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 도슨트북 Sep 21. 2022

메트로폴리탄, 빈센트 반 고흐의 밀짚모자를 쓴 자화상

Vincent van Gogh 빈센트 반 고흐

From newyorksimply.com

밀짚모자를 쓴 자화상 Self-Portrait with a Straw Hat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1887

Oil on canvas

40.6 x 31.8 cm


반 고흐의 선물로 파리 근교인 아스니에흐 Asnières에 살고 있던 클라라 르바이앙 드라 부아시에 Clara Levaillant de La Boissière 백작 부인이 소유하고 있다가 1927년 갤러리 샹팡티에 Galerie Charpentier에 팔린 듯 하고, 1929년에 독일의 아트 딜러인 탄하우저 Justin Thannhauser 가 사업가인 리처드 로헤 Richard Lohe와 5:5 지분으로 소유하였다가 1936년 미국 뉴욕의 예술가이자 컬렉터였던 애드레이드 밀턴 드 구르트 Adelaide Milton de Groot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 1967년 그녀의 사망 후 그녀가 소유하고 있었던 212점의 작품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기증하게 되는데, 그중에 포함되어 있었던 작품이다.


From news.artnet.com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아를, 생레미, 오베르 쉬 아즈 등에서 작품 활동하였던 반 고흐였기에 대부분의 작품이 유럽에 많이 머물고 있는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유럽을 벗어난 대륙 중에 가장 많은 작품수인 28여 점의 반 고흐 작품을 소유하고 있다. 2022년에도 반 고흐의 희귀한 판화 4점을 구매하는 등 메트로폴리탄의 반 고흐에 대한 사랑은 계속되고 있다. 상시 전시 또한 15점 이상의 반 고흐 작품을 항상 만날 수 있어, 처음 반 고흐의 전시실에 들어서게 되면 ‘이렇게 많은 반 고흐 작품을 여기에서 만난다고?’ 하며 깜짝 놀라게 된다.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 또한 ‘사이프러스가 있는 밀밭 Wheat Field with Cypresses(1889)’, ‘지누 부인 L'Arlésienne: Madame Joseph-Michel Ginoux (Marie Julien, 1848–1911) (1888-1889)’, ‘아이리스 Irises(1890)’, ‘장미 Roses (1890)’, ‘룰랭 부인과 아기 Madame Roulin and Her Baby(1888)’ 등 너무나 좋은 작품들이 많아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그중 가장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으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 ‘밀짚모자를 쓴 자화상  Self-Portrait with a Straw Hat’이다.




 

그런데, 다른 작품은 모두들 벽에 걸려 있는데 왜 이 작품은 유리관 안에 덩그러니 홀로 놓여져 있는 걸까? 사람들이 많이 붐비니 사방에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한 미술관의 배려일까? 아니면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이니 손상될까봐 사방이 모두 막혀 있는 유리관으로 커버한 걸까? 여러가지 생각이 들다가 우연히 자화상의 뒷면으로 돌아가 보는데 깜짝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뒷면에 또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나의 캔버스에 앞 뒤로 모두 그림을 그려 넣은 것이다. 뒷면에 있는 그림도 함께 볼 수 있도록 배치를 한 것이다.


감자 깎는 사람 The Potato Peeler

(반대쪽: 밀짚모자를 쓴 자화상 reverse: Self-Portrait with a Straw Hat)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1885

Oil on canvas

40.6 x 31.8 cm


파리로 넘어오기 1년 전 네덜란드 뉘넨에서 그린 작품으로, 이러한 각각의 사람들을 그리면서 쌓은 실력으로 완성한 작품이 반 고흐 미술관에 있는 ‘감자 먹는 사람들 The Potato Eaters (1885)이다. 초창기 그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북유럽풍의 묵직하고 어두운 느낌이 물씬 풍긴다. 그 당시 가난한 사람들의 주식과 같은 감자를 정성스레 깎고 있는 여인의 얼굴이 투박한 감자색과 일치하게 그려져 있어 어둡고 힘든 삶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초기부터 반 고흐는 보이는대로 그리기 보다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담아 표현하는 표현주의 기법을 자연스레 보여주고 있다.

