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창장 저자의 <행복 시크릿>이라는 책에는 한 천사의 이야기가 나온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행복하게 만들어주던 천사는, 어느 날 모든 걸 다 가진 한 시인을 만난다. 그는 부, 명예, 그리고 아름다운 아내까지 남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였지만 그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행복이었다.
천사는 그 시인에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천사였다면 당신은 욕심쟁이라 행복할 가치도 없다며, 매몰차게 그를 떠나버렸을 것이다. 뜻밖에도 천사는 다른 어떤 것도 주지 않는다. 대신, 시인이 가진 모든 것을 한 순간에 다 빼앗아 버린다. 한 달 뒤, 괴로움에 발버둥 치던 그에게 나타나 다시 모든 걸 되돌려주니 그제야 그 남자는 행복에 겨워 천사에게 감사를 표한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욕심 많은 그의 삶과 비슷한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얻어야지만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어떤 걸 사야, 혹은 어딜 가야 행복할지 고민하면서 끊임없이 방황하면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도 행복을 찾아 방황하던 사람 중 하나였다. 나에게는 작은 운도 따르지 않는다며, 모든 걸 불평하게 살기에 바빴다.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꼭 성공해야만 하는데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 성공조차 할 수 없다며 좌절하기도 했다.
그런 나를 조금씩 변화시킨 것은 여행이었다. 유럽이나 미국으로 가는 럭셔리 여행이 아니었다. 캄보디아, 필리핀, 아프리카 등 우리보다 못 사는 곳을 여행하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 생각들이 조금씩 변하게 되었다. 그들보다 훨씬 더 나은 환경에서도 불평불만만 하던 나는 행복해하는 그들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들의 삶과 내 삶을 비교하면서 내가 가진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해외에서는 물 한잔 편하게 마실 수가 없었다. 식당에 가도 그곳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물이 흔하지가 않았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물부터 주는 한국과는 많이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요즈음 한국에서 아주 엄청나게 큰 바퀴벌레나 쥐가 흔한 풍경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간 곳에서는 사람보다 먼저 나를 반겨주던 게 주먹만 한 바퀴벌레이기도 했다.
아프리카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시리아 남자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내게 아프리카는 무섭고 위험한 곳이라 했다. 시리아에 대해 물으니, 시리아는 괜찮다고 한다. 폭탄 자주 터져서 한국 뉴스에도 자주 등장하는 나라임에도 그는 살기 괜찮다고 했다.
여행을 통해서,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서 내가 배운 행복은 확실하게 정해진 기준이 없다는 것이었다. 무언가를 가져야만 혹은 어디에 살아야만 행복해질 수 있는 그런 절대적 기준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느끼는 소소한 재미, 즐거움에 '행복'이라는 이름을 붙여보는 건 어떨까? 친구에게 들은 재미있는 이야기, 제때 도착한 버스 덕에 모면한 지각 위기, 향긋한 커피 향처럼 누군가에게는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지라도, 나만의 '행복 기준'을 만들어 놓는다면, 우리의 삶이 행복한 순간으로 좀 더 가득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