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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자 Oct 17. 2018

아마꾸루, 케자!

르완다 농부들과의 첫 만남과 지금.

Amakuru, Keza!

안녕(잘 지냈어), 케자!



케자(Keza)는 나의 키냐르완다 이름이다.

사업장에서의 첫날에 농부들이 지어준 현지 이름.

우리 기관은 농부들에게 현지 이름을 받는 전통(?)이 있는데, 이미 여러 번 이름을 주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농부들은 무중구(외국인을 지칭하는 단어)에게 작명을 해줄 때마다 세상 심각한 표정이다.


내 얼굴을 요리조리 뜯어보고, 미간을 찌푸리고, 눈을 감고, 초 집중을 했다가 뭔가 번뜩하면 손을 번쩍 든다.

그러면 우리 현지 직원이 의견을 수렴하는데, 이름 한 개가 나올 때마다 주변 농부들의 반응도 가지각색이다.

좋다고 깔깔거리는 농부들, 그건 아니라고 절레절레하는 농부들, 동의하면서 손뼉 치는 농부들 등.


우선 의견이 나오면 현지 직원이 이름을 곱씹어보고, 우선 이름이 너무 어렵거나 길지는 않은지 생각해본 뒤에 1차 합격이면 이름의 뜻을 알려준다. 보통 키냐르완다 이름은 짧은 것은 2글자에서 길게는 6글자 정도 되는 이름도 많아서 한국인들에게는 너무 생소하고 부르기도 어렵게 느껴지는데, 그래서 현지 직원들도 최대한 짧고 간결한 이름을 지어주려고 한다. 그래서 이전 분들의 현지 이름도 보통 2~4 글자 정도였으니까.


약 다섯 번에 걸쳐 나온 후보들 중에서 나의 선임과 현지 직원의 합의 하에 "Keza"라는 이름을 전달받았다.


케자란 '예쁜'이라는 뜻의 현지 말인데, 처음 케자의 뜻을 듣고는 너무나 부담스러워서 바꾸고 싶기도 했고 주변에서 이름을 물어보면 잘 대답해주지도 않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케자가 가장 흔한 여자 이름 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 부담이 확 줄어서 요새는 너무나 잘 사용하고 있다.


우선 간단명료하고, 현지 직원들도, 농부들도 나를 케자라고 불러주는 걸 좋아해 주니 그걸 보고 듣는 나도 항상 현장에 갈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나중에 르완다를 떠나게 되었을 때 나를 케자라고 부르는 사람이 없어진다면 너무나 아쉬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농부들과의 교류에서 힌트가 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현재 르완다에서 하고 있는 일은 농촌개발이다.

그중에서도 나는 농업 훈련 학교를 주로 담당하고 있다.


농업 훈련 학교란 현지 농부들에게 농작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농업 교육 프로그램이며, 농부들이 이론적 공부뿐 아니라 실습도 할 수 있게끔 실습장이자 공동 농장을 지원하고 추가로 농업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농기구/농기계 렌털 사업, 종자 비료 대출 등을 함께 지원하면서 키갈리와 떨어져 있고 교통수단이 없어서 기술, 정보, 자원 등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시골 농부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르완다는 농업 중심의 국가인데도 불구하고 현지의 농부들은 제대로 된 농업 교육을 받아본 적도 거의 없고, 전문적인 농업교육은 제한적이거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확산화가 되어 있지 않다. 현지 농부들은 다만 오랜 시간 동안 농사를 지어왔을 뿐이라서 생산 작물 등에 따라서 좀 더 체계적이고 실용적인 농업 교육을 통해서 생산량을 증진시킬 수가 있다. 


르완다라는 나라의 특성상 정부의 개입이 커 지역마다 정부에서 지정해주는 농작물이 있어서 그 지역에 특화된 농작물을 주로 재배하며 농업 훈련 학교의 운영은 기관 소속 농업 전문가들이 담당 지역의 지역 농부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농장이나 공동 농장을 방문하며 모니터링하는 구조이다.


모든 교육이나 프로그램은 시범 농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제 교육을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서 장기적으로는 지역 내에 끈끈한 농업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추후에는 이미 활동하던 그룹이 다른 신생 그룹에게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도움을 주는 그런 지역개발을 꿈꾸고 있다.



오늘 우리 현장에서는 르완다의 새로운 농사 시즌을 맞이 2019년도의 교육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었다.


지역 농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 얼굴을 익히고, 우리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도 듣고, 올해는 어떤 프로그램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우리의 목표는 무엇인지 전달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시즌은 어떻게 될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마음이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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