 

감자 먹는 사람들 The Potato Eaters, Vincent van Gogh, Nuenen, April-May 1885, Van Gogh Museum, Amsterdam



그럼, 왜 이렇게 반 고흐는 캔버스 양쪽으로 그림을 그렸을까? 캔버스를 살 만한 여유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너무나 어둡고 묵직한 그림의 ‘감자 깎는 사람’과 그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노란색의 황금빛 모자와 얼굴을 하고 있는 반 고흐의 자화상 그림이 우리의 감정을 더욱 복받치게 만든다. 살았을 때 빛을 보지 못했던 그와 같은 모습과 그가 꿈꿨던 밝은 모습의 반 고흐가 이렇게 한 캔버스 안에서 머물고 있다. 이렇게 이전에 그렸던 캔버스를 뒤집어 뒷면에 다시 그림을 그릴 만큼, 가난 따위도 그의 열정을 막을 수 없었던 걸까?

가난해서 또 그가 많이 그렸던 작품들이 그의 자화상이다. 반 고흐는 약 36여점 이상의 자화상을 남겼다. 보통의 예술가들은 한 두점 또는 10여점 이하의 자화상을 그리곤 하는데 대단히 많은 숫자가 아닐 수 없다. 그 보다 더 많은 자화상을 그린 유일한 화가는 약 100여점을 그린 램브란트 말고는 없다고 말 할 정도이다. 그림 그릴 모델 살 형편이 안 되었던 반 고흐는 자기 자신의 얼굴을 모델 삼아 그리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나는 모델이 없어서 나 스스로 작업하기에 충분한 좋은 거울을 샀어.

I purposely bought a good enough mirror to work from myself, for want of a model.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아를 Arles, 1888년 9월 16일 -

이렇게까지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걸까? 얼마나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지 느낄 수 있어 더욱더 안타까움이 커진다. 이러한 시기별로 많은 그의 자화상 그림을 통해 우리는 그의 그림 기법이 어떻게 변해 갔는지 알 수 있어 너무나 흥미롭다. 한 번에 우리가 열광하는 그의 그림 기법이 완성된 게 아니었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만의 독특한 기법을 찾아가는 것 같아 그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었구나 싶어 조금은 위로가 된다.


1886
1886, Self-Portrait with Pipe, Van Gogh Museum

 

1887
1887, Self-Portrait, Art Institute of Chicago


1888
1888, Self-portrait dedicated to Paul Gauguin, Fogg Art Museum


1889
1889, Self-Portrait, Musée d'Orsay


여기서 드는 생각이, 반 고흐의 실제 모습은 어떠했을까 궁금해진다. 그의 실제 모습과 자화상은 어떤 모습일까? 차이가 있을까? 다행히 그 당시의 반 고흐 사진이 남아 있어 그의 실제 얼굴을 볼 수 있다. 그의 사진과 그가 그린 자화상과 비교해서 한 번 보자. 어떤가? 반 고흐, 그림 정말 잘 그리는 친구구나 싶다.


Possible photo of Vincent van Gogh, 1886; Victor Morin Artiste-Photo. / Self-Portrait, 1887

 



1887년 파리에서,

본격적인 전업화가로 그림을 그리고자 지금의 벨기에인 앤트워프에서 프랑스 파리로 넘어온 반 고흐는, 이 시기 파리에서 총 28여점의 자화상을 그리는데 그 중 상당히 많은 비중인 5점의  밀짚모자를 쓰고 있는 자화상을 그린다. 21살 때 런던 구필 화랑에서 일할 때 처음 접한 밀레의 만종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은 반 고흐는 이 후 자신도 밀레처럼 소박한 농민들의 모습을 그리는 농민화가로 헌신할 것을 다짐하는데 이러한 의지가 자신 스스로가 가장 농민스럽게 보이게 만드는 밀짚모자를 쓴 모습의 자화상을 그리게 된게 아닌가 싶다. ‘밀짚모자를 쓰고 있는 자화상’이란 하나의 주제에 다양한 여러가지 붓터치를 선보이고 있어,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그림에 대한 연구를 했는지 알 수 있다. 이는 아마도 이 당시 점묘법을 처음 선보인 조르주 쇠라의 열렬한 제자인 폴 시냑을 개인적으로도 알고 있었던 반 고흐가 점묘법의 영향을 어떻게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할지에 대한 연구로 여러 시도들을 해 본 것으로 읽힌다. 그의 붓터치는 단지 점을 찍는 것이 아닌, 붓을 좀 더 길게 끊어치는 기법으로 발전해 나간다.



