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희 Jul 28. 2022

나에게 글쓰기란

내일을 위해, 오늘을 남긴다. 

   워킹맘으로, 두 아이의 엄마로 하루하루 외줄 위에서 중심 잡으며 살아가는 생활인이다. 나는 정신없이 최선을 다한다며 살았는데 남은 건 없다. 일하며 번 돈을 악착같이 다 모았더라면 그 흔적이 어딘가에 있을 텐데, 그 돈을 오며 가며 아이와 군것질로, 병원비로, 교육비로 다 쓰다 보니 남은 건 없다. 나는 열심히 살은 것 같은데 나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내가 맘껏 쓸 수 있는 것은 시간뿐이라 시간을 쪼갰다. 엄마로만, 일하며 살다 보니 아무것도 못했다는 핑계를 대기 싫어서 시간을 쪼개 공부를 시작했다. 그것으로도 부족해 더 쪼개서 글쓰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 하나하나 기록으로 남겨두지  않으면 영원히 다 사라질 것만 같은 생각에 한 글자 한 글자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치열하게 눈물로 아이를 키웠던 순간, 아이의 잊고 싶지 않은 말들, 평생 잊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어느 날 문득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걸 발견했다. 


   내 기억에서는 완전히 잊혔던 그 일은 내가 그때 남겨두었던 블로그 일기 글에서 찾았다. 아이가 원인모를 일로 5일간 39도 이상 고열을 앓다가 열꽃이 나면서 열이 사그라졌다는 글이었다. 새벽에 나 홀로 아이를 데리고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던 기억, 40도 넘는 고열에도 담당의의 냉대, 열이 떨어지면서 내쉬었던 안도의 한숨, 고단한 일상 등 그날의 기억이 글을 통해 한순간에 선명해졌다. 희미하게 사라졌을 순간이 짧은 블로그 일기 글로 생명을 얻었다. 가끔씩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내게 공감해주고 또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나만 힘든 거 아니구나. 나만 이런 거 아니구나.' 함께 몸과 마음으로 울면서 치료받는 기분이다.

   지금은 그들이 나의 수고를, 외로움을, 고통을 알아준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내가 지난날을 제대로 기억조차 못 할 무렵, 아이들의 어린 시절이 아무런 감정 없이 한 두문장으로 짧게 압축되는 날에는, 아이들에게 내 글을 보여주고 싶다. 성인이 된 아이들이 내 글을 읽고 나를 이해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건 아이들이 선택이라 강요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지난 어린 시절을 되돌려볼 때 엄마 행동 의미를 좀 더 알아주었으면 한다. 어느 날 밤에 힘없이 있던 건 그날 있었던 어떠한 일과 너와 사소한 다툼이 쌓였던 탓이지, 단지 너와의 말다툼 때문은 아니었다고....... 너를 향한 나의 외침이 정말 너에게만 외치는 게 아니라 나를 향한 절규이기도 했다고....... 

   나 대신 생활인으로 살아갈 아이들에게 누구에게나 힘든 순간이 있음을 알게 해주고 싶다. 너의 고민과 고통이 너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네가 흘리는 눈물이 너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 지금의 흔적들을 기록으로 하나하나 남기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도미노, 하루의 시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