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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랄코튼 Dec 13. 2021

제일 어려운 건 소변참기

나의 난임 연대기 _ 서른한 번째 이야기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이나

제일 힘든 대표적인 것이 이 4가지라 생각한다.

1. 멘털

2. 주사

3. 비용

4. 소변참기


하지만

순간의 가장 괴로운 정도로는 다음과 같다.

1. 소변참기

2. 주사

3. 멘털

4. 비용


멘털붕괴와 비용 지출은 장기적인 통증을 유발하나

정말 그 순간의 가장 큰 고통을 주는 것은

소변참기이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자궁은 우리가 보통 보았던

모형, 그림과 달리 약간 꺾여있다고 한다.

딱 꺾인 90도까지는 아니겠지만...

놀라운 사실이었다.


그래서 카테터를 사용해 자궁까지 들어가려면

자궁 길이 직선으로 나있어야 하는데

90도 꺾여있는 자궁을 펴주려면

방광에 오줌이 차있어야 한다.

방광에 오줌이 차있으면 거기에 눌려

자궁이 펴지게 되고

카테터 삽입이 수월해지는 것이다.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을 하게 되면

이식 날에 소변을 참아가야 하는 이유이다.


이게 문제는...

대기부터 시술 후 회복까지 약 2시간은 잡아야 하는데

가득 소변이 찬 상태로 2시간을 버틴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시술 때 맞춰 서서히 꽉 채우더라도

시술 이후 최소 20분에서 1시간까지는

회복을 위해 누워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변을 적당한 시기에 적당히 채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소변이 안차면 시술이 연기되기도 한다니

그 부담감 때문에라도 미리 채워야 속이 편하다.

그래서 시술 후 회복실에 실려와서

너무너무너무 화장실이 가고 싶어 진다.


시험관 시술을 끝내고 회복실로 돌아왔고

옆에 있던 분이 다음 차례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분은 나랑 같은 시간에 와서

내가 시술이 끝날 때까지 추가 대기 시간을 보내서

너무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을 가고 싶어 했다.


의사 선생님께서

정 못 참겠으면 반만.. 보고 오시라고 했는데

그분도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

'소변을 반만 볼 수 있어?'


그분은 참고 결국 시술하러 갔지만

초음파상으로 소변을 좀 비워도 괜찮겠다는 소견에

화장실을 황급히 다녀오시고 시술을 받으셨다.


회복실로 돌아오셨고

"소변이 마려우면 20분 뒤에 화장실 가셔요."라는

간호사의 말에

"어우 전 아까 갔다 와서 괜찮아요."라고 하셨고

그 순간부터 난 죽을 거 같았다.

난.... 난 아까도 못 갔고, 아직 15분밖에 안 흘렀다.


시험관 1차 때는 50분을 버티다가

방광에 문제가 생길 거 같아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이번에는 20분이 너무 길었다.

22분이 경과되었을 때 헐레벌떡 화장실을 다녀왔고

편안한 마음으로 나머지 시간을 보냈다.


이후 시간은 어찌 그리 잘 흘러가던지

남편에게 배아 사진 보내주고,

이식한 초음파 사진도 보내주고

서로 신기하다며 좋아하다 보니

집에 가도 좋다는 말에 룰루 난나 하며 옷 갈아 입고

남편 손 잡고 외식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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