위 왼쪽부터 Self-Portrait with Straw Hat, Summer 1887, Van Gogh Museum / Self-Portrait with Straw Hat, 1887, Van Gogh Museum / Self-Portrait with Straw Hat, Summer 1887, Detroit Institute of Arts / 아래 왼쪽부터 Self-Portrait with Straw Hat, 1887, Metropolitan Museum of Art / Self-Portrait with Straw Hat and a Pipe (reverse image), 1887, Van Gogh Museum



반 고흐의 자화상을 볼 테면, 꼭 그의 눈을 자세히 들여다 보길 권한다. 우리가 보통 검정과 흰색으로 구성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눈동자 안에 이렇게 다양한 컬러를 담았다는게 너무나 놀랍다. 세상의 모든 컬러를 눈에 담았구나 싶다. 얼마나 자신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렇게 까지 표현할 수 있을까? 예술가는 정말 우리가 보는 눈과 다르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좀 더 시간을 가지고 보고 있노라면 뭔가 우리에게 말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그와 대화를 시도해 보자. 그 눈동자 속에서 우리에게 무슨 말을 건네고 있는지 그와 함께 얘기를 해 보자. 어느덧 그를 조금은 더 이해하고 있는 것만 같은 착각에 흠칫 놀란다. 자화상의 매력이 이런 걸까?


붓터치의 강렬함이 어마어마하다. 툭툭- 붓을 던지듯이 짧게 아무렇게나 그린 듯 한데 어쩜 이렇게 아름다운 컬러와 묘사를 구성할 수 있을까? 반 고흐의 작품은 멀리서 보기 보다는 한 발 앞으로 다가가 붓터치 하나 하나를 따라 가면서 보길 권한다.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전체 선율을 따라 듣기도 하지만 그 음악 속 연주되는 악기 하나 하나를 짚어가며 들을 때 다른 느낌인 것처럼, 그의 붓질과 나의 눈동자가 하나가 되어 그려 나갈 때 어느 덧 전율이 느껴진다. 이 천재 화가는 이렇게 그림을 그렸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살아 있네-’ 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툭 나온다.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1953년 네덜란드 북부지역인 그르트-준데르트 Groot-Zundert 에서 태어난 이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그의 나이 33살인 1886년 프랑스 파리에서 본격적인 전업 화가로 시작해, 아를, 생레미를 거쳐 오베르 쉬아즈에서 너무나 짧은 생애인 만 37살에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기고 간 작품의 수는 총 2,100여점으로 결코 적지 않다. 1888년 아를에서 부터 오베르 쉬아즈까지 약 2년여 동안 그린 작품의 수가 약 470여점이다. 이는 단순 계산으로 이틀에 한 점 이상 그려낸 걸로 볼 수 있다. 대단한 열정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짧은 생애였지만 보통 사람이 한 평생 이룰 성과를 충분히 모두 이루고, 그의 열정을 모두 불태우고 미련없이 떠난 빈센트라 부르기도 한다.


평생 동안 벗어나기 힘들었던 경제적 어려움과 아를에서 예술가 공동체를 이루어 꿈을 펼치고자 했지만 그것도 뜻대로 되지 않았고, 너무나 설레여했던 고갱과의 만남도 2개월의 짧은 생활 끝에 결국은 자신의 귀를 자해하는 사건으로 끝나고, 생레미의 생 폴 정신병원에서 세상과 단절하고 고독한 예술가의 혼을 모두 불 태우다 결국은 오베르 쉬아즈에서 자살인지 타살인지 아직도 논란이 많은 건총 사고로 너무나 힘든 생을 마감한 위대한 천재, 빈센트 반 고흐는 힘들었던 삶을 보상이라도 받는 건지 그의 사후인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이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화가 중 그의 이름, 빈센트 반 고흐를 꼽기에 우리는 주저함이 없다.



“빈센트 반 고흐, 왜 좋아하세요?”

“ 왜요?..... 그냥 요…..”


이유 없이 그냥 좋다는 사람들이 많다. 왜일까? 화가들마다 저마다의 특징이 있는데, 빈센트 반 고흐를 가리켜 우리는 보통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감성을 시각적으로 가장 잘 표현하는 작가, 빈센트 반 고흐’라고 말한다. 감성을 건드리는 작품이 많기에, ‘그냥요’라고 많이 말하는 이유이다. 특별히 설명하고 뭐 할 작품이 아니라 그냥 딱 봤을 때의 느낌, 나의 감성을 건드리는 색채와 그 느낌 때문에 우리는 빈센트 반 고흐를 사랑한다. 많이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진정한 예술은 없습니다.

There is nothing more truly artistic than to love people.

-빈센트 반 고흐-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 예고편 https://youtu.be/C6bwbamVmj4





인생에서 한 번은 예술이 주는 기쁨과 위안을 받아 보시길 바라는 작은 바람입니다. 본 저작물에 인용된 자료의 저작권은 해당 자료의 저작권자에 있음을 알립니다. 본 저작물에 인용된 자료의 게시 중단 등을 원하시면 shaan@daum.net 로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즉시 삭제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