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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자 Nov 06. 2018

농업 훈련 학교 오리엔테이션

지역 농부들의 옥수수 농사 시즌 스타트!


10월 마지막 주간에 르완다의 옥수수 농사 시즌을 맞이해 우리 농업학교의 첫 오리엔테이션이 열렸다.



우리 농부들이 농업 훈련 학교에 참가해온지는 꽤 되었지만, 농업 훈련 학교의 대표 모델인 리더 중심 교육제를 진행하면서 암묵적으로 유지되어 있던 체제를 한 번 손봐야겠다는 생각은 지난 몇 개월 동안 계속하고 있었다.


기존의 농업학교의 정보 전달 방식은 "기관 소속의 농업 전문가들 --> 지역별 그룹 리더들 --> 그룹원(지역 농부들)"이었지만 올 옥수수 농사 시즌부터는 "기관 소속의 농업 전문가들 --> 지역별 그룹 리더/그룹원"으로 묶어서 직접 교육을 실시하되, 농업 전문가와의 주기적인 소통, 교육 관련 자료 배포, 클래스 시간 공지 등의 소위 "반장" 역할을 지역별 그룹 리더들이 맡게 되었다. 



오해의 소지가 있어 잠깐 짚고 넘어가자면 나는 굳이 직접 교육의 효과성이 간접 교육보다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 기관의 사업을 이끌어나감에 있어서 익숙해진 체제 속에서 간접 교육의 혜택이 특정 소수에게만 돌아가는 경우를 몇 차례 목격했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관 소속 농업전문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모니터링에 나서면 된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우리의 인력이 부족하고, 농업 교육에 대한 정보 전달에 있어서 리더들의 교육 수준과 전달 의지가 크게 높다고 판단되지 않아 이쯔음에서 변화를 주기로 결심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사례만으로 전반적인 간접과 직접 농업 교육의 효과성을 비교하기에는 기관의 인력 문제, 농부들의 시간 여건, 배움의 의지, 이해도 등 너무나 다양한 변수가 있어서 이에 대한 차이점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는 지난 2년간 간접 교육제를 진행하면서 지역 리더들에게 농업 교육을 제공하고, 긴밀히 일하며 서로의 역할을 이해하는 등의 접점을 쌓았고, 필요한 일들의 진행이나 지역별 시범 농장 운영에 있어서 지역 및 그룹 리더들이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만 한편으로는 기관 소속의 농업전문가들의 지식이나 농업 교육이 얼마나 많고 다양한 농부들에게까지 고루 전달되었는가에 대해서는 항상 의문이 있었고, 몇몇 그룹의 리더들이 제 활동을 충실히 하고 있지 않으면서 우리 기관의 사업에는 열심히 참여해 자신만 이익을 본 경우도 있어서, 많은 고민과 논의 끝에 체제를 바꾸어보기로 한 것이다.



다시 오리엔테이션으로 돌아가서, 다섯 차례에 걸쳐서 진행된 오리엔테이션은 (물론 아프리카다 보니) 아쉽게도 모든 농부들이 참여하지도, 모두 제시간에 오지도 않았지만, 항상 리더들만 만나게 되다가 더욱 많은 지역 농부들을 보고, 그들이 우리 센터에 올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하고, 내 눈 앞에서 지역 농부들에게 우리가 하는 일, 우리의 목적, 우리에게서 얻을 수 있는 혜택들, 농부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시원하게 공유하고 나니 내 속이 정말 다 후련했다.


무조건 적인 지원을 해주기 위한 NGO가 아니라, 당신들과 함께 지역 농업 사업을 키워나가기 위한 파트너라고 소개하니 농부들의 표정이 갸우뚱하다. 무조건 적인 지원이 더 좋다고 한다. 나도 안다고 대답했다. 누군가가 나를 무조건적으로 지원해주면 나도 너무 좋고 고마울 것 같다고. 일도 때려치울 거라고. 하지만 나중에는 무조건적인 지원에 익숙해져서 아무것도 못할 것 같다고.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거고 우리를 잘 이용하고 싶으면 우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대해서, 우리가 어떤 기관이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관심을 가져달라고, 우리들은 당신들에게 이렇게나 다가가고 싶다고, 함께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얼마큼 전달이 되었는지는 추후에 알게 되겠지.


오리엔테이션 중에는 농업학교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간단한 농업 훈련 학교 프로그램 설명과 참가자들의 책임과 의무도 특히나 강조했다. 그룹 및 지역 리더들의 역할과 수당도 공개해서 그룹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그룹 및 지역 리더들의 역할을 감시해달라는 바람도 전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뿌듯했던 것은 내가 작성한 10문항 기초선 조사도 함께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간단한 개인정보, 농지 및 수확량, 가정환경 등으로 구성된 문항들이었는데 최대한 어렵지 않고 간단한 내용들이라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농부들이 이해하는 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심지어 아직까지도 기초선 조사를 받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니 좀 더 시간을 가지고 두고 보기는 해야겠지만 비록 지금은 어렵더라도 나중에는 신규 그룹원들에게 농부들이 직접 기초선 조사에 대해서 설명하고 받아다 주는 것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농업 훈련 학교 시스템이 바뀌면서 더 많은 손이 가게 될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내가 결정한 일인 만큼 앞으로 직접 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대응이나 농부들의 참여도 또한 많은 신경을 써야겠지만 우리가 하는 일들이 원한다고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우선 숨을 크게 내쉬고 할 일이 빼곡히 적힌 달력을 쳐다본다.


내일은 또 아침부터 센터에 가는데 또 어떤 에피소드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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