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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도슨트북 Dec 12. 2024

메리 카사트의 젊은 엄마 바느질

메리 카사트 Mary Cassatt

젊은 엄마 바느질 Young Mother Sewing

메리 카사트 Mary Cassatt

1900

Oil on canvas

92.4 x 73.7 cm


1900년에 그려지고 1901년 파리에서 인상주의 그림들을 많이 사고팔았던 아트 딜러 듀랑-루엘에 의해 미국의 정제 사업가인 남편과 함께 미술 컬렉터였던 루이지네 하비마이어에 판매된다. 미국의 여성 참정권 운동 기금 마련을 위한 전시 등에 작품을 많이 활용하다가 1929년 루이지네가 세상을 떠나면서 남편인 헨리 하비마이어의 컬렉션의 일부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함께 기증된다.


Mary Cassatt, 1914. Archives of American Art, Smithsonian Institution

메리 카사트 Mary Cassatt 1844 -1926

메리 카사트는 보기 드문 미국의 대표적인 인상주의 여류 화가이다. 여기서 굳이 ‘여류’ 화가라고 하는 이유는 그 시대에 여성이 화가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드물고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투표를 할 수 있는 여성 참정권이 법적으로 인정받은 해가 1920년이라고 하니 그 시대상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갈 듯하다.


1844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여유 있는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카사트는 여행을 교육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 집안 분위기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런던, 파리, 베를린등 유럽을 많이 여행하였다. 특히나 1855년 파리 세계 박람회에서 앵그르, 들라크루아, 쿠르베, 드가, 피사로 등의 작품을 접하게 되고 나중에 드가와 피사로와는 친구이자 멘토가 된다.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카사트는 15살 때 펜실베이니아 미술 아카데미에서 그림 공부를 시작하였지만 남성 중심적인 학교의 태도와 느린 수업 내용으로 가르침이 없다는 생각으로 중도 포기하고 22살에 파리로 간다. 파리에서 가장 유명하고 오래된 에콜 데 보자르 École des Beaux-Arts 예술학교에 지원했으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아 주지 않자 개인 수업을 따로 받고 더불어 루브르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고 따라 그리는 것으로 그림 연습을 하였는데 이후에는 루브르 미술관으로부터 그 당시에는 보통 저임금의 여성에게 주는 판매용 사본을 그리는 허가를 받는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는 지금도 많은 카피스트 들을 미술관 현장에서 만나 볼 수 있다. From The Met

1870년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이 발생하면서 미국으로 잠깐 들어갔다가 1871년 다시 프랑스로 돌아온 카사트는 실력 있는 화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힘든 시기를 겪는다. 설상가상으로 1877년 살롱에 제출했던 두 작품이 거절당하며 불만을 품고 있던 차에 카사트는 드가 Edgar Degas 의 권유로 인상파에 합류하여 1880년과 1881년에 인상파 전시회에 작품을 전시하고 1886년까지 인상파 활동 멤버로 남는다. 이로서 카사트는 ‘인상파 미술가들과 공식적으로 함께 한 유일한 미국인’이 된다. 카사트를 얘기할 때 드가를 빼놓고 얘기할 수가 없다. 드가는 파스텔 기법, 애칭 등 많은 것을 카사트에게 소개했고, 드가로부터 드로잉 기법 등도 배운 후 카사트의 작품이 한층 업그레이드 되기도 했다. 카사트는 드가를 가리켜 ‘나에 대한 판단이 도움 되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말하였다. ‘드가의 그림을 처음 본 것은 내 예술적 삶의 전환점이었다’라고 말하는 카사트를 보면 그녀에게 드가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간다. 여기서 드가가 많이 손을 봐주면서 그렸다는 카사트의 작품 한 번 볼까?

블루 암체어의 어린 소녀 Little Girl in a Blue Armchair, 1878, Mary Cassatt, 미국 내셔널 갤러리 National Gallery of Art

그림 너무 이쁘다. 블루 색감이 너무 좋은데? 나른하고 편하게 암체어에 거의 누워 있다시피 앉아있는 아이도 너무 귀엽고, 그 옆에 소곤소곤 자고 있는 브뤼셀 그리폰 종의 강아지의 모습도 너무 좋다. 의자의 꽃모양이 일본화 패턴의 느낌을 주는 것 같기도 한데? 드가는 어디를 손 봐준 걸까? 비대칭적인 의자의 배치와 그 의자를 과감히 자르는 화면 구도, 드가 스타일이긴 하네! 더불어 바닥과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 등을 손 봐줬을 거라고 예측한다. 카사트, 그림 잘 그리는구나.


