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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랄코튼 Dec 10. 2021

다시 만난 배아

나의 난임 연대기_서른 번째 이야기

일부러 마음도 내려놓을 겸

집에 늘어져 있으면서 우울해하지 않기 위해

지인들을 열심히 만났다.


좋은 사람들이랑만 연락하고

좋은 사람들이랑만 만나서 놀고

좋은 사람들이랑 사진도 찍고


휴직기간 9개월이 지나다 보니

나에게 유해한 자극을 줄 사람들은

제 살기 바빠서 조용해졌다.

아주 평온한 시간들이 금방 지나갔다.


배 아픈 주사를 1일 1회 맞게 된 덕분에

비싸고 번거로운 질정은 3회에서 2회로 줄었고

아침, 밤으로 남편이 넣줘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1차 때보다 금방 시술일이 다가왔다.


아 또 소변 참아야 하지

난 토레타는 물보다 잘 마셔지고

마시면 또 소변이 금방 잘 모이니까

병원 가기 직전에 500ml 토레타를 원샷했다.


예약은 11시 40분.. 시술은 12시 예정이었는데

침대에 앉아 기다리는 나에게

파도가 밀려오듯 엄청난 방광 통이 예견되었다.

맞네.. 내가 500ml을 원샷했으니

500ml가 다 같이 쌓이겠..... 아........


12시부터 나의 괴로움은 시작되었고

잠깐 소변을 누고 다시 토레타를 마셔???

그러다 그 사이에 날 부르면 어쩌지????

온갖 갈등을 겪었다.


12시 9분쯤 의사 선생님께서 등장함을 알리는 소리가 났고

12시 10분에 시술을 들어갔다.

이번엔 배아 사진을 놓치지 않겠다며 핸드폰을 가져갔다.

역시나 배아 사진을 보여주셨고 허락받고 찍었다.

마음속으로는

초점을 몇 번이나 다시 맞추고 각을 맞추고 싶었으나

눈치가 보여 그냥 한큐에 끝냈다.

저번엔 찍지도 못했으니..

찍은 게 어디냐 하고 스스로 만족했다.

나의 4일차 배아


사진을 못찍어 기억으로 기록한 나의 3일 배아

저번 1차 3일 신선배아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정말 황홀했었다.

또렷하게 동그란 8 분할 한 나의 배아는

생긴 건 세포지만, 내 눈엔 내 아이 같아 보였다.

임신 초음파 사진을 보면 더 황홀하려나...

이식 전 잠깐 보여주는 그 사진을 확인할 때

정말 설명 불가능한 기분이 든다.


이번에는 3일 냉동 배아를 해동하고

1일간 키워서 그런가

4일 배아인 상실배아가 되어가고 있었다.

3일 배아에서 볼 수 있었던 또렷한 동그란 모양이 사라지고

어떤 덩어리로 뭉쳐진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2등급 2개였는데,

두 배아의 성장 속도가 달라 보이는 것 역시 신기했다.


의사 선생님께서 이번에는 꼭 돼야 한다고 하셨다.

저번에 신선배아 2개 2등급이었지만

그땐 40% 확률이었고, 

될 거지만 안될 수도 있으니 너무 신경 쓰지 말하셨는데

이번에는 돼야 한다, 될 거다, 된다 등의 말로 강조하셨다.

엄청 든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데도 안되면.. 이란 생각도 들었다.


'에휴...'

마음을 추스르고 회복실로 다시 실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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