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에서 활동 1년 연장 결정!
현장에는 정말 알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내가 브런치를 하는 이유가 현장에서 느끼는 생각과 추억들을 보다 잘 간직하고, 전달하고, 담아두기 위함이지만 때때로는 내가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무엇으로 소통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 경우도 있다.
최근이 그러했다.
하고 싶은, 소통하고 싶은 이야기는 너무나 많은데 최근에는 오히려 너무 많은 생각과 현장의 내용들에 어디에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몰라 글이 쉽게 써지지 않는, 하염없이 사진들만 들여다보게 되는 시간들이 더 많았다.
현장이라는 막연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어쨌든 개발도상국에서 일을 하고 생활을 하는 것은 나에게 시각과 생각을 넓혀주고, 나라는 사람이 이러한 환경에서는 어떻게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 잘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힘이 들 때도 많이 있지만).
국제개발 분야는 어떤 위치에서, 어떤 시각으로 일(활동)을 하느냐에 따라서 참 다양한 결과물이 나온다. 물론 그것이 내가 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닌, 스폰서들, 개발도상국 정부, 타 이해관계자, 활동 지역, 관련 외국/현지인들을 포함해 참 많은 사람을 거쳐, 수정되고 변경되며 최종 물이 나오기 때문에 특히나 한국 기관과 르완다 현지 사업장을 이어주는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서 최종적으로는 나와 우리 기관 현지 직원들의 거쳐서 우리 사업 지역의 농부들에게 갈 파이가 달라진다고 생각을 하니, 부담스럽기도, 미안하기도 한 참 애매한 위치에 있다.
나에게 이런 역할이 주어진 게 항상 너무나 과분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국제개발협력의 대표적인 캐치프레이즈처럼 '너희도 할 수 있어'라는 느낌으로 활동하고 (개인적으로 White men's burden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항상 그들이 스스로 더 주체성과 주인의식을 확립할 수 있도록 노력은 하고 있지만 이게 정말이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어쨌든 현장에 있을 때도, 없을 때도, 시도 때도 없이 드는 많은 생각들로 머릿속이 꽉 채워질 때, 새삼 나는 내가 머릿속의 정리함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항상 답이 없는 고민을 하고 있지만, 이를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다양한 의견을 들으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를 꾸려가는 것을 꿈꾸고 있다.
최근에 현장의 외국인 지인을 통해서 우리의 사업지역이 그 근처 지역 중 가장 가난한 지역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지역 정부와 함께 일을 하면서 관계자들이 우리와 회의를 할 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우리 기관을 좀 더 여러 프로젝트의 스폰서로 만들기 위한 입에 발린 소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우리 사업지역 근처에서 20~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지인의 사업장은 가는 길도 우리 사업 지역보다 길도 훨씬 좋았고, 마을 자체가 전체적으로 좀 더 깔끔하고 정비된 느낌이 들었다. 또한 타 지역의 정부 관계자들과 일하는 외국인 친구가 해 준 말이었기에, 처음에 들었을 때 보다 우리 사업 마을의 빈곤지수가 내 가슴에 더 확 와 닿았다.
다른 여러 일들 속에서도 많은 고민 끝에 르완다에 1년 더 있기로 결정을 내렸고, 그렇게 하기로 되었다.
때가 오면 쉽게 결정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새삼 놀라웠다. 결정을 하고 난 후가 개인적으로는 더 힘든 시간이었지만, 스스로 내린 결정이고, 많은 가치 저울질과 소거법 끝에 내가 하고 싶은 일로서 결정한 것이니 남은 기간 동안 해왔던 것들을 더 잘 다듬어 나가고, 현장을 더 잘 기록하고, 새로운 것에 다시 도전하면서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남은 기간도 비슷한 농업 프로젝트를 이어가며 지역 농부들의 사회적, 기술적, 경제적 역량강화를 서포트하고 점차 자립해 나갈 수 있도록 계속 훈련해 나갈 예정이다. 많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외국인의 힘이 아닌, 그들 스스로의 결속력과 경제력으로 우리 마을도 지인의 사업장처럼 더 좋은 인프라와 시설들이 생기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1년도 사실 짧게 느껴진다 (약간의 한숨은 나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