카사트는 여성의 그림을 많이 그렸다. 카사트 자신이 결혼한 적이 없고 성공한 여성 예술가로서 작품을 통해 ‘새로운 여성상’을 보여주고자 했으리라. 당시 주류였던 남성 예술가들의 시선이 아닌 같은 여성으로서 여성의 시선으로 여성을 바라보고 누구의 여성이 아닌 하나의 홀로 선 여성상을 그림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여성의 일상적인 모습과 함께 그들과 함께 하는 아이의 모습도 많이 그렸다. 그들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일인지를 카사트는 보여주고 싶었으리라. 카사트 당신의 삶 또한 여성 참정권을 지지하고 여성 참정권 운동의 활동가로 카사트의 그림도 많이 샀던 루이지네 하비마이어를 지원하는 전시회에 작품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왼쪽: 어린 소녀의 초상 Portrait of a Young Girl, 1899, Mary Cassatt,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The Met

가운데: 엄마와 아이(잠에서 깨어난 아기) Mother and Child (Baby Getting Up from His Nap), 1899, Mary Cassatt,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The Met

오른쪽: 차 한잔 The Cup of Tea, 1899, Mary Cassatt,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The Met


젊은 엄마 바느질 Young Mother Sewing, 1899, Mary Cassatt,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The Met

아, 이 모습…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누구에게나 그냥 언젠가 한 번은 일상에서 봄 직했던 모습 아닐까? 내가 저 아이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앞에서 아이와 같이 놀던 오빠, 언니 일수도 있고, 아니면 옆에서 다른 일 하는 아이의 아빠일 수도 있고, 아니면 바느질하는 본일 일수도 있다. 이렇게 그림 보는 누구나와 연결될 수 있는 이런 그림이 난 참 좋다. 엄마는 바느질에 몰두해 있고, 아이의 치근덕거림이나 움직임이 크게 바느질이 방해되지는 않는 투이다. 엄마의 표정에서 나의 엄마가 나 어렸을 때 그렇게 많이 얘기하던 목소리가 드린다. 이것만 빨리 끝내고 놀아 줄게. 창 밖 너머 숲이 바로 보여 햇빛이 잘 들어 밝은 창가 앞에 자리를 잡고 있다. 아이가 엄마 무릎에 기대어 턱을 괴고 엄청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나 어릴 적 하루 중 가장 지루한 시간은 오후 5:30 TV 가 시작하기 전 약 30분 동안 컬러바가 켜져 있는 화면조정 시간이 그렇게 긴 시간이었는데 그때의 지루함처럼 느껴진다.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는 여자 아이가 빤히 그림 밖 관람자인 나와 눈을 맞추고 있다. 볼살이 뽀얀 게 눈도 커서 너무 귀엽다. 우리한테 뭐라고 말하는 걸까? 나랑 놀아 줄래요?


로지에서 In the Loge, 1878, Mary Cassatt, Museum of Fine Arts Boston

나는 이 그림이 카사트가 얘기하고 싶은 여성상을 보여주는 가장 선명한 그림이라고 본다. 멋있다. 그 당시 오페라 극장은 사회 활동이 많지 않은 부르주아 여성에게 사회성을 드러내는 사교의 장으로서 중요한 장소였다. 그곳에서 오페라 망원경은 무대 위 배우들을 움직임이나 무대를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한 수단이었는데 그와 더불어 극장에 온 관람자, 특히 여성들을 훔쳐보기 위한 수단으로도 많이 쓰였다. 이런 음흉한 사용은 보통 남성들이었다. 이런 배경을 가지고 카사트의 그림을 한 번 보자. 카사트의 그림에서 망원경 사용자는 여성이다. 함께 온 남성 옆의 여성이 아닌 주체적인 여성 단독으로만 표현되고 있다. 하나의 여성이다. 그 여성은 높은 관람자 난간에서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망원경으로 저 너머 세상을 보고 있다. 적극적인 현대 여성의 모습, 이게 카사트가 말하고 싶었던 여성 아닐까? 저 너머 망원경으로 그녀를 보고 있는 남성처럼 반대편 그림 밖에서 우리도 이 여성을 훔쳐보고 있다. 카사트의 이 그림은 르누아르의 ‘로지’ 그림과 비교해서 보면 너무 재미있다.

로지 The Loge, 1874, 오귀스트 르느와르 Auguste Renoir, Courtauld Institute of Art, London


여성은 무언가가 아니라 누군가여야 한다.

Women should be someone and not something.

-Mary Cassatt-

우산을 들고 의자에 앉아 있는 카사트. 듀랑-루엘 제공. Cassatt seated in a chair with an umbrella. Courtesy of Durand-Ru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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