 꿔. 이곳은.. 참 우울해."



잘못 들었는 줄 알았다.

'마지막쯤에는 뭔가 반전의 해피앤딩이겠지'



기대하고 들어본 마지막 가사는

"그래서 나는 매일 꿈을 꿔. 이곳은.. 참 우울해."

그대로였다.



'아니 이럴 리가?'

나는 이 노래가 동요인 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결론을 전혀 예상을 못하다가 약간 얼얼한 느낌이었다.



노래를 계속 들으며 검색을 해보니,

가수는 안예은이라는 슈퍼스타K 시즌5에서 준우승을 한 가수였다.



후에 이 가수의 인기곡들을 죽 들어보았는데

가수의 독창적인 창법을 살려서 국악스러운 노래와 심지어 호러장르의 노래까지 넓은 영역을 아우르며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는 가수였다.



아무튼 그 이후로,

나는 이 노래에 중독되어 버렸다.



나는 영화나 노래, 모든 콘텐츠에서 슬픈 내용을 너무 슬프게 표현하는 것을 싫어한다.

나란 사람의 성격 탓일까.

어떤 사람과 함께 슬프거나 힘든 일을 겪었을 때,

상대가 먼저 오열하며 슬퍼하기 시작하면

나는 속절없이 내 마음을 추스르고 상대를 걱정하는 역할을 해야 했다.

슬픔에 충분히 슬퍼할 수 있는 역할은 이미 상대가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나 노래에서도 슬픈 내용을 나에게 너무 슬프게 말하면 내가 슬퍼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넘실거리는 슬픔 앞에서 나는 한걸음 떨어져서 그 슬픔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절제된 슬픔'을 좋아한다.



그런데 이 문어.. 정말 심상치가 않다.

문어의 이 화려하고 통통 튀는 상상들은, 사실은 이뤄질 리가 없는 꿈들이다.

문어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커피를 마시고, 신호등을 건널 수 있을 리는 없다.



사실 문어는 깊고 깊은 바닷가에서 "아아아아아" 하고 노래 혹은 절규하며

'행복'을 상상하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래서 노래조차도 한 편의 뮤지컬처럼 진행된다.

'통! 통! 통! 통!' 튀면서 커튼이 열리고 귀여운 문어는 팔짝팔짝 뛰면서 등장한다.

문어의 상상은 갖가지 색상들과 함께 표현되며 더없이 찬란하고 귀엽다.

지켜보던 사람들도 문어와 함께 행복을 느끼는 순간

갑자기 문어를 비추던 모든 스팟라이트가 꺼지며 무대가 어두워진다.

서서히 닫히고 있는 커튼 사이로 문어가 외친다.

"아~아아아아~!"

그리고 커튼이 완전히 닫히고 사위가 모두 조용해진 온전한 어둠 속에서 문어가 홀로 나지막이 말한다.


"이곳은.. 참 우울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라길래

가볍게 듣기 시작했다가, 중독되어 하루종일 같은 노래만 듣고 있다.



문어가 조금 덜 외롭고 조금 덜 무서워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